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선택의 문제다. 센터로 뛰느냐 아니면 라이트로 뛰느냐다. 김희진(IBK 기업은행)의 포지션을 두고 이정철 IBK 기업은행 감독은 행복한 고민에 빠져있다.
김희진은 중앙여고 시절부터 차세대 한국여자배구를 이끌 유망주로 이름을 알렸다. 그는 '포스트 김연경' 시대를 이끌 또 다른 선수로 평가받던 박정아와 함께 IBK 기업은행 유니폼을 입었다.
둘은 주변 기대만큼 성장했다. 특히 김희진은 현재 여자부 V리그 코트에서 공격력이 가장 뛰어난 선수로 자리잡았다. 외국인선수와 견줘도 밀리지 않을 정도다.
김희진은 멀티 포지션이 가능하다. 센터와 라이트를 모두 볼 수 있다. 소속팀에선 주로 센터로 나왔다. 외국인선수가 주 공격수 역할을 맡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외국인선수가 뛰지 않은 컵대회에서 그는 라이트로 나섰다.
김희진은 지난 19일 끝난 '2015 청주·KOVO컵 프로배구' 대회에서 IBK 기업은행이 우승컵을 들어올리는데 일등공신이 됐다. 박정아와 함께 쌍포 역할을 톡톡히 했고 대회 최우수선수(MVP)에 뽑혔다. 지난 2013년 컵대회에 이어 김희진에게 두 번째 MVP 영광이었다.
김희진은 조별리그 두 경기를 비롯해 준결승, 결승전까지 모두 4경기 15세트를 뛰며 116점을 올렸다. 경기당 평균 29점을 기록한 셈이다. 공격력이 물이 올랐다는 평가가 당연히 따라왔다.
컵대회가 끝났지만 쉴 수 있는 시간은 얼마 안된다. 김희진은 오는 8월 2일 충북 진천에 있는 선수촌으로 가야 한다. 국제배구연맹(FIVB) 주최로 일본에서 열리는 '2015 FIVB 월드컵'에 나설 대표팀 합류가 예정됐기 때문이다.
김희진은 대표팀에서도 라이트로 뛸 가능성이 크다. 그는 그 역할이 낯설지 않다.
김형실 한국배구연맹(KOVO) 경기위원장이 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있던 지난 2011년과 2012년 김희진은 센터로 대표팀에 뽑혔지만 라이트로 갔다. 올림픽 세계예선전과 본선 무대에서는 대표팀 '부동의 라이트' 황연주(현대건설)를 대신했다.
김희진은 "라이트에서 뛰는 게 힘이 더 든다"고 했다. 수비에 대한 부담은 센터였을 때보다 덜한 편이지만 2단 연결된 볼을 처리해야 하고 더 많이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체력소모도 많다. 하지만 김희진의 멀티포지션 소화 능력은 소속팀뿐 아니라 대표팀에게도 큰 힘이 된다.
현재 여자대표팀 사령탑을 겸하고 있는 이 감독도 그런 점을 잘 알고 있다. 김희진도 평소 준비를 철저히 하고 있다. 자신이 뛴 경기뿐 아니라 남자부 경기까지 두루 챙겨 보고 있다.
그는 "남자대표팀에서 주전 센터로 뛰고 있는 신영석(상무)을 비롯해 김규민(OK저축은행)의 플레이를 유심히 보고 있다"고 했다. 경기 스타일에 차이가 있지만 배울 수 있는 점을 모두 흡수하려고 하는 의지다. 공격에서도 포지션은 다르지만 송명근(OK저축은행)의 플레이를 눈여겨 보고 있다.
김희진은 "남자부 경기가 내겐 훌룡한 참고서나 다름없다"고 웃었다. 여자대표팀은 절정의 기량을 선보이고 있는 김연경(페네르바체)의 공격 파트너로 김희진을 첫 손가락에 꼽고 있다. 2012 런던에 이어 2016 리우 대회까지 2연속 올림픽 진출과 본선에서 메달 획득이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라도 김희진의 계속되는 성장이 반가울 수밖에 없다.
한편 월드컵은 오는 8월 22일 개막해 9월 6일까지 치러진다. 한국을 포함해 개최국 일본, 중국이 아시아지역을 대표해 나선다. 3개국 외에 미국, 쿠바, 도미니카공화국(이상 북중미) 페루, 아르헨티나(이상 남미) 러시아, 세르비아(이상 유럽) 알제리, 케냐(이상 아프리카) 등이 우승을 두고 경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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