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날씨가 더워지는 6월, K리그 클래식 14라운드가 주중 경기로 열린다.
전체 일정의 3분의 1이 지나간 시점에서 본격적인 순위 경쟁이 시작된다는 점에서 쉽게 넘길 수 있는 경기는 하나도 없다. 이틀만 휴식한 후 곧바로 경기를 치르는 팀이 있다는 점에서 녹록지 않은 일정이다. 그래도 지금 얻는 승점이 시즌 말미에는 큰 위력을 발휘하니 어느 팀이든 승점 사냥헤 소홀할 수 없다.
◆미리 보는 FA컵 16강, 하필 너냐 (3일 19시30분, 포항-전북, 포항스틸야드)분위기가 다른 상황에서 포항과 전북이 외나무다리 승부를 가리게 됐다. 포항은 13라운드에서 대전 시티즌을 맞아 종료직전 이광혁의 극적인 결승골로 2-1로 이겼다. 꼴찌에게 고전했다는 점에서 부끄러운 경기였지만 챙겨야 할 승점 3점을 얻었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 5경기 무승(4무 1패) 고리도 끊었다. 반면, 전북은 성남FC의 황의조에게 두 골을 내주며 1-2로 졌다. 취약점으로 꼽히는 공격 빌드업에서 문제를 일으켰다.
절묘한 시점에서 만나는 양 팀의 승부에 따라 선두권 판도가 요동칠 수 있다. 전북은 2위 수원 삼성에 승점 10점 차로 앞서 있다. 만약 전북이 포항에 잡히면 독주 체제에 금이 가면서 흥미로운 구도가 연출될 가능성이 있다.
또 하나 주목할 점. 양 팀은 오는 6월 24일 FA컵 16강전에서도 만난다. 시즌 3관왕을 노리는 전북은 미리 포항의 콧대를 눌러줘야 한다. 포항은 내년 챔피언스리그 진출이 간절하다. 정규리그 순위 경쟁이 치열하다는 점에서 FA컵 우승으로 보험을 들어 놓으려면 무조건 전북을 넘어야 한다. 기세 대결 측면에서 이번 맞대결 결과가 중요하다.
◆힘을 내요, 슈퍼 파워~ (3일 19시, 부산-울산,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부산과 울산은 개그맨 김영철이 외쳤던 응원 구호 '힘을 내요, 슈퍼 파워~'가 절실하게 필요한 팀들이다. 부산은 강인한 인상 없이 시즌을 보내고 있다. 3승을 거두기는 했지만 강렬한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있는 자원을 활용해 반전을 이끌어내야 하는 윤성효 감독 입장에서는 약발 떨어진 '성효 부적'을 구겨 버리고 현실에서 해답을 찾아야 한다. 대표팀 예비 명단에 들어간 주세종의 발을 믿어야 한다.
시즌 초반 돌풍이 사라진 울산도 마찬가지. 최근 9경기 6무 3패로 무승 탈출에 끝이 보이지 않는다. 상위권 전력이라고 평가받으면서도 상대의 전략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만약 이번 부산전도 승리를 거두지 못하면 윤정환 감독의 지도력에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다. 양동현-김신욱 투톱에 세르베르 제파로프 등 최고의 2선 공격진을 보유하고도 7위에 위치한 것은 자존심 상하는 일이다. 힘을 내고 볼 일이다.
◆스테보 Vs 김호남 (3일 19시, 전남-광주, 광양축구전용경기장)전남 드래곤즈는 9라운드에서 광주FC에 2-3으로 패했다. 노상래 감독에게는 큰 충격이었다. 다시 만나는 경기에서는 꼭 설욕하겠다는 의지로 가득하다. 마침, 스테보가 12라운드 부산전에서 두 골을 넣으며 통산 100개의 공격포인트(74골 26도움)를 해냈다. 감각 좋은 스테보의 머리와 발을 기대할 만하다.
광주는 제주전 1-0 승리 기운을 잇겠다는 기세다. 부상에서 회복한 김호남에게 기대를 건다. 같은 호남팀 간의 겨루기에서 진정한 호남의 강자가 누구인지를 증명하는 것이 필요하다.
◆최문식 감독 데뷔전 승리, 수원이 희생양? (3일 19시30분, 대전-수원, 대전월드컵경기장)최문식 신임 대전 시티즌 감독은 12라운드 포항 스틸러스전을 관중석에서 지켜봤다. 대전이 1-0으로 앞서가다 1-2로 역전패하는 아쉬움을 맛봤지만 그래도 희망을 찾았다. 이전보다는 훨씬 나아진 경기력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수원보다 경기를 적게 치렀다는 점에서 충분히 희망이 있다.
지금까지 대전이 거둔 유일한 승리가 수원을 상대로 한 것이었다. 아드리아노가 경고누적에 의한 출장정지에서 빠져나왔다는 점은 대전이 또 한 번 일을 저지르기에 충분한 조건이다. 수원이 부상자 속출로 고민하는 시점이라는 점에서 최 감독의 정식 데뷔전을 승리로 장식하겠다는 희망을 키워볼 만하다.
◆말이 필요 없는 경인더비, 박주영 활약은? (3일 19시30분, 서울-인천, 서울월드컵경기장)5라운드 맞대결에서 양 팀은 1-1로 비겼다. 그런데 모든 시선은 서울 박주영이 가져갔다. 페널티킥 골을 넣으며 K리그 복귀골을 신고했다. 늑대 축구의 기치를 내건 인천 입장에서는 좋은 경기력을 보이고도 관심이 뒤로 밀렸다는 점에서 다소 아쉬움이 남았다.
다시 만나는 양 팀의 사정은 조금 다르다. 서울은 챔피언스리그 16강 탈락으로 팬들로부터 비난을 듣고 있다. 반대로 인천은 전북, 수원 등 강팀을 상대로 끈질긴 경기력을 보여주며 쉽게 지지 않은 팀으로의 이미지를 굳혔다. 박주영에게 골만 내주지 않으면 승산이 있다고 보고 있다. 흥미로운 결과가 예상된다.
◆한국의 아자디 제주, 학범슨 앞에서도? (3일 20시, 제주-성남, 서귀포월드컵경기장)제주 유나이티드는 안방 최강인 팀이다. 똑같은 선수로 홈에서는 5승 1무인데 원정에서는 2무 5패다. 홈과 원정이 극과 극을 달리지만 홈 승률이 높다는 점은 관중의 관심을 유도하기에 나쁘지 않다. 한국 대표팀이 이란 테헤란의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2무 4패로 한 번도 이기지 못한 것처럼 제주는 홈에서 극강의 힘을 보여준다. A대표팀의 부름을 받은 강수일의 득점까지 터지면 금상첨화다.
부산, 대전, 포항, 광주, 울산, 전남 등이 제주의 홈 불패 깨기에 도전했지만 실패했다. 절묘한 시점에서 지략가 김학범 감독의 성남을 만난다. 성남은 9경기 무패(4승 5무)의 상승세를 타고 있다. 지칠 줄 모르는 성남의 힘이 제주 원정에서도 꺾이지 않을지 주목해 볼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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