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근기자] 그동안 음악프로그램 MC, 오디션 프로그램 심사위원, 방송인 등 오랜 외도를 했지만 유희열은 음악 안에서 가장 빛났다. 7년 공백은 유희열이 다시 음악에 설레던 예전으로 돌아가기 위해 필요한 시간이었다.
13일 오후 서울 신사동 엠콘서트홀에서 토이 정규 7집 앨범 '다 카포(Da Capo)' 음감회가 개최됐다. 유희열은 이번 앨범에 대해 "처음 음악을 했을 때의 그 떨리는 마음을 찾고 싶다는 생각으로 앨범명을 지었다. '다 카포'는 악보의 처음으로 돌아가라는 의미"라고 했다.
2007년 6집 이후 7년 만에 나온 이번 앨범은 기존에 비해 여성 보컬의 비중이 늘었고 친근한 이름 대신 새로운 얼굴의 아티스트가 대거 포진했다는 게 특징이다. 화려한 객원가수 군단 사이에서 '우리', '취한 밤' 등 총 2곡의 가창자로 나선 유희열의 이름도 눈에 띈다.
'다 카포'는 '아무도 모른다', '리셋(Reset)', '굿바이 선, 굿바이 문(Goodbye sun, Goodbye moon)', '세 사람', '너의 바다에 머무네', '유앤아이(U&I)', '인생은 아름다워', '피아노', '피아니시모', '그녀가 말했다', '언제나 타인' 그리고 유희열이 부른 2곡까지 총 13 트랙으로 구성됐다.
트랙 구성은 유희열에게 의미 있는 곡 순서로 짜여졌다. 유희열은 "트랙리스트를 만들 때 흐름을 제일 고민하게 된다. 상업적으로 중요한 곡을 앞에 놓기보다는 흐름이 연결되지 않으면 앨범 전체를 듣기 힘들기 때문에 라디오 DJ 할 때 선곡 리스트 짜듯이 했다"고 설명했다.
◆김동률이 피처링을? 유희열 아니면 불가능한 라인업
앨범에서 가장 관심을 모은 건 "토이는 주변인들의 힘으로 만들어지는 음반"이라는 유희열의 말처럼 누가 참여했느냐다.
'굿바이 선, 굿바이 문'에는 가장 나이가 어린 악동뮤지션 이수현이, 유희열의 주력 장르라고 할 수 있는 '어른들의 결핍된 사랑 이야기'를 다룬 '언제나 타인'은 선우정아가 불렀다. 또 김예림이 '피아니시모'를, 권진아는 '그녀가 말했다'를 불렀다.
유희열은 "이수현 양은 제가 지금까지 함께 작업했던 분들 중 가장 어리다"며 "겨울 느낌인 이 곡은 가수를 못 고르겠더라. 주변 여가수들은 30대 이상인데 잘 안 어울렸다. 그러다 매니저 친구가 악동뮤지션 어떻게냐고 했다. 거절당할 각오로 연락했는데 다행히 응해줬다"고 했다.
2010년 유희열이 자신의 홈페이지에 썼던 글을 토대로 만든 '리셋'은 이적이 불렀다. 성시경이 '세 사람', 김동률이 '너의 바다에 머무네', 크러쉬&빈지노가 '유앤아이'에 참여했다. 다이나믹듀오, 자이언티, 크러쉬가 함께 한 '인생은 아름다워'는 앨범에서 가장 화려한 곡이다.
유희열은 '세 사람'에 대해 "누가 토이표 발라드를 듣고 싶다고 하셨다. 청춘 드라마 느낌이리고 하더라. 44살이라 그런 감성이 사라졌나 했었고 발라드를 써달라는 부탁도 다 거절했었다. 쓸 자신도 없고 우러나서 써지지 않았다. 이 곡은 쓰면서 기뻤다"고 했다.
이어 "김동률 발라드가 가슴을 후벼파고 바이브가 눈물 없이 못 듣는 발라드라면 난 눈물을 절대 보여주지 않는 발라드"라며 "가수들에게도 감정을 싣지 말고 부르라고 한다. 또박또박 부르면 거기서 전해지는 게 있다. 요즘 어감 위주의 가사가 많은 데 이 곡은 스토리 위주"라고 설명했다.
김동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것도 토이 음반만의 매력이다. 김동률은 다른 가수의 곡에 피처링을 안 하는 가수다. 유희열은 "'너의 바닥에 머무네'가 아니면 안 부르겠다고 하더라. 또 녹음할 때 오지 말라고 하더라. 부끄러워 그런 건 줄 알았는데 못 불러서였더라"며 웃었다.
◆유희열이 힙합 대세에 묻어간다?
