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수기자] 뮤지컬 배우 박지연(26)에게는 '행운아'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2002년 데뷔작 '맘마미아'부터 여주인공 소피 역을 거머쥔 덕분이다.
이후 창작 뮤지컬 '미남이시네요'의 고미남(고미녀), '레미제라블' 에포닌, '고스트' 몰리에 이르기까지 전 작품에서 주조연으로 활약했다. 특히 '레미제라블'로 활약했던 2013년에는 '한국 뮤지컬대상'과 '더 뮤지컬 어워즈'에서 신인상을 휩쓸었다. 이쯤하면 그녀의 승승장구는 '행운'이 아닌 '실력'으로 봐야할 것 같다.
뮤지컬 '고스트' 공연을 앞두고 신도림 디큐브아트센터에서 박지연을 만났다. '레미제라블'과 '고스트'에서 연이어 진지하고 어두운 역할을 맡았던 터라 낯가림과 수줍음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예측은 빗나갔다. 박지연은 20대의 딱 그 또래답게 밝은 웃음과 활기찬 에너지를 뿜어냈다.
"제 안에 여러가지 모습이 있어요. 연습할 때는 말 없이 혼자 있는 시간이 많고 활발해지기도 하죠. 가끔은 내 진짜 모습이 뭔가 싶기도 해요(웃음). 극중 몰리는 외로운 역할이에요. 넘버도 혼자 부르고, 칼 말고는 마주치는 사람이 없거든요. 넘버도 혼자 부르죠. 그래서 공연 이외 시간에는 오히려 즐겁게 보내려고 해요."
뮤지컬 '고스트'는 영화 '사랑과 영혼'을 원작으로,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는 사랑의 영원함을 이야기한다. 죽어서도 사랑하는 이의 곁을 지키는 영혼의 이야기는 시대와 공간을 초월해 공감을 일으킨다.
특히 '고스트'는 최첨단 멀티미디어와 마술, 그리고 조명으로 만들어낸, 21세기 무대과학의 진수다. 사람이 문을 통과하고, 유체가 이탈되고, 편지가 제 스스로 접히기도 한다. 곳곳에 숨겨진 9대의 빔 프로젝트와 '오토 팔로' 조명은 영혼인 샘의 존재를 부각시키며 눈길을 사로잡는다.
공간의 활용도 이채롭다. LED판 7000피스로 구성된 3겹 구조물은 이동하고 접히며 무대 위 새로운 배경지를 만들어낸다.
"'고스트'에는 곳곳에 큐가 많아요. 행동이나 대사 하나에 큐가 있는 경우도 있어서 그걸 모두 지키면서 해야 하는 것이 힘들었어요. '고스트'는 큐도 많고 조명도 화려해서 모든 게 딱딱 맞아야 하거든요. 특히 바닥이 움직이는 무대는 처음이라 초반엔 많이 휘청거렸죠. 지금은 괜찮지만 벨트 위에서 노래하는 건 무섭고 불안했어요."
출연배우들은 '고스트' 속 트릭이나 마술 장면의 비밀을 누설하지 않겠다는 서약서에 사인을 했다. 얼마나 대단한 마술이기에 비밀 보안에 이리 철저한 걸까. 하지만 박지연은 "(비밀 유지는) 관객들을 위한 조치다. 그런 장치를 몰라야 재미있게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고스트'는 적당한 거리감을 두고 봐야 환상적이고, 더 재밌게 즐길 수 있다"며 "오히려 맨 앞줄 보다는 6~8열 정도를 추천한다"고 설명했다.
전작 '레미제라블'을 원캐스트로 소화했던 박지연은 '고스트'에서 아이비와 함께 더블 캐스팅 됐다. 하지만 부담감은 더욱 커졌다.
"오히려 매일 무대에 오를 때는 불안함이 없었어요. 컨디션이 안좋아도 늘 하던 기운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고스트' 초반엔 적응이 안됐어요. 이제 좀 할만 하다 싶으면 다음날 쉬고, 그러다 보니 흐름이 깨졌죠. 지금은 많이 익숙해졌어요. 그래도 저는 좀 더 작품에 집중할 수 있고 작품의 완성도도 높일 수 있는 원캐스트가 더 좋아요."
◆"주원, 장난꾸러기…무대 위에선 친구처럼 느껴져"
'고스트'에서 박지연은 김우형, 김준현, 주원 등 세 명의 샘과 호흡을 맞춘다. 박지연은 "김우형은 든든하고, 김준현은 로맨틱하고, 주원은 친구같다"고 비교했다.
"우형오빠는 언제 만나도 든든하고 믿음이 가요. 준현 오빠는 굉장히 남자다워보이지만 눈빛만큼은 로맨틱하죠. 주원 오빠는 그나마 가장 나이차가 적은 또래에요. 덕분에 친구처럼 장난을 많이 치죠. 준현, 우형오빠 옆의 몰리가 성숙한 여성이라면, 주원오빠와 함께 할때는 인간 박지연의 모습이 그대로 나오는 것 같아요."
박지연은 올해 만 26세가 됐다. 20대 중반에 불과하지만 그는 벌써 12년차 뮤지컬 배우다. 그는 현재 공연 중인 '고스트'에서도 전 배우를 통틀어 세번째로 어리다. 박지연은 대학 재학 중 '맘마미아'에 캐스팅됐다. 그것도 주연으로. 누군가는 그를 '천재'라고 했고, 또 누군가는 '행운'이 따른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지연은 스스로를 "노력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작품을) 철저하게 준비하고 하루종일 음악을 들으며 열심히 준비해서 합격을 해도 곱지 않은 시선을 받을 때가 있다"며 "하지만 누구보다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저는 오디션에서 제가 가장 잘 하는 것에 집중해요. 춤을 못춰서 노래 연습을 많이 했죠. 특히 작품 속 인물의 이미지를 만드는 데 집중했어요."
이날 인터뷰에 동석했던 뮤지컬 제작사 신시컴퍼니 관계자가 입을 열었다. 박지연은 신시컴퍼니와 '맘마미아' '미남이시네요', 그리고 '고스트'에 이르기까지 총 3편의 작품을 함께 해왔다. 그는 "(박지연이) 나이는 어리지만 똑똑하고 이해력이 높다. 덕분에 제작진의 수정 요구에 즉각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곤 한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마지막으로 박지연에게 2014년 신년 계획을 물었다. 어김없이 작품에 대한 이야기가 최우선이었다.
"앞으로 6개월 동안 '고스트'를 잘 마무리했으면 좋겠어요. 무대 위를 집처럼, 몰리를 진짜 나처럼 느끼면서 공연이 끝날 즈음엔 공연의 80~90%는 이해할 수 있기를 바라요. 이제 2달이 흘렀고, 앞으로 6개월이 남았어요. 앞으로도 계속 새로운 면을 꾸준히 찾아나가면서 좋은 모습 보여드릴게요."
한편, 뮤지컬 '고스트'는 오는 6월29일까지 신도림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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