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2014년은 K리그 시도민구단의 누적된 문제가 폭발한 해였다. 선수단에 대한 임금체납은 뉴스거리도 되지 못했다. 몇 개월 만에 임금이 지급됐다가 화제였다. 그만큼 시도민구단은 재정적으로 열악한 환경에 놓여 있다는 의미다. 또한 시·도민의 화합을 위해 프로축구단을 창단했다고는 하지만 자치단체장이 구단주라 정치적 영향력을 피하지 못하면서 이런저런 곡절도 많았다.
K리그의 근간 중 한 축인 시도민구단이 흔들리는 것, 한국 축구에 고민거리로 다가왔다. 기업구단의 창단이 쉽게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시도민구단은 K리그 구성과 유지를 위한 만능처럼 여겨졌지만, 창단 1~2년 안에 자본금 잠식 등 부정적인 면만 확산됐다.
특히 성남FC와 경남FC의 사례를 통해 시도민구단은 혁신이 필요함을 확인했다. 구단주의 말 한 마디에 팀 존립까지 걱정하는 기형적 의사결정 구조는 K리그가 그동안 자생력을 키우지 못하고 그저 버텨만 왔음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줬다.
예산을 쥐고 있는 구단주의 마음에 따라 갈리는 시도민구단의 시스템을 개선하지 못하면 앞으로도 문제는 계속될 수 있다. 이미 다수의 구단은 예산 지원에 발목이 잡혀 시도청 구단처럼 운영되고 있다.
별일이 아닐 수 있지만, 구단 문서 시스템마저 해당 지자체의 양식을 그대로 쓰는 등 종속화 분위기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구단 프런트가 다양한 정책을 만들고 보고하는 것이 주가 아니라 문서의 글자 수와 글씨체에 신경을 써야 하는 등 공무원 집단의 기준에 맞추느라 아까운 시간만 허비하는 일도 있다.
사무국 인사 역시 독립적이지 못하다. 대전 시티즌은 지난해 함께 일했던 계약직 사원의 재계약을 시도하려 했지만, 대전시의 반대로 손을 쓰지 못하고 있다. 구단이 계약 연장이 아닌, 1월 1일 자로 재채용을 하는 것으로 부담을 줄이겠다는 방안까지 내놓았지만 아무런 대답이 없는 상황이다.
경남FC도 마찬가지다. 챌린지(2부리그)로 강등된 뒤 구단 사무국을 축소하는 과정에서 말단급 직원들의 사표만 수리했다. 수상한 개선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고 의혹은 점점 더 증폭되고 있다.
시도민구단 고위직은 더 암울하다. 지난해 구단 경영 합리화에 앞장섰던 김세환 대전구단 사장의 거취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전임 염홍철 시장의 사람이고 정치인이 구단 사장으로 외도했으니 알아서 물러나야 하지 않느냐는 기류가 구단과 시를 감싸고 있다. 축구단 경영진을 구단주의 정치적 행보를 위해 헌신했던 이들에 대한 보상 직책 정도로 여기는 행태는 변함이 없다. 감독 선임 작업에 애를 먹고 있는 인천 유나이티드는 학연, 지연의 폐해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시도민구단들이 해결해야 할 일들이 누적돼 있지만 달리 생각하면 지난해 터져 나온 각종 문제들은 K리그와 한국 축구에 오히려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문제가 뭔지는 드러났으니 해결책을 찾아 보자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는 철저한 반성과 자생을 위한 기반 마련의 적기로 삼을 만하다.
사례들은 다양하게 제시되어 있고 모두가 알고 있다. 가장 많이 제시되는 것이 지역사회 공헌사업을 시도민구단들이 더 적극적으로 시도하는 것이다. 일본 반포레 고후는 지난해 603회의 봉사 활동을 했다. 초등학교 방문은 물론 지역사회 단체와 연계해 전방위 활동으로 구단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기 위해 애썼다.
K리그도 가능성은 충분하다. 시도민구단이 정치적 외풍에 구단 수장에 변화가 있어도 시스템만 잘 구축돼 있으면 얼마든지 지역사회와 더 밀착할 수 있다. 지난 2009년 창단한 강원FC는 사랑의 집짓기 등 다양한 봉사활동으로 주목을 받았지만, 최순호(현 대한축구협회 부회장) 감독이 사퇴하면서 횟수가 급격하게 줄었다. 성적이 하위권을 맴돌다 보니 선수단 운영 중심의 구조를 탈피하지 못했다.
시도민구단의 자생 노력은 자연스럽게 선수단의 인식 변화와도 연결된다. 구단의 경영 개선을 위해 임금 구조에 대한 이해와 설득은 물론 출전, 승리, 골로 세분된 과다한 성과보수 제도의 철폐가 요구된다. K리그는 이미 구단 운영비에서 선수단 임금이 차지하는 비율이 60% 이상이다. 성적 향상을 위해 수당을 남발해온 구단들의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경남FC에서 생활했던 박공원 안산 경찰청 사무국장은 "선수들도 내 구단이 잘 돼야 나도 잘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공동체 의식을 가지지 않으면 공멸할 수 있다. 감독이나 선수는 구단을 떠나면 되지만 구단은 그대로 있지 않느냐. 프런트가 강력한 힘을 가지고 선수들의 생각을 바꿔놓지 않으면 개혁은 요원할 것이다"라며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인식 변화를 강조했다.
구단 역시 다양한 인재를 채용해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현재 시도민구단은 8~15명 사이로 사무국을 구성하고 있다. 한 사람이 멀티플레이어로 일을 처리하다 보니 업무의 피로도가 높고 창의적인 역량을 발휘하기 힘들다.
일부에서는 시도민구단의 성적이 대부분 중하위권에 있다 보니 지금의 사무국 인원도 많다는 지적을 한다. 하지만 지역사회에 적극적으로 파고들 인력이 있어야 관중을 그러모으고 선수들이 즐겁게 뛸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그래야 성적 향상으로 이어진다는 논리도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A구단 사장은 "시도민구단의 혁신은 기업구단의 운영 개선과도 연결되어 있다. 모기업에 기대는 구조가 (시도민구단의) 지자체 의존과 비슷하다. 사무국은 독립적인 행정을 위해 더 큰 목소리를 내며 지자체에 시스템을 이해시켜야 한다. 더 이상 방치하면 K리그는 아무 소리도 지르지 못하고 죽을 수 있다"라고 얘기했다. 독립적인 구단 운영을 위해 머리를 맞대야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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