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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 판 흔든 장그래는 왜 민폐 '짠그래'가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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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백기들이 만든 '미생', 장그래 민폐 만든 비극

[장진리기자] 원인터내셔널에 뚝 떨어진 장그래는 무조건 열심히 했다. 동료 인턴들은 장그래에게 "계속 그렇게 열심히 해보라"며 장그래에게 조롱 섞인 핀잔을 보냈지만, 동료들의 비웃음에도 장그래는 계속 열심히 했다.

장그래가 무식하리만큼 뭐든 열심히 한 것은 방법을 몰랐기 때문이었다. 장그래가 바둑에 바친 십수년의 열정은 원인터내셔널 안에서 '무 경력, 무 스펙, 고졸검정고시 출신'이라는 간단한 말로 대변됐고, 원인터내셔널이 원하지 않는 장그래의 십수년은 곧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십수년이 됐다.

사실 장그래는 누구보다 영민했다. 한 발 먼저 나아가 수를 읽는 것은 물론 판 전체를 내다보는 능력도 지녔다.

그러나 tvN 금토드라마 '미생'(극본 정윤정 연출 김원석) 속에서 장그래 캐릭터는 민폐덩어리로 전락했다. 물론 마지막회에서 '얼굴이 곧 개연성'인 막강 비주얼과 맷 데이먼도 울고 갈 '본 얼티메이텀'을 넘보는 액션, "날 홀려보라"고 오상식에게 받은 대로 갚아주는 능글거림까지 장그래 팬들을 위한 팬서비스를 선보였지만 장그래 캐릭터는 이미 산으로 간 뒤였다.

한 인터뷰에서 김원석 PD는 가장 감정이입했던 캐릭터로 장백기를 꼽았다. 인터뷰를 통해 김원석 PD는 "원작을 볼 때부터 이입했던 사람은 장백기였고, 실제 상사맨들을 만나봐도 대부분이 장백기에게 이입한다"며 "나 역시 장백기의 심정으로 원작을 봤다"고 말했다.

중반부터 시작된 '미생'의 파국은 정확히 이 지점에서 시작한다. 극을 연출하는 김원석 PD는 장그래가 아닌 장백기에 감정의 중심을 두면서 원작 '미생'과 드라마 '미생'은 방향을 달리하기 시작한 것.

극 중 장백기는 뛰어난 스펙을 자랑한다. 이직을 고민하던 장백기의 PC 화면 속 이력서에서는 서울대 독어독문학과부터 다양한 인턴 경력까지 단 한 순간도 쉬지 않고 치열하게 살아온 그의 20대가 보인다. 화면을 통해 나타난 평범하다 못해 초라하기 그지 없었던 장백기의 자취방을 통해 장백기가 왜 장그래에게 이유없는 공격심과 열등감을 보였는지 엿볼 수 있었다. 자신이 어렵게 이룬 것들을 장그래가 낙하산으로 쉽게 얻었다고 생각한다면 장백기 입장에서도 썩 기분 좋을 리는 없는 노릇일 수도 있다. 결국 장백기는 장그래를 이해하기로, 이해해보기로 한다. '우리의 시간이 같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내일 보자고.

이런 장백기의 눈으로 장그래를 바라본 드라마 '미생'은 계약직으로 참 애쓰고 열심히 했던 장그래, 그 이상의 해석으로는 나아갈 수는 없었다. 원작에서 남다른 직관과 통찰을 발휘하며 '애는 쓰는데 자연스럽고 열정적인데 무리가 없다'는 칭찬을 받았던 장그래는 무리할 정도로 애를 쓰고 불필요한 일에 열정적인 민폐 캐릭터로 전락했다.

위대한 원인터내셔널 사원들은 지나친 열정으로 위기에 처한 장그래 일병 구하기에 나선다. 오상식은 자신만 바라보는 세 아이 대신 장그래를 구하기 위해 자신의 커리어를 걸고, 장그래에게 "너를 구제하겠다"고 약속한다. 오상식이 부르짖는 '구제'에서는 원인터내셔널 사람들이 장그래를 정사원으로 만드는 것에 얼마나 대단한 선민(選民)의식을 발휘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결국 수많은 장백기들이 만든 '미생' 속에서 장그래의 '완생(完生)'은 정직원 전환에 지나지 않았다. 판을 읽고 흔들었던 장그래는 '짠그래'에 머물렀다. '미생'은 분명 수많은 시청자들에게 위로를 줬지만 동시에 씁쓸한 현실을 재확인시켰다.

조이뉴스24 /장진리기자 mari@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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