[이미영기자] '너를 사랑한 시간'에 한여름밤 더위를 식혀주는 상큼한 로맨스는 없다. 열대야만큼이나 숨막히고 짜증을 유발하는 로맨스가 있을 뿐이다. 남녀 주인공들의 진전 없는 러브라인과 답답한 전개, 공감 잃은 캐릭터에 시청자들의 원성이 빗발치고 있다.
지난 1일 방송된 SBS 주말드라마 '너를 사랑한 시간' 11회는 오하나(하지원 분)와 차서후(윤균상 분)의 재회 후 연애 이야기에 초점이 맞춰졌다. 하나를 향한 최원(이진욱 분)의 변함 없는 짝사랑도 진행 중이다.
오하나와 차서후는 달달한 연애를 시작했지만 어딘지 모를 불편하고 불안한 감정들로 조금씩 균열이 가고 있다. 차서후는 오하나의 가족들을 찾아 돌발적으로 결혼 이야기를 꺼내고, 하나의 친구들을 만났다.
과거 자신의 잘못에 대한 차서후의 노력, 그리고 과거의 상처를 숨기고 새롭게 시작한 하나의 노력이 그려졌다. 그럼에도 두사람은 연애는 쉽지 않다. 하나의 친구들과 만난 자리에서 최원에 대한 이야기가 흘러나왔고, 차서후는 결국 최원에 대한 불편한 감정들을 쏟아냈다. 3년의 공백, 두 사람의 거리 좁히기가 쉽지 않음을 보여줬다.
하나와 최원의 관계는 여전히 도돌이표다. 최원은 하나에 대한 사랑을 숨기지 못하고, 친구라는 이름으로 그 주변을 맴돌았다. 차서후와 싸운 하나를 멀리서 바라보며 애틋함을 드러내고, 자신에게 선을 긋는 하나에게 "친구도 못되는 우리가 되지말자. 돌아가자. 재밌고 즐겁게 놀던 자리로"라고 제안했다.
그런가 하면 드라마에 새로운 복병이 등장했다. 서후가 갈등을 겪고 있는 소속사의 민대표(박탐희 분)가 한국으로 귀국했고, 하나는 과거 민대표와 서후의 스캔들을 듣고 복잡한 마음을 드러냈다. 게다가 민 대표는 하나의 직장으로 찾아와 "우리 서후 잘 부탁드려요"라며 심기를 건드렸다.
종영까지 5회만을 앞두고 있는 '너를 사랑한 시간'은 지금까지도 미지근한 전개를 보여주고 있다. 메인 커플인 최원과 오하나의 관계는 좀처럼 진도가 나아가질 못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두 남자 사이에서 갈팡질팡 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오하나는 욕 먹는 캐릭터가 되고, 최원의 지고지순한 캐릭터는 매력은 커녕 답답함을 유발한다.
물론 원작 드라마를 탓할 수도 있다. 대만드라마 '연애의 조건'(아가능불회애니)에서도 남녀 주인공의 러브라인은 느리고 갈등의 반복이 계속 되다 마지막회에 가서야 여주인공이 자신의 감정을 깨닫고 사랑을 이룬다. 제작진 입장에서는 아직도 5회가 남은 시점에서, 두 사람의 관계 진전을 그리는 것은 이르다고 생각할 지도 모르겠다. 충실하게 원작 드라마를 답습하고 있다고 항변할 수도 있다.
그러나 '너사시'의 진짜 문제는 하지원과 이진욱의 감정선을 세밀하게 그려내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친구에서 연인으로 가기 위한 복잡미묘한 감정들은 설렘은 커녕 시청자들에 전혀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우연의 남발과 불필요한 장면의 삽입으로 그마저 있던 감정들까지 뚝뚝 잘려나간다. 노련한 연기의 하지원과 탄탄한 로맨스 내공을 가진 이진욱의 고군분투가 애처롭게 느껴질 정도.
'너사시'의 표류는 PD 하차 철회와 작가진 교체 등 숱한 내홍으로 이미 예견됐던 바. 길을 잃고 삐걱거리던 제작진처럼, 드라마도 길을 잃고 시청자들의 마음을 읽지 못하고 있다.
'너사시'가 지금처럼 답답한 전개를 이어간다면 마지막회 남녀주인공들의 해피엔딩이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박수쳐줄 시청자들이 얼마나 될까. '너사시'는 이제 종영까지 5회를 남겨두고 있다. 시간이 얼마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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