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여자 프로배구 흥국생명의 류화석 감독은 최근 마음이 편치 못했다. 10연패에 빠졌던 팀의 부진 탓도 있지만 주포 노릇을 하고 있는 외국인선수 바실레바(불가리아)를 볼 때마다 걱정이 더 됐다.
바실레바는 현재 568점을 기록해 여자부 득점 4위에 올라있다. 그러나 공격종합 성공률 부문에서는 순위가 많이 내려갔다. 시즌 초반만 하더라도 5위권 안에 이름을 올리며 양효진(현대건설) 베띠(GS 칼텍스) 조이스(KGC 인삼공사) 니콜(한국도로공사) 등과 경쟁을 했다. 하지만 바실레바는 현재 공격성공률 41.90%로 이 부문 7위에 머물러 있다.
류 감독은 "수비와 서브 리시브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긴 하지만 바실레바가 최근 부쩍 힘들어 한다"며 "팀이 계속 패하고 그러다보니 힘도 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류 감독은 그런 바실레바를 달래기도 했다. 어린 나이에 고국에서 멀리 떨어진 한국으로 와 뛰고 있는 상황을 충분히 이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실레바를 아끼기 때문에 쓴소리도 해야 한다. 류 감독은 "바실레바가 올 시즌만 뛰고 배구를 그만 할 게 아니지 않느냐"며 "여기서 열심히 뛰고 배워야 다른 곳에서 활동하더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V리그를 거친 외국인선수들 중에서 유럽리그로 유턴해 성공시대를 열고 있는 이들이 제법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지난 시즌 IBK 기업은행의 통합 우승 달성에 도움을 줬던 알레시아(우크라이나)다. 알레시아는 현재 스위스 볼레로 취리히 소속으로 유럽배구연맹(CEV) 주최 챔피언스리그에서 당당히 득점 부문 1위에 올라있다.
알레시아는 챔피언스리그 10경기에서 226점을 올리며 주 공격수로 뛰었다. 볼레로 취리히가 플레이오프 6강에서 탈락하긴 했지만 그는 개인 기록에서 쟁쟁한 선수들을 제쳤다. 알레시아의 전 소속팀 IBK 기업은행 이정철 감독은 "알레시아가 유럽에서 성공을 거둘 가능성은 매우 높았다"며 "V리그에서 두 시즌을 보내는 동안 기량이 부쩍 늘었다"고 했다.
류 감독은 "바실레바가 좀 더 디테일한 부분에 대해서 신경을 썼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류 감독은 "예를 들면 후위공격을 시도할 때는 평소와 다르게 스텝을 밟아야 한다"며 "반 스텝 정도는 짧게 밟아야 한다. 평소 훈련 때 그 부분에 대해 얘기를 하는데 바실레바가 막상 경기에 들어가면 종종 이를 잊어버리고 플레이를 하는 경우가 있다"고 얘기했다.
승패 결과를 떠나서 선수들이 코트에서 제기량을 선보이고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길 바라는 건 감독들의 공통된 마음이다. 여기에는 국내선수와 외국인선수의 구분은 없다. 류 감독은 "이제 몇 경기 남지 않았다"며 "바실레바도 끝까지 열심히 해서 유종의 미를 거두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흥국생명은 지난 11일 현대건설을 상대로 3-0 승리를 거두며 연패 탈출에 성공했다. 바실레바는 이 경기에서 22점을 올리며 팀 승리에 도움을 줬고 경기 최다 득점 선수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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