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이렇게 빨리 올라올 줄 예상하지 못했어요." 물 만난 고기가 따로 없다. 고종욱(넥센 히어로즈)이 부상으로 팀 전력에서 빠진 서건창의 빈자리를 쏠쏠하게 메우고 있다.
고종욱은 올 시즌 개막을 퓨처스(2군)리그에서 맞았다. 그러다 지난 10일 1군으로 '콜업' 됐다. 12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kt 위즈전에 대타로 올 시즌 첫 1군 타석에 섰다. 4일 뒤 문학구장에서 치른 SK 와이번스와 경기에서는 선발 라인업에 들었다.
두 경기 결과는 3타수 무안타였다. 몸에 맞는 공 하나와 볼넷 한 개를 얻어 출루했을 뿐이다.
그런데 지난 17일부터 19일까지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3연전부터 고종욱은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시작했다.
서건창이 빠진 넥센의 톱타자 자리를 맡으며 이후 23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전까지 6경기 연속 멀티히트를 기록하고 있다. 이 기간 홈런도 두 개나 쳤고 6타점을 뽑아냈다. 리드오프로 나서고 있는 가운데 거둔 성적이라 더 의미가 있다.
고종욱은 1군에 오기 전 퓨처스리그에서 타율 5할5푼2리(29타수 16안타) 10타점 5도루로 펄펄 날았다. 그러나 퓨처스와 1군은 분위기와 실력에서 차이가 있다. 고종욱도 그 점을 잘 알고 있다.
그런데 넥센 주전들의 부상이 그에게 기회가 됐다. 현재까지 그는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있다. 고종욱의 좋은 흐름이 좀 더 유지된다면 서건창이 복귀할 때까지 팀 타선과 전력에 많은 도움이 될 게 분명하다.
고종욱은 송지만 퓨처스 타격코치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는 "송 코치께서 많은 조언을 해주셨다"고 했다. 송 코치는 고종욱이 그동안 기량 발휘를 못했던 원인에 대해 '잘 하려고 하는 욕심 때문'이라고 했다.
고종욱은 지난 시즌 9월 확대 엔트리 때 1군 무대를 경험했다. 그런데 8경기에서 12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소중한 기회를 허무하게 날려버린 것이다. 그는 "당시 구단 버스를 타는 것조차 힘들고 싫었다"고 어려웠던 때를 돌아봤다.
실패에서 교훈을 얻었다. 그는 "만약 그 때 지금처럼 방망이가 잘 맞았다면 분명히 자만했을 것"이라며 "그랬다면 문제점이 무엇인지 몰랐을 것이다. 노력도 덜했을 거고 그냥 하던 대로 하자고 생각했을 가능성이 높았다"고 말했다.
고종욱은 현재보다 미래가 더 밝은 선수다. 자신이 갖고 있는 재능을 선보일 수 있는 기회를 일단 얻었다. 그는 "지금은 욕심을 낼 여유도 그럴 실력도 아니다"라며 "1군에 있는 동안 팀 승리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각오를 전했다.
고종욱이 타선에 가세한 넥센은 4연승을 달리다 두산에게 2연패를 당해 상승세가 주춤했다. 고종욱은 패한 두 경기에서도 홈런 1개를 포함해 멀티히트를 쳤다. 팀 연패로 빛이 바랜 감은 있지만 다시 힘을 내야 한다.
넥센은 24일부터 kt 위즈를 상대로 주말 3연전을 치른다. 넥센은 kt에게 갚을 빚이 있다. 지난 11일과 12일 안방에서 막내구단 kt에게 연패를 당했다. 이번에는 원정에서 kt를 만나지만 분위기 반전을 노리고 있다. 그 선봉에 고종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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