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숙기자] 김성근 감독 선임으로 오프시즌 화제의 중심이었던 한화 이글스가 개막 후에도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무리한 투수 기용에, 빈볼 논란으로 KBO리그가 시끄럽다.
김성근 감독은 시즌 초부터 포스트시즌을 방불케 하는 투수 운용으로 눈길을 끌었다. 매 경기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박빙의 승부를 벌이는 바람에 계획에 없었던 투수를 기용하는 경기가 많아졌다.
좌완 계투요원 권혁은 한화가 치른 12경기 중 8경기에 등판해 10이닝 동안 167구를 던졌다. 8경기 등판은 리그 공동 1위 기록이다. 특히 7일 LG전부터 치른 3경기 중 2경기에서 2이닝 이상 소화하면서 컨디션 조절에 대한 우려를 낳았다.
시즌 초반 2경기에 선발 등판했던 송은범은 최근 3경기 연속 중간 계투로 나서고 있다. 7일 대전 LG전에서 탈보트가 4.1이닝 만에 3점을 내주고 일찍 내려간 뒤 권혁, 안영명 등 6명의 구원진이 등판해 경기를 끝냈다. 송은범은 마지막 투수로 나서 2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10일 사직 롯데전에서는 송은범이 패전투수가 됐다. 9-8로 리드를 잡은 연장 11회말 2사 2루에서 마지막 아웃카운트 하나를 잡기 위해 투수가 권혁에서 송은범으로 교체됐고, 송은범이 장성우에게 던진 초구가 우월 투런포로 연결돼 한화는 끝내기 패배를 당했다. 송은범은 이튿날인 11일 경기에도 마지막 투수로 나서 1.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마무리 투수로 낙점됐던 윤규진이 전력에서 이탈하면서 한화는 불펜진 운영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5경기에서 9이닝을 소화하면서 1승 2세이브 평균자책점 1.00을 기록했던 윤규진은 어깨 통증을 호소해 9일 LG전을 끝으로 더 이상 등판하지 못하고 2군으로 내려갓다. 한화는 시즌 시작부터 마무리 투수 부재 고민에 휩싸였다.
여기에 빈볼 논란까지 더해졌다. 지난 12일 롯데-한화의 사직경기에서 빈볼 시비로 인한 시즌 첫 퇴장이 나왔다. 선발 탈보트가 초반 대량실점하며 일찍 강판당해 1회부터 구원 등판했던 김민우가 4회말 황재균에게 몸에 맞는 볼을 던졌다. 황재균은 1루로 걸어가면서 '사과도 하지 않느냐'는 몸짓을 취하며 불쾌감을 나타냈다.
문제는 다음 타석이었다. 5회말 황재균이 다시 타석에 들어서자, 바뀐 투수 이동걸이 또 몸에 맞는 볼을 던졌다. 초구에 이어 두 번째 공도 황재균의 몸쪽으로 향했다. 두 차례 모두 황재균이 몸을 피했으나 세 번째 공도 몸쪽으로 날아들어 황재균의 엉덩이 쪽을 강타하면서 벤치클리어링이 일어났다.
이후 이동걸은 퇴장당했다. 윤규진의 2군행으로 1군 등판 기회를 얻었던 이동걸이 시즌 첫 1군 무대서 불명예스러운 퇴장 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지난해에도 1군 8경기 출장에 그쳤던 이동걸의 다음 1군 무대 등판이 언제가 될지 아무도 모른다.
빈볼성 투구에 대한 양 팀 감독의 날 선 공방전이 사태에 기름을 부었다. 이종운 롯데 감독이 경기 후 "무슨 의도로 그렇게 했는지 알고 있다. 남의 팀에 피해를 주면 자신의 팀에도 피해가 간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강력한 경고장을 날렸다. 사실상 김성근 한화 감독을 공개적으로 비난한 것이다. 이에 김 감독 역시 빈볼을 지시하지 않았다는 뜻을 밝히면서 상대 감독까지 논란에 가세한 데 대해 불편한 심기를 나타냈다.
한화는 5승 7패로 8위에 머물러 있다. 14일부터 홈에서 상위권 팀 삼성과 NC를 만나는 만만치 않은 일정이 기다리고 있다. 논란의 중심에 선 한화를 향해 야구팬들의 시선이 쏠려 있다. 알찬 경기 내용과 달라진 성적으로 실력을 먼저 증명하는 것이 한화가 논란을 잠재우는 가장 빠른 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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