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숙기자] 18일 열린 2014프로야구 MVP-신인왕 시상식은 넥센 집안 잔치나 마찬가지였다. 이날 총 14개의 트로피 중 넥센이 10개를 쓸어담았다. 선수들과 구단 관계자만 참석한 타 구단과는 달리 넥센은 이장석 대표와 염경엽 감독까지 시상식에 자리해 선수들의 잇따른 수상을 축하했다.
시상식 직후 무대에서 넥센 수상자와 구단 관계자들이 기념사진을 찍었다. 이장석 대표와 염경엽 감독, MVP를 수상한 서건창을 비롯해 신인왕 후보에 올랐던 조상우, 홈런왕 박병호, 구원왕 손승락, 장타율왕 강정호, 퓨처스리그 남부리그 다승왕에 오른 김상수까지 함께 모이니 무대가 좁아 보일 정도였다. 이 사진은 현재 넥센의 구단 공식 홈페이지 메인 화면을 장식하고 있다. 단 한 장의 사진에서 넥센의 2014시즌이 보였다.
넥센 선수들은 서로 꽃다발을 전해주느라 바빴다. 손승락이 구원 부문 1위, 한현희가 홀드 1위에 올랐다. 자리에 참석하지 못한 밴헤켄(다승)과 소사(승률)의 이름도 불렸다. 박병호는 최다 홈런과 타점, 서건창은 최다 안타, 타율, 득점상을 받았다. 강정호는 장타율 부문 1위에 올랐다.
MVP 후보에는 무려 네 명의 넥센 선수가 포함됐다. 밴헤켄과 강정호, 박병호, 서건창, 그리고 밴덴헐크(삼성)가 경쟁했다. 한 팀에서 네 명의 MVP 후보를 배출한 것은 1987년 삼성 장효조, 김시진, 김성래, 이만수 이후 넥센이 처음이다.
이날의 주인공은 서건창이었다. 한국 프로야구 최초 200안타를 달성했기에 MVP 수상이 유력했다. 서건창은 "처음 야구를 시작할 때부터 MVP 수상을 꿈꿔왔다. 예상보다는 빨리 이 자리에 올랐다. 이제 더 높은 목표를 향해 가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최근 3년 동안 넥센은 각종 시상식의 주인공이었다. 2012년 박병호가 홈런왕과 MVP를 수상했고, 서건창이 최우수신인선수에 오르면서 넥센 돌풍을 예고했다. 지난해 박병호가 2년 연속 MVP를 차지했고, 올해는 서건창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넥센은 이제 4년 연속 MVP 수상을 노린다. 지난 2001년부터 2004년까지 삼성이 세웠던 기록이다.
약팀 이미지는 벗어던진 지 오래다. 이제 넥센은 3년 연속 리그 MVP를 배출한 강팀으로 성장했다. 넥센은 지난해 팀 창단 후 처음으로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았다. 두산과 준플레이오프에서 만나 2연승을 거둔 뒤 내리 3연패를 당해 가을 무대에서 아쉽게 탈락했다.
아쉬움이 컸던 넥센의 2014시즌은 더 치열했다. 정규시즌 2위를 기록, 플레이오프에 오른 넥센은 LG를 누르고 처음으로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았다. 삼성과 2승 2패로 팽팽하게 맞섰지만, 이후 2패를 당하는 바람에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우승 문턱에서 무릎 꿇은 넥센 선수들은 다시 가슴에 칼을 품었다. 박병호는 "1등 감독님을 만들어드리려고 했다. 내년에는 꼭 하겠다"면서 주먹을 불끈 쥐었다.
넥센의 '겨울'은 이제 시작이다. 남은 각종 연말 시상식에서도 넥센의 집안 잔치가 이어질 전망이다. 그 사이 구단은 올해의 패배를 거울삼아 2015시즌을 준비한다. 넥센은 뚜렷한 성장세를 앞세워 '강팀의 조건'을 완성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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