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명성은 필요없다. 오직 현재 최고의 실력을 보유하고 검증이 필요한 이들만 시선 안에 넣었다.
울리 슈틸리케 축구대표팀 감독이 자신이 직접 관찰하고 연구한 결과물을 내놓았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번달 요르단-이란 원정 평가전 2연전에 나설 22명의 대표선수 명단을 3일 공개했다.
무엇보다 논란의 인물들이 대표팀에 승선한 것이 눈에 띄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소속팀을 찾지 못하다가 어렵게 알 샤밥(사우디아라비아) 유니폼을 입은 박주영(29)을 선택했다.
박주영은 브라질월드컵에서 최악의 경기력으로 오점을 남겼다. 아스널(잉글랜드)에서 출전 기회를 얻지 못하고도 대표팀에 선발돼 '의리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박주영이다. 이후 소속팀을 찾지 못해 공중에 뜬 박주영은 새 둥지 찾기에 열을 올렸고 알 샤밥 유니폼을 입었다. 사우디리그 데뷔전에서 골을 터뜨리는 등 3경기에 출전하며 재기 가능성을 알린 상태다.
골키퍼 정성룡(29, 수원 삼성)도 슈틸리케 감독의 부름을 받았다. 그 역시 월드컵에서 극과 극을 오갔다. 러시아전 선방쇼로 기대에 부응하는가 했지만 알제리전에서 최악의 실수를 범하며 2-4 패배의 빌미를 제공하고 말았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들 둘에 대해 분명한 생각을 전했다. 박주영에 대해서는 "박주영의 정보를 듣는 것만으로는 아시안컵 명단에 넣을 수 없다. 이번에 소집해서 직접 내 눈으로 확인하고자 불렀다"라며 선을 그었다. 즉 2연전을 통해 박주영의 기량을 검증해보고 아니다 싶으면 내년 1월 호주 아시안컵 대표팀에서는 제외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물론 슈틸리케 감독 입장에서는 걱정이 클 법하다. 이동국(전북 현대), 김신욱(울산 현대) 등 대표팀 공격수 자원들이 부상으로 이탈해 아시안컵까지 회복한다는 보장이 없다. 그럴 경우 공격 요원은 더욱 부족하고 높이까지 낮아진다. 그래서 박주영을 뽑아 직접 확실한 상태를 진단하겠다는 것이다.
정성룡의 경우 슈틸리케 감독은 K리그 현장 관전을 통해 기량을 확인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입국 후 가장 먼저 수원-울산전을 관전했다. 수원-FC서울의 슈퍼매치도 지켜보는 등 정성룡을 수 차례 확인했다. 해당 경기에서 정성룡은 무실점으로 선방했다.
정성룡은 A매치 63경기에 나선 경험이 최대 자산이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냉정했다. 대표 선발이 곧 주전 보장은 아니라는 것이다. 장거리 중동 원정 2연전을 치르려면 골키퍼 부상시 대체 요원이 없어 3명을 선발하면서 정성룡을 포함시켰다는 의미다. 김승규(울산 현대), 김진현(세레소 오사카) 체제에서 일단 백업 요원이라는 뉘앙스다. 정성룡이 자신의 가치를 알리기 위해 더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최근 가장 좋은 기량을 선보인 이들에 대한 신뢰는 여전했다. 부상에서 회복한 김창수(가시와 레이솔)는 9~10월 소속팀에서 선발과 교체를 오가며 꾸준히 출전 기회를 얻고 있다. 한교원(전북 현대), 차두리(FC서울) 등 소속팀의 주전으로 뛰면서 일정한 기량을 보여주고 있는 이들에 대해서는 믿음을 숨기지 않았다.
조금만 기량이 떨어져도 경쟁자들이 기회를 노리고 있다는 점도 부각시켰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례적으로 대표 예비명단을 공개했다. 신화용(포항 스틸러스), 윤석영(퀸즈 파크 레인저스), 홍철(수원 삼성), 박종우(광저우 부리), 이명주(알 아인) 등이다. 골키퍼 1명, 풀백 2명, 중앙 미드필더 2명으로 예비명단을 꾸렸다.
이는 이번에 발탁된 선수들의 긴장감 조성과 함께 선수층을 두껍게 보이는 효과를 만든다. 신화용을 제외한 나머지 4명은 모두 지난달 평가전에 선발됐던 이들이다. 끊임없이 경쟁을 추구하는 슈틸리케 감독의 의도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박주영을 포함해 모든 선수들에게 아시안컵에 참가할 수 있다는 확신을 주지 않았다. 선수 스스로가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과거의 영광에 얽매여 현재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언제든지 다른 멤버로 교체가 가능하다는 무언의 압박이다.
제로베이스에서 대표선수들을 선발한 슈틸리케 축구대표팀 감독의 시선은 내년 1월 호주에서 열리는 아시안컵에 가 있다. 이번 중동 2연전에서 슈틸리케호 2기들이 얼마나 힘을 내 생존 경쟁을 뚫을 지가 중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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