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우승을 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겠다."
LG 트윈스의 이진영(34)이 신년하례식에서 새롭게 주장으로 선출된 뒤 한 말이다. 새해 출발부터 '우승'을 언급하는 풍경. LG에서는 꽤나 낯설다.
그야말로 격세지감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LG는 10년 동안이나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지 못한 팀이었다. 감히(?) 우승을 입에 담을 수 없었다. LG의 당면과제는 가장 높은 곳에 오르는 것이 아닌, 상위 4개팀 안에 드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1년 만에 팀이 처한 상황이 확 바뀌었다. LG는 2013년 정규시즌을 2위로 마치며 오랜 한을 씻어냈다. 이제 선수들은 당당히 우승을 이야기한다. '주장' 이진영뿐만이 아니다. LG 선수들 대부분이 그렇다.
LG 선수들만 그런 것도 아니다. 외부에서도 LG의 전력이 충분히 우승을 다툴 정도가 될 것이라고 평가한다. 1년 사이 만년 하위권 팀에서 자타가 인정하는 우승후보가 돼버린 것이다.
그러나 구단 내부에서는 이런 변화에 대해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우승이라는 높은 목표 설정이 자칫 선수단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것. 또한 각 구단이 전력평준화를 이룬 올 시즌은 정말 예측하기가 어렵다는 것이 우려의 배경이다.
LG 구단의 한 관계자는 "분명 좋아지기는 좋아졌다"면서도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우승은 물론 2년 동안 계속 잘하는 것이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선수들이 지난해 했던 만큼의 활약을 똑같이 보여줄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고 'LG 대권론'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실제로 우승을 차지한 팀이 이듬해 최하위로 추락하는 경우도 종종 있을 정도로 꾸준히 강한 전력을 유지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LG도 10년 동안 암흑기를 지내다 이제 한 번 4강이라는 열매를 맛봤을 뿐이다. 진정한 우승후보로 꼽히기 위해서는 몇 년간 꾸준한 성적을 보여줘야 한다.
김기태 감독은 외부 평가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면서도 선수들이 우승을 목표로 잡은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김 감독은 "선수들이 스스로 그렇게 높은 목표를 잡아 노력하겠다는 생각은 고맙다"며 "그래도 2년 전과 비교하면 정말 좋아지긴 했다"고 자신의 감독 취임 당시를 떠올렸다. 2년 전 당시 LG는 핵심 FA 3인방(이택근, 조인성, 송신영)이 모두 팀을 떠나고, 경기조작 여파로 선발 투수 2명을 잃는 등 팀 전력이 휘청거리고 있었다.
분명 LG는 최근 수 년과 비교해 강해졌다. 객관적인 전력상으로도 4강 이상의 성적을 올릴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우승후보라는 평가에 대해 부담을 느끼는 시선도 있지만 자신감에 찬 선수들은 목표를 이미 우승으로 정했다. 부담감을 극복하는 것 또한 LG 선수들의 과제 가운데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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