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영기자] 2014년 안방극장, 톱스타들은 이름값을 했을까.
올 안방극장에는 많은 톱스타들이 복귀했다. 수많은 작품들에 스타들이 포진됐으며 톱스타 대 톱스타가 맞붙는 드라마도 많았다.
사실 드라마 흥행에 있어 '톱스타 캐스팅'이 무조건적인 정답은 아니다. 탄탄한 대본과 연출력이 뒷받침되어야 하고, 타 출연진들과의 호흡도 좋아야 한다. 작품의 완성도가 최우선이다.
그러나 톱스타 캐스팅은 여전히 달콤한 카드다. 한류 열풍과 해외 판권 등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기도 하지만 시청자들의 리모컨 향방에도 여전히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무엇보다 연기력과 화제성을 두루 갖춘 톱스타라면, 더할 나위 없다.
올 안방극장에는 시청률 홈런을 치며 이름값을 제대로 한 스타들도 있고, 톱스타의 출연에도 흥행에 실패한 작품도 수두룩했다. 드라마의 흥행과는 별개로 스타성과 연기력으로 호평 받은 스타들도 있었고, 호연에도 불구하고 허술한 작품으로 아쉬움이 많았던 스타들도 있었다.
올 안방극장 톱스타들의 성적표를 살펴봤다.
◆김수현·전지현·조인성·송윤아·신하균, 존재감 입증했다
톱스타들의 안방 러시가 이어진 가운데 존재감을 제대로 발휘한 스타들이 있다. 시청률 대박을 터트리며 혹은 캐릭터에 제대로 녹아들며 '반가운 귀환'을 했다. '별에서 온 그대'의 김수현과 전지현을 필두로 '괜찮아 사랑이야'의 조인성, '마마'의 송윤아, '운명처럼 널 사랑해'의 장혁, '미스터백' 신하균 등이 그 주인공이다.
올 초 종영한 SBS '별에서 온 그대'는 김수현과 전지현의 진가를 다시 한 번 확인하게 한 드라마였다. 김수현은 '해를 품은 달'에 이어 다시 한 번 흥행 신화를 쓰며 '안방 불패'를 이어갔고, 전지현은 14년 만의 안방복귀를 성공적으로 이뤄냈다. '별그대'는 30%대에 육박하는 높은 시청률로 올해 방영된 미니시리즈 중 가장 높은 성적을 거뒀다.
김수현은 400년 동안 그 누구에게도 마음을 열지 않았던 외로운 이방인 도민준 역을 특유의 말투와 어법까지 자연스럽게 연기, 시청자들을 몰입케 했다. 김수현이 아닌 도민준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완벽했던 도민준을 살아숨쉬게 한 것은 완전히 김수현의 힘이었다.
전지현은 14년만에 브라운관에 컴백해 '천송이'라는 딱 맞는 캐릭터를 제대로 소화했다. 예쁘고 섹시하며 매력 넘치 여배우인 동시에 거만하고 시건방지며 무식하고 무지한 두뇌를 가진 천송이를 자유자재로 연기한 것. 능글맞은 코믹 연기부터 애틋한 로맨스까지 소화했다. 전지현의 연기는 물론 의상부터 헤어 스타일까지 연일 화제를 모으며 '천송이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다.
SBS '괜찮아 사랑이야'(이하 괜사)의 조인성도 돋보인 스타였다. 사실 시청률은 10%대 안팎으로, 흥행에서 큰 재미를 보지는 못 했다. 그러나 '괜사'는 단순히 로맨틱코미디를 넘어 사람들을 치유해주는 고품격 힐링 드라마로 사랑받았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신들린 연기를 자랑하는 조인성이 있었다. 완벽한 작가와 달콤한 연인, 정신분열증 환자까지,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이 복잡다단한 장재열이라는 캐릭터를 완성해 낸 건 조인성의 힘이었다. 장재열은 조인성이었고, 조인성이 곧 장재열이었다.
MBC '마마'의 송윤아는 6년의 공백을 무색케 하며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송윤아는 극중 시한부 인생을 사는 한승희 역을 맡아 뜨거운 모성애 연기를 선보이며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엄마가 된 송윤아는 엄마로 돌아와 모성애 연기를 선보였다. 그가 보여준 모성애는 기대 이상이었고, 한승희가 된 송윤아의 눈물에 시청자는 함께 울었다. 매 회 '마마' 방송 이후 쏟아진 송윤아 연기에 대한 호평은 '마마' 시청률 상승의 요인이기도 했다.
장혁은 MBC '운명처럼 널 사랑해'로 다시 한 번 존재감을 입증했다. '추노' 등에서 주로 굵직한 무게감을 선보였던 장혁은 로맨틱코미디에서도 남다른 캐릭터 소화력을 보이며 찬사를 받았다.
장혁은 오랜만의 로맨틱코미디에서 물 만난 고기처럼 제대로 놀았다. 원작이 있어 자칫 뻔할 수 있었던 드라마에서 장혁이 연기한 이건은 가장 뻔하지 않은 캐릭터였다. 찌질했다가 독특했다가, 순정남이었다가 시시각각 변화하는 이 복잡다단한 캐릭터를, 그는 '원맨쇼'에 가까운 연기로 매력적으로 풀어냈다는 평이다. 여기에 장나라를 비롯한 등장인물들과의 완벽한 케미도 장혁을 돋보이게 했다.
