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울리 슈틸리케(61) 축구대표팀 감독은 김진수(23, 호펜하임)의 대표 차출을 위해 엄격함을 유지해왔다. 마쿠스 기스돌 호펜하임 감독과는 독일 키커지를 통해 언쟁을 벌이며 김진수의 차출에 예외는 없음을 강조했다.
김진수는 이번 시즌 호펜하임 입단 후 제대로 쉰 기억이 없다. 호펜하임에서 데뷔전을 치른 뒤 곧바로 인천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합류해 전경기 풀타임을 뛰었다. 아시안게임서 당한 부상으로 재활을 한 그는 소속팀 호펜하임에서 기스돌 감독의 사랑을 받으며 주전을 꿰찼다.
대표 차출 의무 규정이 없었던 인천 아시안게임은 물론 지난 1월 호주 아시안컵까지 호펜하임의 배려가 아니었다면 김진수는 대표로 뛰기 어려웠다. 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으로 병역혜택을 얻었고 호펜하임과 장기 계약의 길을 얼었다. 서로 윈-윈 게임이 된 셈이다.
아시안컵에서 김진수의 활약은 돋보였다. 제2의 이영표가 될 가능성을 확실하게 보여주며 스스로 대표팀에서 중용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 김진수 덕분에 박주호(마인츠05)를 수비형 미드필더로 활용하는 등 한국 대표팀은 전술적 다양성이 생겼다.
김진수는 호펜하임에서도 부동의 왼쪽 풀백으로 자리 잡아 슈틸리케-기스돌 감독간 밀고 당기기는 어쩔 수 없는 일이 됐다. 아시안컵이 끝나고 팀으로 복귀해서도 8경기 연속 선발 풀타임을 소화했다. 워낙 강행군을 이어가다 보니 탈이 나지 않는 것이 이상할 정도다.
결국, 김진수는 경기 후 뇌진탕 증세로 이번 대표팀 합류가 불발됐다. 장기적으로 본다면 대표팀-호펜하임-김진수 모두에게 나쁘지 않은 일이다. 슈틸리케 감독도 김진수와 직접 통화하며 몸 상태를 확인한 뒤 과감하게 차출 포기를 선언했다.
김진수를 대체할 자원은 많다. 윤석영(퀸즈 파크 레인저스)은 최근 소속팀에서 치른 7경기에 모두 선발로 나서며 기량을 발휘하고 있다. 아스널, 에버턴, 토트넘 홋스퍼 등 쉽지 않은 팀들을 상대로 경기를 뛰며 감각을 살려냈다.
윤석영은 슈틸리케 감독이 아시안컵 대표팀을 꾸리면서 부상이 아니었다면 선발하려고 했던 자원이었다. 이미 지난해 11월 요르단-이란과의 중동 원정에서 그를 선발해 활용했던 경험이 있다. 이번 우즈베키스탄-뉴질랜드 2연전을 통해 다시 한 번 기량을 점검할 기회를 얻은 것이다.'
정동호(울산 현대)는 K리그에서의 꾸준한 활약을 통해 선발된 케이스다. 지난해 울산의 성적이 롤러코스터를 탄 상황에서도 정동호는 좋은 움직임을 보여줬다. 올해 K리그 클래식 개막 후에는 울산 '철퇴타카'의 연결고리에 있다. 활발한 오버래핑이 일품이다. 좌우 풀백 모두 소화 가능한 자원이라는 점에서 슈틸리케가 원하는 멀티플레이어 능력을 갖췄다.
울산 관계자는 "(정)동호가 A대표팀 발탁 소식을 듣고 난 뒤 상당히 놀라면서도 충분히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더라. 의욕이 상당해 아마 재미난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라며 국가대표 활약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이미 아시안컵에서 희생의 가치를 온몸으로 보여준 박주호까지 포함하면 왼쪽 풀백 자리는 김진수까지 4대1의 경쟁률이 된다. 오는 6월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을 앞두고 이번 2연전은 마지막 점검 기회다. 슈틸리케의 밑그림이 어떻게 그려질지 흥미로운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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