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역시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먹는 것일까. 경험의 차이가 한국시리즈의 승패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패장 넥센 염경엽 감독도, 승장 삼성 류중일 감독도 공통으로 인식하고 있는 부분이다.
지난 1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삼성과 넥센의 한국시리즈 5차전이 9회말 극적인 반전 승부로 막을 내렸다. 0-1로 뒤지며 패색이 짙던 삼성이 9회말 2사 1,3루에서 최형우의 우익선상 2타점 2루타로 역전 끝내기 승리를 가져간 것이다. 삼성은 3승2패로 통합 4연패에 1승만을 남겨놓게 됐고, 넥센은 벼랑 끝에 몰렸다.
넥센으로서는 또 한 번 1-0 리드를 지켜내지 못했다는 점이 뼈아팠다. 지난 3차전에서도 넥센은 1-0으로 앞서던 8회초 이승엽에게 빗맞은 동점타를 내준 뒤 9회초 박한이에게 역전 투런포를 얻어맞고 1-3 역전패를 당했다. 결과론이지만, 만약 넥센이 두 번 모두 1-0의 리드를 지켜냈다면 4승을 채워 이미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을 것이다.
하지만 두 번 모두 경기 후반 1-0의 리드를 지키지 못했다. 과정도 아쉬움 투성이다. 3차전에서는 8회초 2사 1루에서 이승엽이 평범한 플라이를 쳤지만 중견수, 2루수, 좌익수가 모두 잡지 못했다. 낙구 지점에서 가장 가까웠던 유격수 강정호가 따라갔어야 할 타구라는 지적도 있다. 처리하기 쉽지 않은 타구라고는 해도, 넥센 선수들의 집중력이 아쉬웠던 대목이다.
5차전에서도 실책이 빌미가 돼 대역전패를 내줬다. 9회초 넥센 마무리 손승락은 선두타자 김상수를 유격수 땅볼로 가볍게 처리한 뒤 다음 나바로에게 역시 유격수 땅볼을 유도해냈다. 하지만 강정호가 실책을 범하며 나바로를 살려줬고, 채태인과 최형우의 안타가 나오며 허무한 끝내기 패배를 당했다.
야수들의 아쉬운 수비도 나왔지만 정규시즌 위용을 자랑하던 필승 불펜조가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3차전에서는 한현희가 나바로를 볼넷으로 내보내고 박한이와 승부하다 결승 홈런을 허용했다. 5차전에서도 조상우가 8회 무사만루 위기를 맞아 손승락이 조기 투입됐다. 손승락이 1이닝만 맡았으면 경기를 그대로 매조지했을 지 모를 일이다.
이같은 결과를 두고 염경엽 감독은 경험의 차이를 언급했다. 염 감독은 "아무래도 삼성과 비교해 경험의 차이가 있어서 그렇다고 본다"며 "오늘같은 경기에서 이겼다면 우리 선수들이 한 단계 올라서는 계기가 될 수 있었을텐데 아쉽다"고 말했다.
류중일 감독도 "(경험의 차이가) 영향이 있다고 봐야 한다"며 "9회에 역전하는 점수를 만들어낸 것도 큰 경기를 많이 해본 우리 선수들의 경험이 아닌가 싶다"고 경험의 차이에 동의했다.
삼성은 통합 우승 4연패에 도전 중이다.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패권을 독식해 왔다. 올 시즌 역시 정규리그 우승 후 한국시리즈 우승이 눈 앞이다. 선수 개개인이 쌓은 수많은 큰 경기 경험은 삼성이라는 팀 안에 녹아들어 있을 터다.
반면 넥센은 포스트시즌 진출 자체가 지난해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 한국시리즈는 이번이 처음이다. 결정적인 순간 아쉬운 수비가 나오는 것도 경험과 무관하지 않다. 정규시즌 위력적인 구위를 과시하던 불펜 필승조 한현희(21), 조상우(20)는 아직 20대 초반의 어린 투수들이다.
5차전까지는 삼성이 3승2패로 앞섰다. 6차전은 1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다. 아직까지는 삼성이 경험이라는 무서운 힘을 앞세워 우승에 가까이 다가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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