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숙기자] 2008년 은퇴 후 6년 만에 다시 오른 1군 마운드였다. 신윤호(40)는 "마지막으로 마운드에 다시 설 수 있게 해준 SK에 감사했다"고 말했다. 그에게 주어진 기회는 단 두 차례. 신윤호는 2경기에서 평균자책점 9.00의 기록을 남기고 그라운드를 떠났다. 신윤호는 "방출은 예상하고 있었다"고 했다.
LG에 입단해 2001년 다승왕과 승률왕, 구원왕을 휩쓸면서 스타로 떠올랐지만 이후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잊혀갔다. 팔꿈치 부상으로 2008년을 끝으로 은퇴했던 신윤호는 야구코치 등으로 활동하다가 현역 복귀의 꿈을 품고 2014시즌을 앞두고 테스트를 거쳐 SK에 입단했다.
신윤호는 지난해 8월 31일 KIA전에 선발 등판해 2이닝 4피안타 2실점을 기록했다. 2004년 10월 3일 대구 삼성전 이후 무려 10년, 3천619일 만의 선발 등판이었다. 이후 9월 10일 롯데전에서 1이닝 4피안타 1실점을 기록한 뒤 더 이상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다. 신윤호는 "어쩔 수 없는 일 아닌가. 어렵게 잡은 기회였는데, 제대로 못 했다. 1군 마운드에 다시 올랐다는 것만으로도 감격스러웠다"고 말했다.
그라운드를 떠났지만 야구공은 놓지 못하고 있다. 신윤호는 "선수의 길은 포기했지만, 여전히 사회인 야구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들은 아버지의 뒤를 이어 휘문중학교에서 야구 선수로 뛰고 있다.
신윤호에게는 잊을 수 없는 '1년'이었다. 끝난 줄만 알았던 야구와의 인연이 다시 이어졌다. 프로팀 재입단은 인생의 새로운 도전이었다. 불혹의 투수는 야구 후배들에게도 본보기가 됐다. 신윤호는 "지난 1년은 의미가 남다르다. 포기하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기회가 온다는 것을 깨달았다"면서 "후배들도 작은 실패에 좌절하지 말고 쉼 없이 달렸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신윤호는 야구를 떠난 뒤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그는 현재 참치 유통 업체 '참그래'에서 영업 담당 업무를 맡고 있다. "야구 레슨을 했을 때 인연이 닿은 분의 회사에 취직하게 됐다"고 전한 신윤호는 "역시 야구가 제일 쉽다"면서 웃었다.
자신의 업무를 소개하는 신윤호의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우리 회사는 참치를 정육점으로 납품한다. 참치는 전문 매장에서 먹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한데, 이제 정육점에서도 누구든 편하게 사 먹을 수 있다. 가격도 저렴하다. 참치의 대중화를 이끌고 싶다." "참치를 정육점에서 판다는 게 생소하죠?"라고 묻는 신윤호에게서 어느새 야구선수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야구를 떠나 다시 사회로 뛰어들었다. 신윤호는 "사회에 돌아오니 여전히 몰랐던 것 투성이다. 야구는 무엇이든 익숙한데, 사회는 참 어렵다. 이 일을 통해 세상을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목표도 달라졌다. 그는 "이제 사회에서 성공하고 싶다. 열심히 일을 배워서 나중에는 내 회사를 차려야 하지 않겠나. 과정을 차근차근 밟아가다 보면 야구처럼 내공이 쌓일 것"이라면서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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