래퍼들이 참여한 것도 눈길을 끈다. 트랙리스트가 공개됐을 때 '유희열이 힙합을?'이라며 놀랍다는 반응이 많았다.
유희열은 "힙합 대세에 묻어가는 거냐고 하더라. 난 힙합에 대해 모른다. '인생은 아름다워'는 퓨전 재즈에 가까운 곡이다. 멜로디는 말의 한계가 있다. 래퍼들은 담고 싶을 만큼 담아서 표현하기 때문에 흥미를 갖게 됐다"고 래퍼들과 호흡을 맞춘 것에 대해 설명했다.
어려움도 있었다. 이 곡은 연주곡에 가까웠던 터라 랩을 넣는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유희열은 "개념적으로 어려웠다. 한동안 어떻게 완성할지 미지수였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하지만 결과물은 역시 유희열이 말이 나올 정도로 높은 완성도를 자랑한다.
'유앤아이'는 유희열의 말을 빌리자면 처음으로 '꾸부리'가 들어간 곡이다. 그는 "원래 직접 부르려고 했던 곡인데 잘 안 되더라. 크러쉬가 부르는 걸 보니 꾸부리 같은 게 들어가니까 노래가 살더라. 역시 '약은 약사에게 곡은 가수에게'라는 생각을 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유희열은 "아메바컬쳐 내부에서도 한 앨범에 모두 총출동한 적이 없다더라. 아메바 식구들에게 감사하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끈적한 유희열? "이 가사 너무 야하지 않나요"
'언제나 타인'은 래퍼들이 참여한 '인생은 아름다워'와 더불어 유희열이 이번 앨범에서 시도한 가장 실험적인 곡이다.
'언제나 타인'은 새로운 유희열의 스타일을 느낄 수 있는 곡이다. 특히 가사가 지금까지의 토이의 분위기와는 다르다. 선우정아가 녹음하면서 "이 가사 너무 야하지 않냐?"고 할 정도였다고. 유희열은 "가사부터 끈적거린다. 성인들의 사랑, 결핍된 사랑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유희열은 노래를 부른 선우정아에 대해 "선우정아는 최근에 가장 존경하는 뮤지션 꼽으라면 어디서든 얘기하는 뮤지션이다. 같은 음악인으로서 이렇게까지 음악을 잘 하는 분이 있나 싶을 정도다. 선우정아 아니면 이 곡 못 했을 것"이라고 극찬했다.
유희열은 '인생은 아름다워'와 '언제나 타인'을 가장 공 들인 곡이라고 했다.
◆신해철에 대한 추억과 그리움 담아
유희열이 부른 '취한 밤'은 고(故) 신해철을 추억하는 곡이다. 유희열은 20년 가까이 음악을 하던 사람들과 모여 농담을 하고 있던 중 신해철의 소식을 들었고 그날 토이뮤직에 남긴 글을 토대로 이 노래를 만들었다. 이후 신해철은 끝내 세상을 떠났다.
유희열은 "날 아무도 몰라줄 때 그 형이 라디오에 불러줬고 제가 DJ까지 맡게 됐고 사람들과 소통할 기회가 생겼다. 연락이 잠시 끊겼다가 최근에 다시 라디오에서 만났다"고 고인과의 인연을 들려줬다.
이어 "해철이 형은 세상을 떠났지만 난 그 감정으로 곡을 쓰는 구나 싶어서 여러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이 형은 가는 상황에서도 곡을 하나 줬구나 싶었다. 원래는 12번 트랙 '우리'가 마지막 곡이었는데 급하게 만든 곡이다"고 설명했다.
'취한 밤'은 1번 트랙 '아무도 모른다'와 악기와 사운드가 동일하다. '아무도 모른다'는 '나 자신도 알 수 없는 변한다는 것, 잃어간다는 것에 대해 결국 아무도 알아줄 수 없는 나의 막막함'을 담은 연주곡이다.
◆유희열의 지난 20년과 앞으로의 토이
유희열은 앨범에 대해 "6집은 지금 들어 보면 음악을 할 때 관조적인 태도를 보여주고 세상의 흐름과 떨어져 있다는 걸 알아주길 바람이 있었던 것 같다. 이번 음반 곡들은 들어 보면 4, 5집 때 느낌이 강하게 들더라. 은연 중에 현역 선수같은 느낌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고 자평했다.
이어 "이번 앨범은 20년간 가장 잘 해온 것들의 집합체 같은 느낌이다. 앞으로 어떤 음악을 할 지는 모르겠다"며 "누구는 백화점식 진열이라고 하는데 장르적인 접근법보다 담고 싶은 것들을 가장 잘 어울리는 틀과 가수들을 통해 들려드릴 것 같다"고 했다.
'다 카포'는 오는 11월18일 온 오프라인에서 동시 발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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