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0.017이 만든 최고의 결과.' 올 여름 남자프로배구 우리카드에게 딱 어울리는 말이 됐다.
우리카드는 지난 19일 청주체육관에서 끝난 '2015 청주·KOVO컵 프로배구대회' 결승에서 OK저축은행을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전신인 우리캐피탈과 드림식스 시절을 포함해 우리카드는 첫 우승을 맛봐 기쁨이 더했다. 우리카드 선수들은 승리가 확정되는 순간 서로를 얼싸안고 코트를 돌았다.
대회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된 최홍석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우승을 할 거라고 생각도 못했다"며 "그래서 더 기분이 좋다"고 했다.
우리카드는 이번 대회에서 삼성화재, 현대캐피탈, 한국전력과 함께 B조에 속했다. 조별리그에서 출발은 좋지 못했다. 삼성화재와 현대캐피탈에게 연달아 졌다. 한국전력과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도 1세트를 먼저 내줬다. 그대로 컵대회를 일찍 끝내는가 싶었다.
하지만 우리카드는 기회를 잡았다. 한국전력을 상대로 2, 3, 4세트를 내리 따내며 대회 첫 승을 올렸다. 그리고 B조 마지막 경기인 삼성화재와 현대캐피탈의 맞대결 결과를 지켜봤다.
최홍석은 "숙소로 온 뒤 TV 전원을 바로 켰다. 두 팀의 경기를 중계방송으로 지켜보기 위해서였다"고 했다. 현대캐피탈이 삼성화재를 이긴다면 우리카드는 조 3위가 돼 준결승 진출 가능성은 사라지는 상황. 현대캐피탈이 패하더라도 한 세트를 따낼 경우에는 1승 2패로 동률인 우리카드와 점수 득실률를 따져야 했다.
최홍석은 "선수들 모두 한마음으로 삼성화재를 응원했다"며 웃었다. 그는 "3세트에서 현대캐피탈이 큰 점수 차로 앞서나갈 때 솔직히 '준결승에 오르지 못하겠구나'라는 생각도 들었다"고 했다.
현대캐피탈은 3세트에서 20-12까지 삼성화재에 앞서고 있었다. 이제 서로 한 점씩 주고받아 25-17로 현대캐피탈이 세트를 따냈을 경우 우리카드를 제치고 조 2위로 준결승에 올라갈 수 있었다. 점수 득실에서 앞서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카드 쪽으로 행운이 찾아왔다. 현대캐피탈이 3세트를 이기긴 했지만 점수 차가 좁혀졌다. 25-22로 세트가 끝났다. 현대캐피탈이 1-3으로 질 경우 우리카드가 점수 득실률에서 앞서는 상황이 된 것이다.
최홍석은 "3세트가 끝난 뒤 선수들 모두 환호성을 질렀다"며 "준결승에 나갈 확률이 높아졌기 때문이다"고 했다. 우리카드 선수들은 4세트 들어 삼성화재를 더 열심히 응원했다. 현대캐피탈이 4세트를 가져간다면 점수 득실률을 따지는 일 자체가 무의미해지기 때문이다.
우리카드 선수들의 간절한 바람이 전해진 것일까. 삼성화재는 4세트를 따내며 경기를 마무리했다. 우리카드는 0.971, 현대캐피탈은 0.954의 점수 득실률을 각각 기록했다. 0.017점이 앞선 우리카드가 준결승행 막차를 탈 수 있었다. 현대캐피탈이 3세트 점수 관리에 좀 더 신경을 쓰기만 했어도 우리카드의 준결승 진출은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다.
최홍석은 "이렇게 극적으로 준결승까지 올라가다보니 선수들 모두 자신감을 얻었다"며 "KB손해보험과 치른 준결승전은 오히려 부담이 덜했다. 분위기가 올라온 덕을 톡톡히 본 것 같다"고 짜릿했던 순간들을 돌아보며 다시 한 번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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