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재기자] "단지 우승컵만 갖고 있지 않을 뿐이다."
울리 슈틸리케(61) 축구대표팀 감독이 국민들에게 대표선수들을 자랑스러워해 달라고 부탁했다. 한글로 쓴 글을 직접 읽으며 진한 감정을 표현했다.
한국은 31일 오후(한국시간) 호주 시드니의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열린 2015 호주 아시안컵 결승전에서 호주에 연장 접전 끝에 1-2로 패해 55년 만의 우승 숙원을 풀지 못했다.
하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좌절하지 않았다. 그는 경기 후 "우리가 우승을 못 했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단지 우승컵만 갖고 있지 않을 뿐이다. 많은 사람이 우리가 잘했다고 격려한다. 지인들에게 선수들이 열심히 싸웠다고 연락을 받았다. 양 팀 중 누가 이겨도 이상하지 않았을 경기다. 무승부를 통해 2년씩 우승컵을 보관하길 바랐는데 그러지 못했다. 양 팀이 적당한 시기에 좋은 대결을 펼쳤다"라고 준우승 소감을 전했다.
이날 슈틸리케 감독은 줄곧 중앙 미드필더로 활용했던 박주호(마인츠05)를 왼쪽 날개 공격수로 배치하고 장현수(광저우 부리)를 기성용(스완지시티)의 포지션 파트너로 내세우는 파격적인 승부수를 던졌다.
이에 대해 슈틸리케 감독은 "오늘 선발진은 호주를 철저히 분석한 후 내린 결정이었다. 양쪽 측면에 공격수를 두는 것은 위험 부담이 컸다. 호주의 양 풀백들이 위력적이었다. 오늘 특별히 수비에서는 문제가 없었다. 경기를 어렵게 풀어나간 게 실점으로 이어졌고 정신적으로 경기를 뒤집기 어려웠다"라고 설명했다.
후반 막판 중앙수비수 곽태휘(알 힐랄)의 원톱 배치도 같은 이치다. 그는 "종료 5분을 남기고 곽태휘를 원톱으로 기용했다. 피지컬적으로 공격 1선에서 싸워줄 선수가 필요했다. 이정협이 경련이 일어나 교체했지만 최고의 경기를 했다"라고 얘기했다.
연장 전반 15분 실점의 빌미를 제공한 김진수(호펜하임)에 대해서도 격려 메시지를 전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김진수는 나이가 어리고 독일에서 뛴 지 반 년밖에 안 됐다. 미래가 밝다. 실수는 105분에 나왔다. 경기 내내 상대 진영을 오르내리면 인간으로서 실수가 나올 수 있다. 미래가 창창해 잘 만들어 나갈 것이다"라고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앞으로 대표팀 운영에 대해서는 충분히 발전 가능하다며 밝은 미래를 예고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두 골을 허용했지만, 선수들이 정신적으로 괜찮았다. 두 번째 실점 때는 침착하게 대응하지 못한 게 아쉽다. 차근차근 시간이 지나면 이런 점들은 좋아질 것이다. 아직 7~10회로 A매치 경험이 적은 선수들이 있지만, 충분히 발전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마지막으로 슈틸리케 감독은 한글로 적은 종이를 꺼내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 우리 선수들 자랑스러워 해도 됩니다"라고 더듬더듬 읽었다.
이어 "미래를 향해 올바른 방향으로 잘 나아가고 있다. 사흘 전 훈련에서 4강전에서 주전으로 뛴 선수들, 비주전으로 뛴 선수들로 나눴다. 비주전에는 8명의 필드플레이어와 2명의 골키퍼가 있었다"라며 "그중 한 명은 1분도 뛰지 못한 골키퍼(정성룡)도 비주전조에 있었다. 한국 대표팀을 모르는 사람이 와서 봤다면 정성룡이 넘버원 골키퍼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만큼 모든 선수가 함께 거둔 결실이다. 우리 대표팀의 가장 큰 결실이 바로 모두가 이뤄냈다는 점이다"라고 팀플레이를 통해 원팀이 된 것을 긍정적인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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