MBC '미스터백' 신하균은 이견이 없는 연기파 배우의 면모를 보여주며 성공적인 컴백을 알렸다. 신하균은 심술 가득한 표정과 말투의 70대 노인 연기부터 30대의 패기 넘치는 모습까지 완벽하게 표현했다. 1인2역에 가까운 캐릭터를 맛깔스럽게 소화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코믹 연기부터 로맨스 연기까지, 그야말로 허점 없는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시청자들은 신하균을 '하균신(神)'이라는 애칭으로 부르며, 그 연기에 흠뻑 빠져들었다. 그간 출중한 연기력에도 시청률에 대한 아쉬움이 많았던 신하균은 '미스터백'으로 시청률의 한도 달랬다.
◆최지우·한석규·주원, 시청률이 야속해
톱스타가 출연한다고 해서 시청률이 보장되는 시대는 끝났다. 요즘 시청자들은 더이상 화려한 스타 캐스팅에 현혹되지 않는다. 스타 캐스팅으로 방영 전 숱한 화제를 모았지만 기대를 채워주지 못한 스타들도 있고, 호연을 펼쳤지만 작품성과 시청률이 아쉬운 스타들도 많다.
SBS 드라마 '유혹'의 최지우와 권상우는 '천국의 계단' 이후 11년 만에 재회하면서 숱한 화제를 모았다. '환상의 케미'를 보여줬던 두 사람의 정통 멜로에 대한 기대감도 컸지만 결과적으로 드라마는 시청자 유혹에 실패했다. 개연성 없는 전개와 공감을 얻지 못한 캐릭터 탓에 시청자 방영 내내 혹평을 받았고, 마지막에는 종영을 의식한 듯한 급결말로 시청자들의 원성을 샀다. 최지우와 권상우는 안정적인 연기력에도 진부한 캐릭터에 갇히며 매력 발산에 실패했고,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는데 실패했다.
비의 복귀 성적도 초라했다. 비는 4년 만의 국내 복귀작이자 군 제대 후 첫 작품인 SBS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이하 내그녀)의 출연으로 화제를 모았다. 비는 크리스탈을 향한 달달한 로맨스로 '심쿵 유발자'라는 수식어를 얻었으나 그 뿐이었다. 비의 매력을 살리기에 작품은 너무 엉성했고, 캐릭터는 너무 일차원적이었다. 일부 출연진들의 미숙한 연기도 비에 힘을 실어주지 못 했다. '내그녀'는 산으로 가는 내용 전개에 끝까지 시청률 고전을 면치 못하며 초라하게 종영했고, 비의 오랜만의 복귀도 아쉽게 끝났다.
호연을 펼치며 고군분투했지만 작품이 아쉬운 배우들도 많았다.
SBS '신의 선물-14일'은 시청률보증수표 이보영과 연기파 배우 조승우의 캐스팅으로 큰 화제가 됐던 작품. 대상 배우들 간의 만남으로도 이목을 집중시켰다. 사실 이보영과 조승우의 연기력은 흠잡을 데 없었다. 이보영은 딸의 생존을 위해 처절하게 뛰어다니는 엄마 역을 맡아 뛰어난 모성애 연기를 펼쳤고, 조승우는 흥신소 사장 역을 맡아 유괴범과의 치열한 추격전 등 강렬함을 선사했다. 다만 개연성 부족한 전개와 뒷심 부족, 저조한 시청률로 아쉬움을 남겼다.
하반기 최고 기대작이었던 SBS '비밀의 문'과 KBS '내일도 칸타빌레'도 나란히 침몰하면서 주인공이었던 한석규와 주원도 두고두고 아쉽게 됐다.
'비밀의 문'은 한석규와 이제훈 등의 배우 캐스팅으로 신뢰감을 높였다. 하지만 사도세자와 영조의 이야기는 맹의에 묶여 흥미를 잃고 지지부진했고, 불친절한 전개는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결국 '비밀의 문'은 종영까지 한 자릿수 시청률을 넘지 못하고 월화극 최하위로 막을 내렸다. '뿌리 깊은 나무' 이후 다시 한 번 사극으로 복귀했던 한석규는 이번 드라마에서 영조 역으로 분해 명품 연기를 선보였지만, 결국 초라하게 퇴장했다.
주원은 KBS2 '내일도 칸타빌레'의 흥행 실패에 연타석 시청률 홈런에도 제동이 걸렸다. 주원이 출연했던 '내일도 칸타빌레'는 방송 전부터 캐스팅 논란이 일어날 만큼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켰지만 기대만큼 실망도 컸다. 화제성도 없었고, 시청률은 내내 한자릿수에 그쳤다. 일부 캐릭터들이 극에 어우러지지 못해 아쉬움을 낳았던 가운데 주원은 고군분투했다. 초반부터 안정된 연기력을 뽐냈고, 촬영 수개월 전부터 연습을 거듭한 탓에 천재 음대생 차유진 역을 완벽하게 소화했다. 하지만 '내일도 칸타빌레'는 두고두고 아쉬울 수 밖에 없는 작품이 됐다.
이밖에도 KBS2 '총리와 나' 이범수, '아이언맨' 이동욱과 신세경, '태양은 가득히' 윤계상과 한지혜 등이 저조한 시청률 속에 존재감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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