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진리기자] '5년차'는 많은 아이돌그룹에게 '마의 시기'로 꼽힌다. 실제로 많은 아이돌이 5년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시끌벅적한 법정 분쟁에 휘말리거나 혹은 소리 없이 사라진다.
올해는 특히 아이돌사(史)에서 잔혹한 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최고의 자리에 있던 아이돌그룹이 여러 가지 이유로 멤버가 떠나거나 그룹이 공중분해될 위기에 처하는 어려움을 겪은 것.
그 가운데 비스트는 지난 16일 데뷔 5주년을 맞았다. 지난 2009년 데뷔곡 '배드 걸(Bad Girl)'로 데뷔, 6년차가 된 비스트는 지속적인 활동의 원동력이 되어준 팬들을 향한 감사와 사랑을 담은 스페셜 앨범 '타임(Time)'을 발표했다.
◆"첫 발라드 타이틀 '12시 30분', 비스트만 가능한 발라드"
비스트는 '숨', '쇼크(Shock)', '섀도우(Shadow)', '픽션(Fiction)' 등 화려한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댄스그룹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비스트의 음악을 더욱 빛나게 하는 건 타이틀곡과 함께 앨범을 채우는 '비가 오는 날엔', '이젠 아니야', '괜찮겠니', '아임 쏘리(I'm Sorry)' 등의 비스트표 발라드.
이번 앨범에서 비스트는 전형적인 비스트표 발라드인 '12시 30분'을 타이틀로 전면에 내세우고 처음으로 발라드곡으로 활동에 돌입한다.
이번 앨범부터 친구이자 음악적 동료인 김태주와 함께 굿라이프라는 작곡팀 이름을 내세우며 전체 앨범의 프로듀싱을 맡은 용준형은 "성적 때문에 발라드를 선택한 건 아니다. '굿럭'으로 화려하고 파워풀한 무대를 보여드렸기 때문에 힘을 한 번 빼자고 작업을 했다"며 "계절도 계절이지만 무대를 보시면 평범한 발라드는 아닐 것"이라고 기대를 당부했다.
양요섭은 지난 8월 열린 단독 콘서트 '뷰티풀쇼 2014'에서 가을에 앨범을 한 번 더 내고 싶다는 뜻을 드러내며 "큐브 보고 있나"라는 도발적인 발언으로 팬들을 열광시켰다. 그리고 이후 데뷔 5주년에 맞춰 스페셜 앨범 발매 소식이 전해지며 팬들의 기쁨은 배가 됐다.
"'굿럭' 활동을 하면서 가을에 한 번 더 앨범을 내면 어떻겠느냐는 얘기만 있었지 사실 구체화 된 건 아무 것도 없었어요. 제가 철없이 콘서트에서 내지르는 바람에 용준형 군만 힘들게 밤에 각종 음악작업을 하게 됐죠(웃음). 콘서트 이후부터 '타임' 앨범에 대해 준비를 하게 됐어요. 어떻게 보면 너무 급하게 준비해서 질이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도 하시겠지만, 준형이가 이미 세네 곡 정도를 만들어 놨었던 터라 그렇게 어려움을 겪지는 않았습니다." (양요섭)
비스트의 신곡 '12시 30분'은 발라드지만 비스트 특유의 화려한 퍼포먼스가 함께 하는 무대가 준비돼 있어 기대를 모으고 있다. 비스트는 "팬들이 '발라드로 나오면 각자 준비하겠지'라는 얘기를 한 걸로 알고 있는데 저희는 새벽같이 연습했다. 미국에서 건너 온 안무를 준비했다"며 "어떻게 보면 '굿럭'의 연장선으로도 볼 수 있다. 노래에서는 힘을 많이 뺐지만 무대에서는 힘이 많이 들어간 퍼포먼스를 보여드릴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6년차 비스트, 우린 늘 정직하게 한 계단씩 올랐다"
비스트 역시 5~6년차 아이돌을 바라보는 이들의 시선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위기를 위기라고 인지하는 순간 진정한 위기가 된다는 사실 역시 잘 알고 있다.
"5년이 위기라고 다들 하시는데 '5년이 위기래, 나쁜 일 생기면 안 돼, 팀워크를 강하게 해야 돼' 그런 얘기는 안 하고 별 생각 없이 흘러가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이렇게 된 것 같아요(웃음). 처음에 만났을 때처럼 친구같이 할 말 있을 때 하고 여전히 그렇게 지내는 중이에요." (용준형)
팀으로 이어져 있긴 하지만 각자 잘 하는 것도 다른, 하고 싶은 것도 많은 나이다. 늘 팀의 위기는 여기에서 출발한다. 같은 곳에 있지만 다른 곳을 바라보기에 갈등이 생기고, 결국 골이 깊어져 각자의 길을 선택하게 되는 것. 그러나 비스트는 '따로 또 같이'가 활동의 모토다. 개인 활동으로 개인의 역량을 보여주면서, 팀 활동으로 비스트가 보여줄 수 있는 최상의 가치를 창출하자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아직 어리고 젊으니까 많은 걸 할 수 있을 때 다양한 걸 보여드리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개인 활동도 많이 하지만 늘 그룹 활동이 1순위죠." (윤두준)
"어디에 집중하느냐가 중요한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룹의 아이덴티티가 확실하다면 뭘 하더라도 그 그룹의 본질을 흐린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비스트는 멤버 여섯 명의 개인 캐릭터가 확실해지면서 팀으로서의 시너지 효과가 확실히 나오고 있다고 생각해요." (장현승)
"처음에는 개인 활동이 비스트의 스펙트럼을 늘려줬다면 이제는 개인 활동으로 비스트가 할 수 있는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는 걸 몸소 느끼는 게 많아요. 저 뿐만 아니라 다른 멤버들도 개인 활동이 있을 때에는 개인 활동에 집중하는 편이고, 비스트 활동을 할 때는 비스트 활동에 확실히 집중하고 있어요." (양요섭)
막내 손동운은 데뷔 당시의 기억을 떠올렸다. 아버지에게 당시 소속사의 대표였던 홍승성 회장이 전화를 걸어 식사 자리를 만들면 팀은 앞으로도 유지될 것이고, 만약 전화가 오지 않는다면 팀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당부할 정도였다는 손동운은 "지금 많이 사랑받고 있다는 생각에 많이 뭉클하고, 이제 또 다시 시작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파이팅을 외쳤다.
10년이 가수 인생의 한 바퀴라고 한다면 이제 이들은 막 가수 인생 한 바퀴로 가는 반환점을 돈 셈이 된다. "항상 한 계단씩 정직하게 쌓아왔다"고 5주년을 자평한 비스트는 "팬들을 위한 5주년 앨범인 만큼 팬들의 만족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비스트는 단단한 느낌이에요. 티끌을 모아 밀도 있게 뭉쳐서 가지고 온 느낌이랄까, 빵! 이런 느낌은 아니잖아요(웃음). 잘 발효해서 잘 구운 느낌이죠. 콘서트나 공연할 때 팬들이 웃어주고 울어주는 모습에 우리도 행복했지만 보시는 분들도 저희를 보며 행복해 하셨던 것 같아요.
5주년 기념 앨범인 만큼 일단 팬분들의 만족이 1순위인 것 같아요. 생색내려고 하는 것 아니지만(웃음) 팬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내는 앨범이니까 순위나 성적보다는 팬들의 만족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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