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10구단 체제로 펼쳐지는 첫 시즌. 2015년 가장 주목받는 프로야구 구단은 단연 한화 이글스다. 최근 6년 간 5번이나 꼴찌를 도맡았지만 '야신' 김성근(73) 감독이 부임하면서 우승을 꿈꾸기 시작했다. 김 감독 특유의 지옥훈련 등 한화의 소식은 연일 뉴스의 메인 페이지를 장식 중이다.
프로야구에 한화가 있다면 최근 방송가에서는 웹툰을 원작으로 한 '미생'이라는 드라마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드라마 속 주역들인 영업3팀은 미운오리새끼같은 존재에서 팀원들 간의 결속을 바탕으로 실적을 올리며 점차 성장해 나간다.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열정과 노력, 휴머니즘이 시청자들에게 큰 감동을 선사했다.
현재 한화 이글스에서도 어딘지 영업3팀과 비슷한 느낌이 풍긴다. 비슷한 역할, 성격의 캐릭터도 눈에 띈다. 독수리군단이 미생에서 완생으로 가기 위해 막중한 임무를 맡은 주요 인물들을 영업3팀 캐릭터에 비춰 꼽아봤다.
◆오차장≒김성근 감독…탁월한 리더십에 워커홀릭, 식구들 사랑
오차장이 과장 시절부터 영입3팀을 지켰고, 김성근 감독은 한화에 새로 부임해 왔다는 점이 다르지만 두 인물에는 여러가지 공통점이 있다. 탁월한 리더십에 일(야구)밖에 모른다는 점, 자기 식구들을 끔직히 챙긴다는 점 등이 그렇다.
김성근 감독은 인생 자체가 곧 야구다. 온통 야구 생각뿐인 김 감독은 일흔이 넘는 나이에도 지칠 줄 모르는 열정으로 그라운드를 지키며 선수들을 혹독하게 몰아붙인다. 선수들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또한 특유의 리더십으로 선수들이 자신의 훈련 방식에 저항없이 따를 수밖에 없도록 만든다.
물론 스스로의 소신 때문이기도 하지만, 김 감독이 그동안 거쳤던 팀에서 구단과 갈등을 겪어온 것은 선수들을 챙기느라 빚어진 일이기도 하다. 오차장이 장그래를 '우리애'라고 표현하듯, 김 감독도 선수들을 '아이들'이라 표현하는 것도 애정이 담긴 비슷한 뉘앙스다.
한화의 성적은 김 감독의 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야구는 감독이 한다'는 것이 김 감독의 오랜 지론. 특히나 약체 이미지가 굳어져 있는 한화에서는 김 감독의 존재감이 절대적이다. 벌써부터 타구단에서 한화를 경계하는 목소리를 내는 것도 다름 아닌 김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김대리≒김태균…사실상 팀의 기둥, 듬직하게 중심 잡아야
김대리라는, 팀의 중심을 잡아주는 인물이 없었다면 오차장의 리더십도, 영업3팀의 매력도 빛나지 않았을 지 모른다. 한화에서 김대리같은 역할을 꼽자면 '주장' 김태균(33)이라고 할 수 있다. 듬직한 체구, 사실상 팀의 기둥이라는 점이 닮았다. 리더와 팀원들 간의 연결고리라는 점 역시 비슷하다.
부임 직후 김성근 감독의 시선이 우선적으로 향한 곳도 김태균이었다. 취임식 자리에서는 "김태균은 앞으로 반 죽었다", "20대로 돌려놓겠다" 등 김태균을 겨냥한 발언을 쏟아냈다. 물론, 둘만의 악수를 나누면서는 "내년에도 이렇게 손잡고 같이 웃자"고 의미심장한 말도 건넸다.
