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비인기종목이라는 설움을 딛고 한국 사격 여자대표팀 세 자매가 웃었다. 올림픽 정식 종목이 아니지만 아시안게임에서 값진 메달을 수확했다.
나윤경(32, 우리은행), 정미라(27, 화성시청), 음빛나(23, 상무)로 이뤄진 한국 여자 사격대표팀이 24일 인천 옥련국제사격장에서 열린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여자 소총복사 50m 단체전에서 1천855.5점으로 중국을 제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0 광저우 대회에 이어 2연속 금메달이다.
찰떡 호흡을 과시한 태극마크 세 자매다. 올림픽 정식 종목이 아닌 아쉬움이 있지만 막내 음빛나가 620.6점으로 전체 3위의 성적을 내며 아시안게임 첫 메달을 획득했고, 정미라가 618.5점, 나윤경이 616.4점으로 뒤를 따랐다.
서로의 점수를 확인할 수 없는 상태로 각자 사격에 열중한 가운데 음빛나의 흐름이 가장 좋았다. 개인전 동메달을 차지한 음빛나는 3~5시리즈에서는 1위로 올라서는 등 한국팀 전체를 이끌었다.
맏언니 나윤경은 금메달 확정 후 부담감을 털어냈다는 기쁨 때문인지 눈물을 쏟았다. 특히 은메달에만 그쳤던 자신의 과거를 지워내며 "광저우에서도 3자세 은메달을 땄다. 2006 도하 대회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금메달에 대한 기쁨이 남다르다"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2012년 런던올림픽 50m 소총 3자세에서 10위로 결선 진출에 실패해 아픔을 간직했던 그였다.
자신이 가장 잘 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자책했던 나윤경은 "금메달은 전혀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내가 너무 못해서 그랬다. 동생들 덕분에 금메달을 얻었다"라며 고마워했다.
사격 대표였던 남편 황정수의 힘도 컸다. 경기가 끝나고 휴대전화를 붙들고 울었다는 그는 만년 은, 동메달의 꼬리표를 뗀 자신에게 "잘했으니 울지마"라는 남편의 말에 더 울음이 나왔다고 한다.
언니와 동생의 가교 역할을 하는 정미라는 "열심히 했다. 서로 어떻게 쏘고 있는지 모를 정도로 집중하다보니 이런 결과가 나왔다"라고 웃었다. 정미라의 남편이자 역시 사격대표였던 추병길도 든든한 응원군이다.
정미라는 갑상선암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2012년 가을께 병원에서 갑상선암 진단을 받고 하늘이 무너지는 느낌을 받았다. 아픈 것보다 사격을 할 수 없다는 공포감이 더 컸다. 그 때 남편 추 씨가 그에게 용기를 불어 넣었고 수술대에 올라 고통을 견디며 병을 이겨냈고 대표팀에서 버텼다.
막내 음빛나는 얼떨떨함을 감추지 못했다. 고교 시절부터 군인이 되고 싶었고 2011년 12월 부사관으로 임관해 하사로 군 복무중인 그는 "너무나 기쁘다. 압박감은 잘 모르겠다. 대회를 치르기 전 스페인에서 세계선수권대회를 경험하고 왔기 때문이다"라며 환하게 웃었다.
"하사 3호봉인데 곧 중사 진급 발표를 앞두고 있다"라며 기대감을 나타낸 음빛나는 부사관학교 훈련 당시 20발의 사격 훈련에서 19발을 명중시키며 특등사수로 인정 받았다. 마침 이날 윤흥기 국군체육부대장이 응원차 사격장을 방문해 기분도 남달랐다. 부대장 앞에서 딴 금메달이라 더욱 즐거울 수밖에 없었다.
그는 "부사관으로 영원히 살 것이다. 군 복무도 4년 더 연장했다"라며 군인의 길에 강한 애착을 보였다. 군인 정신이 좋은 사격 자세를 잡아주는데 큰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정신을 집중시키는데도 그만이다.
올림픽 출전도 꿈이다. 음빛나는 "올림픽 출전을 위해 3자세 대표 선발전에 나가야 한다. 소총복사 50m는 정식 종목이 아니라 앞으로도 경쟁을 해야 한다"라며 다부진 각오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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