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괜히 '학범슨'으로 불리는 것이 아니었다.
'시민구단' 성남FC가 '아시아의 맨체스터 시티'로 불리는 광저우 에버그란데(중국)를 2-1로 눌러 이겼다. 치밀한 전략과 전술을 내세운 김학범 감독과 선수들의 의지가 빛을 낸 결과였다.
성남은 20일 성남 탄천종합운동장에서 광저우와 만나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을 벌였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열세인 성남 입장에서는 악과 깡으로 나서는 것 외에는 별다른 답이 없었다.
광저우는 골잡이 엘케손과 중앙수비수 김영권이 부상으로 결장했지만 충분한 대체 자원이 있었다. 굴라트가 건재했기 때문에 성남 수비진의 부담은 컸다.
그러나 김학범 감독은 '공은 둥글다'는 명제를 증명하기 위해 애썼다. 전반 초반 치밀하게 '선 수비 후 역습'으로 광저우를 압박했다. 광저우는 비기고 2차전 홈경기를 치러도 유리하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성남을 상대했다.
성남은 이를 역이용했다. 정선호와 김철호 두 수비형 미드필더를 두고 철저하게 앞선의 공격 자원 4명이 광저우 수비를 공략했다. 그 결과 23분 조르징요의 선제골이 터졌다.
광저우의 볼 배급자는 중앙 미드필더 정쯔였다. 김 감독은 경기 전날 기자회견에서 정쯔를 봉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미드필드에서만 잘 맞서면 승산이 있다는 이야기였다.
결과적으로 김 감독의 이런 분석은 통했다. 정선호와 김철호는 체력과 몸싸움을 앞세워 정쯔를 집요하게 괴롭혔다. 김두현은 오직 볼배급에만 신경썼다. 세트피스 수비시에는 공간을 좀처럼 주지 않았다. 이 때문에 광저우는 코너킥 시 골지역 중앙에 몰린 선수들이 아닌, 아크 뒤쭉으로 빼서 연결하는 전략을 취했다. 성남의 앞공간을 이용하겠다는 의도였다.
42분 황보웬에게 내준 실점은 딱 한 번 압박이 되지 않은 결과였다. 김 감독은 철저히 측면의 남준재 등 스피드가 있는 자원들에게 드리블로 광저우의 힘을 빼도록 하는데 주력했다. 이런 전략이 효과를 발휘, 후반 20분 광저우의 리슈펑이 몸싸움을 견디지 못하고 히카르도를 고의적으로 밀어 퇴장을 당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추가시간 성남의 페널티킥 결승골도 몸싸움을 집요하게 시도해 얻어낸 것이었다. 조르징요가 상대 수비를 괴롭힌 결과였다. 이래저래 정신력의 우위와 김 감독의 치밀한 분석이 성남의 2-1 짜릿한 승리를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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