주장 역할도 김태균의 몫이다. 김성근 감독의 지목으로 전임 김응용 감독 시절 맡았다 내려놓았던 주장 완장을 다시 어깨에 차게 됐다. 김대리가 오차장을 전적으로 믿고 따르듯, 김태균 역시 김 감독에 대한 믿음이 강하다. 김태균은 "훈련이 힘든 것은 문제 없다. 몸이 힘들어도 정신적으로 행복하면 된다"며 "고참으로 감독님을 잘 모시고 후배들을 잘 이끌겠다"고 말했다.
2015시즌은 김태균 스스로도 보여줘야 할 것이 많다. 2008년 31홈런을 기록한 이후 20홈런을 넘은 적이 없는 김태균이다. 거포 본능을 되살려야 한다. 김 감독도 김태균에게 30홈런-100타점을 주문했다. "김태균이 살아야 한화가 산다"는 김 감독의 기대에 김태균이 부응할 차례다.
◆장그래≒이태양…어린 나이에 주축으로 성장, 한 단계 도약 바라봐
장그래는 '미생' 속 주인공이다. 고졸 계약직으로 입사해 인생의 쓴맛을 견뎌내며 팀의 주축으로 성장하는 캐릭터다. 장그래를 보면 고졸신인으로 입단,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이며 팀의 간판으로 거듭나고 있는 투수 이태양(25)이 떠오른다.
입사 초반 별 볼 일 없던 장그래와 마찬가지로 이태양 역시 입단 당시 큰 기대를 받지 못했다. 이태양은 2010년 효천고를 졸업하고 신인 드래프트 5라운드 전체 36번째로 한화의 부름을 받았다. 지명 순위가 당시 이태양의 기대치를 잘 설명해준다.
지난해 이태양이 올스타전 출전에 아시안게임 국가대표로 선발돼 금메달까지 목에 걸 수 있었던 것은 짧지 않은 2군 생활을 묵묵히 견뎌왔기 때문이다. 3년 간의 2군 생활 끝에 2013년 2군 무대에서 가능성을 인정받았고, 지난해 마침내 꽃을 피운 것이다.
이제는 한 단계 더 성장할 차례다. 아직 자타 공히 '에이스'라고 하기엔 부족하다. 하지만 향후 한화의 토종 에이스 역할은 이태양이 해내야 한다. 영업3팀 장그래의 맹활약과 같은 한화 이태양의 눈부신 투구가 기대된다.
◆천과장≒조인성…전력 보강 위한 영입, 베테랑 존재감 기대
천과장은 경력직으로 입사한 인물로, 업무 능력이 출중해 회사 내 전력 보강이 필요한 영업3팀으로 발령이 난다. 국가대표 포수 출신으로, 한화가 안방 불안 해결을 위해 외부에서 영입한 조인성(40)과 역할이 비슷하다.
천과장이 오차장과 그랬듯, 조인성 역시 김성근 감독과 LG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사이다. 조인성은 2002년 LG의 주전포수로 김 감독과 함께 LG의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이끌었다. 김 감독과의 재회에 조인성은 의욕적으로 시즌을 준비 중이다. 김 감독의 혹독했던 마무리캠프를 완주한 몇 안되는 선수 중 한 명이 바로 조인성이다.
천과장은 적응기를 마치고 베테랑으로서 묵묵히 영업3팀에 힘을 보탰다. 조인성도 화려했던 과거를 뒤로하고 이제는 팀을 위해 희생할 준비가 돼 있다. 이미 지난해부터 조인성은 경기 출전과 상관없이 자신의 풍부한 경험을 정범모 등 팀 내 후배 포수들에게 전수해 왔다.
올 시즌도 조인성의 역할은 막중하다. 정범모와 함께 한화 안방을 책임져야 하는 것. 어느덧 마흔을 넘긴 나이지만 김 감독은 조인성에게 풀타임을 뛸 수 있는 체력을 주문해 놨다. 경쟁자 정범모가 아직 완전히 성장하지 못했기 때문에 안방의 중심은 조인성이 잡아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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