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두 번이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탈락의 실패를 경험한 포항 스틸러스가 점점 실리적인 경기 운영으로 단단해지고 있다.
포항은 11일 태국 부리람에서 열린 부리람 유나이티드와의 챔피언스리그 원정 경기에서 2-1로 승리했다. 1승1무, 승점 4점을 기록하며 초반 고비를 유연하게 넘기고 있다.
부리람 원정은 포항에게 여러가지로 어려웠다. 30도를 오르내리는 무더위와 쉴 틈 없었던 장거리 이동으로 인한 피로감 극대화 등 악조건의 연속이었다. 두껍지 못한 선수층으로 인해 K리그 개막전 울산전 당시 선발에서 1명만 교체하면서 어렵게 경기 운영을 하는 등 한정된 선수들로 최대의 효과를 내는데 애써야 했다.
일단 원정 경기서 승점 3점을 확보하는데 성공하면서 포항은 16강 진출 가능성을 조금씩 높였다. 오는 18일 3차전 산동 루넝전은 홈 경기라는 점에서 심리적으로도 안정을 꾀할 수 있게 됐다.
시즌 들어 첫 승을 맛보며 부담도 덜었다. 부리람전까지 승리를 거두지 못했을 경우 주말 부산 아이파크와의 원정 경기가 더욱 힘들어질 수 있었다. 승리에 대한 집착이 역효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포항은 올 시즌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목표로 잡았다는 점에서 더 값진 승리다.
포항의 승리 요인에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결국은 미드필드의 힘으로 귀결됐다. 포항은 2000년대 후반부터 톱니바퀴 미드필드를 구축하고 있다. 이날도 수비형 미드필더에 김태수가 나서 이명주, 김재성과 호흡을 맞췄다.
이들은 위치에 구애받지 않고 전진과 후진을 반복하며 공각 확보에 열을 올렸다. 주로 이명주가 처진 공격수 김승대와 함께 제로톱 역할을 수행하면서도 공수 연결고리 역할을 잊지 않았다.
두 골을 터뜨리는 과정에서 이들 삼각 미드필더들의 존재감은 확실했다. 선제골을 넣은 김태수는 후방에서 기회를 엿보다 순식간에 페널티지역 근처까지 파고들어 부리람 골망을 흔들었다. 이명주는 중앙선 부근에서 볼을 가로챈 뒤 지체없이 전진패스를 해 김승대의 골을 도왔다. 원톱 공격수가 부족한 포항이 버틸 수 있는 힘이다.
포항은 이들 세 명 외에도 부상 회복중인 황지수를 비롯해 문창진 등 화려한 미드필더진을 보유하고 있다. K리그 최고 수준의 패싱력까지 장착하고 있다. 제로톱 구사는 상대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미드필드가 쉽게 무너지지 않으니 자신감이 생길 수밖에 없다. 공격에서 수비까지의 균형이 무너지지 않는 것도 미드필드에서 간격을 잘 유지해주기 때문이다.
황선홍 감독은 "선수들에게 냉정하게 하자고 요구했다. 발밑으로 하는 우리 플레이를 보여주자고 했다"라며 미드필드를 거쳐가는 패싱플레이를 일관되게 시도했음을 전했다. 미드필드의 힘으로 승리를 낚아챘음을 확인시켜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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