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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틸리케호 샛별 이정협, 축구 포기할 뻔했던 적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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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시절 골 못넣는다고 자책하며 눈물 펑펑, '외유내강'

[이성필기자] 2015 호주 아시안컵이 낳은 스타 이정협(24, 상주 상무)이 지속해서 축구대표팀에 살아남을 수 있을까. '군데델라' 이정협의 향후 행보가 새로운 관심사로 떠올랐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5번이나 상주 경기를 보고 이정협을 대표 발탁을 했다는 이야기는 잘 알려져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정협의 가능성을 믿었고, 이정협은 그 믿음에 아시안컵에서의 활약으로 보답했다. 그렇다고 이정협에게 국가대표로서 탄탄대로가 약속돼 있는 것은 아니다. 이제부터는 또 다른 상황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강력한 경쟁자들과 생존경쟁이 예고돼 있는 것이다.

먼저, 김신욱(울산 현대)이 칼을 갈고 있다. 이정협보다 10㎝나 더 큰 196㎝의 신장을 가진 김신욱은 부상으로 아시안컵 대표팀에 합류하지 못했다. 장신 스트라이커라는 수식어는 김신욱의 장점을 고스란히 설명해준다.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도 김신욱은 머리로 연결하는 패스의 정확도를 앞세워 좋은 활약을 펼쳤다. 머리로 하는 패스는 사비(FC바르셀로나) 이상이라는 누리꾼들의 평가도 있었다.

베테랑 이동국(전북 현대)도 언제든 다시 대표팀에 복귀할 수 있다. 부상이 아니었다면 그 역시 아시안컵 대표팀에 충분히 승선할 수 있었다. 경험과 노련미를 바탕으로 위치 선정 능력이 뛰어난 그는 골 결정력 걱정이 여전한 대표팀에는 매력적인 카드다.

그래도 이정협이라는 새 얼굴의 발굴은 원톱 자원이 부족한 한국대표팀에는 큰 힘이다. 3일 국제축구연맹(FIFA)은 홈페이지를 통해 아시안컵에서 빛난 샛별 5명을 선정하며 이정협을 꼽기도 했다.

무명에서 일약 스타로 발돋움한 이정협. 그가 갖고 있는 승리욕을 엿볼 수 있는 오래된 일화가 있다.

2008년 부산 아이파크 유스팀 동래고 2학년 재학 시절, 이정협은 한국프로축구연맹이 프로 산하 유스팀의 발전을 위해 출범시킨 챌린지리그를 경험했다.

당시 동래고가 속한 남부권역의 팀들은 막강했다. 울산(현대고), 포항 스틸러스(당시 포철공고), 전남(광양제철고) 등 오래 뿌리내린 팀들과 경쟁이었다. 부산, 경남 지역의 명문 학원팀에서 2007년 부산 아이파크 유스팀으로 전환한 동래고로서는 모두 버거운 상대들이었다.

시련의 연속이었다. 동래고는 챌린지리그 첫 경기에서 현대고에 1-4로 완패한 것을 시작으로 8경기를 치르는 동안 단 1승도 거두지 못하고 1무 7패를 기록했다. 2연패 뒤 1무를 한 다음 다시 5연패에 빠졌다. 득점은 5점에 그쳤고 실점은 24실점이나 됐다. 그야말로 동네북 신세였다. 당시 이정기라는 이름을 달고 뛰었던 이정협은 1골만 넣었다.

자존심이 상한 이정협은 8경기 무승의 마지막 경기였던 그 해 5월 17일 광양제철고와의 원정 경기에서 0-3으로 패한 뒤 목욕을 하고 나와 팀 관계자에게 눈이 빨갛게 물들 정도로 울며 심하게 자책을 했다. 공격수인데도 골을 못 넣는 자신 때문에 팀이 패하는 것 아니냐며 눈물을 펑펑 쏟았다고 한다.

한바탕 울고난 그는 폭탄선언을 했다. 그는 "내가 이것밖에 안 되는 선수인데 축구를 해서 성공할 수 있겠느냐. 부산 집으로 돌아가서 부모님께 말씀드리고 축구를 관두겠다"라며 축구 포기 의사를 밝혔다. 당시 동래고 감독이었던 박형주 현 부산 아이파크 유소년 총괄 매니저가 부산에 도착한 뒤 밤늦게까지 그를 설득을 해서 겨우 마음을 되돌렸다고 한다.

욱했던 마음을 가라앉히고 경솔한 발언을 뉘우친 이정협은 자기 생각이 짧았다며 "다시는 이런 말을 하지 않겠다. 열심히 해서 부산에 입단하겠다"라며 강한 승리욕을 불태웠다. 이 일은 이정협이 부모님께도 말하지 않아 지금까지도 모른다.

결국, 이정협은 다음 경기였던 5월 24일 포철공고와의 경기에서 선제골을 터뜨리며 팀에 2-0 승리를 안겨줬다. 유스팀 전환 후 동래고가 첫 승리를 맛본 역사적인 날이었다. 이후 다시 3연패를 하며 리그를 마감했지만 이정협이 축구에 새롭게 눈을 뜨는 계기가 됐다. 이듬해 챌린지리그에서는 5골을 터뜨렸고 가능성을 확인한 부산에 우선지명됐다.

프로 입단 후 주전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인내하며 2013년을 버틴 이정협은 상주 상무에 입대해 자기 발전을 위한 노력을 계속했다. 그러다 운명처럼 슈틸리케 감독의 눈에 띄었고 '군데렐라'로 재탄생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정협이 고교 시절 진짜로 축구를 포기했다면 이번 아시안컵에서 그가 뛰는 모습은 보지 못했을 것이다. 여린 듯하지만 속은 강하고 승리욕으로 눈물을 뿌린 적도 있는 이정협이다. 앞으로도 슈틸리케 감독의 부름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점쳐보는 이유이기도 하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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