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문선재(24)가 LG 트윈스의 '만능키'로 거듭난다.
문선재는 15일 LG의 스프링캠프가 열리는 미국 애리조나로 출국하면서 가방에 글러브 3개를 챙겨넣었다. 하나는 일반 내야수용 글러브, 또 하나는 1루수 미트다. 여기까지는 지난해와 달라진 점이 없다. 한 가지 변화는 외야수 글러브가 추가됐다는 점이다.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문선재는 외야수 겸업을 시도할 예정이다. 문선재가 외야수로 나서는 것은 초등학교 이후 처음이다. 1루, 3루 수비가 가능한 외국인선수 조쉬 벨의 영입으로 문선재는 내야에서의 입지가 좁아졌다. 이에 LG 김기태 감독은 문선재의 활용폭을 키우기 위해 외야 겸업을 권유했고, 문선재가 이를 받아들였다.
줄곧 내야수로만 뛰던 문선재에게 외야 수비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워낙 수비 센스가 좋고 외야수에게 필요한 빠른발까지 갖춘 문선재다. 문선재는 지난해 포수 마스크를 쓰고 봉중근과 배터리를 이뤄 팀 승리를 지켜낸 기억도 있다. 어느 포지션이든 쉽게 적응할 수 있는 장점을 지닌 선수다.
LG에 처음 입단했을 때 문선재의 주 포지션은 유격수였다. 동성고 시절에도 주전 유격수로 활약했다. 그러나 상무 입대 후 어깨 부상으로 송구에 문제가 생겨 1루수 미트를 끼기 시작했고, 지난해 역시 거의 1루수로만 출전하며 공수에서 쏠쏠한 활약을 펼쳤다. 문선재의 1루 경험은 상무에서의 2년, 지난해 LG에서의 1년 등 3년에 불과하다.
여기서 문선재는 또 한 번 변신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 일본 고지 마무리 캠프 때부터 외야수 훈련을 받기 시작했다. 문선재는 "아직은 타구 판단이 어렵다. 하지만 훈련을 하다 보면 괜찮아 질 것"이라며 "새로운 경험이라 아직까지는 재밌다. 그런데 내야, 외야 훈련을 다 받아야 하기 때문에 힘들 것 같긴 하다"고 말했다.
문선재가 외야수까지 겸업을 한다는 것은 확실한 자기 포지션을 갖지 못했다는 의미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다양한 포지션을 맡을 수 있다는 것은 큰 장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일단 대타, 대수비로 경기에 나설 수 있는 기회가 많다. 발이 빨라 대주자로서의 가치도 높다. 또한 주전 선수의 부상이나 부진이 생길 경우 그 공백을 메우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물론 문선재가 주전 경쟁에서 밀린 것은 아니다.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하며 그 중 한 자리를 차지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지난해 문선재는 타율 2할6푼7리 4홈런 25타점 31득점 8도루를 기록했다. 특히 득점권 타율이 3할1푼3리로 높았다. 풀타임 1군 첫 시즌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결코 나쁘지 않은 성적이었다.
연봉도 2천500만원에서 무려 200%(5천만원) 상승한 7천500만원이 됐다. 문선재는 "워낙 싼 몸값이었기 때문에 인상 퍼센트는 높지만 많이 오르지는 않았다"며 해맑은 웃음을 보였다.
어떤 자물쇠도 열 수 있는 열쇠를 만능키라고 한다. 타격, 수비, 주루 등 다방면에서 활용가치가 높은 문선재는 올 시즌 어떤 역할이건 맡을 수 있는 준비에 나선다. LG 트윈스의 '만능키'가 올 시즌 문선재에게 주어진 임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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