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출전을 앞둔 남자 양궁 국가대표팀의 김우진(22, 청주시청), 구본찬(21, 안동대)은 친구 사이다. 나이는 김우진이 한 살 많지만 구본찬이 이른바 '빠른 년생'이다.
대표팀에 친구가 있다는 것은 큰 힘으로 작용한다. 선의의 경쟁을 펼치기도 하고, 지친 마음을 의지하기도 한다. 두 선수는 아직 개인전과 단체전 출전 선수가 정해지지 않은 치열한 경쟁 체제 속에서도 휴일이면 함께 영화를 보러 다니는 등 서로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대표팀 경력으로 따지면 김우진이 구본찬보다 선배다. 김우진은 이미 지난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에 고교생 신분으로 출전해 개인전과 단체전에서 모두 금메달을 따며 2관왕의 위업을 이뤘다. 반면 구본찬은 올림픽과 세계선수권, 아시안게임 등 굵직한 국제대회 출전 경험이 없다.
하지만 최근 페이스는 구본찬이 대표팀 내 가장 좋다. 이번 남자 양궁 대표팀은 호화 멤버다. 김우진은 물론 맏형 오진혁(33, 현대제철)은 2012 런던올림픽 개인전 금메달리스트고, 나이로 막내인 이승윤(19, 코오롱)도 2013 안탈리아세계선수권 개인전 금메달 경험이 있다.
그 속에서도 구본찬은 전혀 주눅들지 않고 있다. 지난 15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2014 아시아그랑프리 개인전에서 대만의 궈쳉웨이를 6-0으로 꺾고 금메달을 따낸 것.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인천아시안게임의 전초전이라 할 수 있는 대회에서 쾌조의 컨디션을 자랑했다. 대표팀 자체 중간 평가에서도 1위를 달리고 있다.
친구 사이지만 김우진과 구본찬의 성격은 판이하다. 김우진이 진중하고 조용한 성격이라면 구본찬은 밝고 활달하다. 양궁 대표팀 장영술 총감독은 구본찬의 성격을 두고 "남자들은 보통 긴장했을 때 그걸 감추는 경향이 있는데, 구본찬은 솔직하게 '떨려서 팔에 진동이 올 정도'라고 말하고 다닌다. 그런 솔직 담백한 성격이 오히려 좋은 결과를 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우진은 큰 대회 경험이 무기다. 성격도 외모만큼이나 흔들림이 없다. 그렇다고 구본찬의 밝은 성격이 사대까지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사대에 서 활을 잡을 때만큼은 구본찬 역시 누구보다 침착한 강심장이 된다. 그런 구본찬을 보며 김우진은 "서로 선의의 경쟁을 벌이며 윈-윈하고 있다"고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두 선수 모두 선전해야 하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 김우진은 슬럼프에서 벗어났음을 확실히 증명해야 한다. 김우진은 광저우아시안게임 2관왕에 올랐지만 2년 후 런던올림픽 대표팀에 탈락하며 슬럼프에 빠졌다. 이후 김우진은 장비를 바꾸고 운동량을 늘리는 노력으로 다시 대표팀에 합류했다. 구본찬은 처음 출전하는 메이저대회라는 점이 의미있다.
아시안게임에는 세계최강 한국의 메달 독식을 막기 위해 각 종목당 한 국가에서 2명 씩밖에 출전하지 못하게 돼 있다. 단체전 역시 3명밖에 나서지 못한다. 대표팀은 아직 개인전은 물론 단체전에 출전할 선수를 정하지 않았다. 각종 대회 성적과 연습에서의 기록을 토대로 출전 선수가 최종 확정된다. 대회 직전까지 대표팀 내 긴장감은 팽팽할 수밖에 없다.
김우진과 구본찬 역시 아직은 누가 메달 사냥의 기회를 얻을 지 알 수 없다. 선의의 경쟁을 펼치며 팀 전체의 전력을 끌어올리고 있을 뿐이다. 두 친구의 경쟁이 아시안게임 단체전 9연패를 노리는 남자양궁 대표팀에 큰 활력소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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