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진짜 '원팀(One Team)' 코스타리카가 네덜란드를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며 그저 이변으로 8강에 오른 것이 아님을 증명했다.
코스타리카는 6일 오전(한국시간) 브라질 사우바도르 아레나 폰테 노바에서 열린 2014 브라질월드컵 네덜란드와의 8강전에서 연장 접전을 펼친 끝에 0-0으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3-4로 아쉽게 패했다.
조별리그서 이탈리아, 잉글랜드, 우루과이를 상대로 2승1무의 놀라운 성적을 기록하며 죽음의 조에서 살아남는 이변을 연출한 코스타리카는 그리스와의 16강전에서 승부차기로 웃으며 8강에 진출했다. 지난 대회 준우승팀 네덜란드를 만나 4강 진출을 노렸지만 안타까움 속에 꿈을 접었다.
아무리 강팀을 만나도 주눅들지 않은 코스타리카는 월드컵 내내 재미를 봤던 플랫3 수비로 승부수를 던졌다. 전반 수비적인 경기 운영을 하며 제대로 된 슈팅을 하지 못했지만 투혼과 한 발 더 뛰는 체력을 앞세워 네덜란드를 힘들게 했다.
코스타리카 플랫3의 움직임은 대단했다.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네덜란드의 오프사이드를 유도했다. 정규시간 90분 동안 네덜란드가 기록한 오프사이드만 9개였다. 수비라인이 앞에서 잘 움직여주니 케일러 나바스 골키퍼의 선방도 쉼없이 터져 나왔다. 네덜란드는 좋은 슛찬스에서 나바스의 거듭되는 선방에 답답한 시간을 보내야 했다.
코스타리카는 공간이 뚫려도 몸을 날려 수비하며 동료의 부족함을 메웠다. 그리스전에서 연장 승부를 펼쳐 체력이 방전될 법했지만 정신력으로 버티는 모습이 역력했다. 제대로 된 슈팅이 처음 나온 것이 후반 16분 크리스티안 볼라뇨스의 프리킥일 정도로 어려운 경기지만 약속된 움직임으로 경기를 끌어가는 플레이는 인상적이었다.
효율적인 축구를 구사하는 것도 돋보였다. 코스타리카는 평균 볼 점유율에서 35%-65%로 네덜란드에 완전히 밀린 채 경기를 했다. 당연히 패스 성공률도 떨어졌다. 그래서 세트피스를 적절히 활용했다. 가까운 골대쪽으로 붙여 네덜란드 수비를 흔들었다.
전후반 90분 종료 후 양 팀의 기록은 모든 부문에서 네덜란드의 우세였다. 볼 점유율 64%-36%, 슈팅수 10-3, 패스 횟수 639-339 등 모든 면에서 차이가 컸다. 하지만, 코스타리카는 활동량으로 기술과 결정력에 대한 약점을 보완했다. 전체적으로 네덜란드보다 7km 가까이를 더 뛰며 젖먹던 힘까지 짜냈다.
연장전에서도 코스타리카의 틀은 쉽게 깨지지 않았다. 네덜란드의 공격 전개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하게 빨리 수비로 복귀하며 방어막을 쳤다. 수비와 미드필드 간격을 좁히며 네덜란드의 패스가 연결되지 못하게 했다. 위험하다 싶으면 일단 터치라인 밖으로 걷어냈다. 마치 2002 한일월드컵에서의 한국대표팀과 비슷한 움직임이었다.
코스타리카가 전한 감동적인 이야기의 끝은 눈물의 투혼이었다. 승부차기에서 주장 루이스와 우마냐 코랄레스의 킥이 막히며 4강 티켓을 네덜란드에 내줬다. 그렇지만 진정한 투혼을 보여준 코스타리카는 충분히 박수를 받을 만했고, 당당하게 월드컵 무대에서 퇴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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