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21일 일본 사이타마현 우라와시의 사이타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G조 조별리그 5차전 수원 삼성-우라와 레즈(일본) 경기에서 나온 '최고의 1분'은 후반 25분 서정원 감독의 선택이었다.
수원은 우라와 원정에서 최소 무승부, 이왕이면 승리를 챙겨야 했다. 조 1위로 16강 진출을 간절히 원하는 수원 입장에서는 이날 지지 않는 경기가 필요했다. 다음달 5일 홈에서 1위 베이징 궈안(중국)과 최종전을 치른다는 점에서 승점이 반드시 필요했다.
서정원 감독은 수원이 후반에 역전골을 넣어 승리하는 이른바 '수원 극장'이 자주 연출되는 데 대해 "극장 싫다"라는 말로 초반부터 안정적인 리드를 통해 승리를 얻고 싶어했다. 지난 18일 FC서울과의 슈퍼매치에서 5-1로 승리하며 올 시즌 가장 좋은 경기를 펼친 뒤 맞이하는 우라와전이라는 점에서 기대감도 컸다.
경기는 생각보다 쉽게 풀리지 않았다. 서정진이 골키퍼와 1대1로 맞서는 찬스를 두 번이나 가졌지만 골키퍼의 선방에 막혔다. 권창훈의 슈팅도 좀처럼 골문을 통과하지 못했다. 공격 주도권은 수원이 갖고 있었지만 정확도가 아쉬웠다.
오히려 우라와가 후반 시작과 함께 하베 유키, 우메사키 다츠카야, 즐라탄 루비안키치를 투입해 공세를 취했다. 수원은 체력을 아끼기 위해 수비적으로 내려서며 역습 기회를 기다렸다. 그러다 24분 즐라탄에게 실점하며 리드를 빼앗겼다.
그래도 '수원 극장'에 대한 믿음이 있어서였을까. 수원은 수원답게 경기를 끌어갔다.
서정원 감독은 후반 25분 서정진을 빼고 고차원을 교체 투입했다. 고차원은 처진 공격수이면서도 측면 날개로 멀티 포지션 소화가 가능하다. 슈퍼매치에 뛰지 않아 체력에도 문제가 없었다.
서 감독의 고차원 카드는 적중했다. 고차원은 수비와 미드필드 사이 공간을 파고들며 우라와의 진영에 공간을 확보했다. 고차원의 동선이 측면에서 중앙으로 치고들다보니 우라와 수비진도 안으로 좁혀서야 했다. 이는 측면에 뒷공간이 생긴다는 뜻과 같다.
그 결과 수원의 동점골이 터졌다. 29분 염기훈이 왼쪽 측면을 파고든 뒤 왼발로 가로지르기한 것을 고차원이 직선적인 움직임으로 골지역 중앙으로 파고들어 헤딩슛해 골망을 갈랐다.
동점골을 넣은 고차원은 계속 헌신적인 움직임을 보여줬다. 우라와는 고차원의 활력있는 움직임을 부담스러워했다. 수원은 이를 놓치지 않았고 집요하게 압박했다. 힘에서 앞서 몸싸움 등 모든 것을 시도했다.
결국, 염기훈이 43분 왼쪽 측면을 파고들어 낮게 가로지르기를 또 시도했고 카이오가 수비 앞에서 왼발로 방향을 바꿔 다시 우라와 골망을 흔들었다. 고차원이 수비진의 체력을 뺀 사이 카이오가 순간적으로 파고들어 몸싸움 방해를 뚫고 역전 결승골을 넣은 것이다. 서정원 감독의 완벽한 선수기용술이 빛난 한 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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