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수원 삼성은 2008년 정규리그 우승 이후 무관을 이어가고 있다. 2009년 10위로 미끄러지더니 2010년에는 7위로 조금 올라섰다. 2011년과 2012년에는 4위로 마감했다. 리그 우승 문턱에조차 다가서지 못하고 있다.
그 사이 토너먼트 대회인 FA컵은 2회 연속(2009, 2010년) 우승과 준우승(2011년)을 차지했다. 덕분에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 꾸준히 진출해 2010년 8강, 2011년 4강에 올랐다. 올해는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올 시즌 수원의 현실적 목표는 우승이 아닌 리빌딩의 정착이었다. 그렇지만 늘 정상권으로 인식되는 수원의 이름값이라면 최소한의 기본적인 성적을 내줘야 한다는 것이 축구계의 대체적인 인식이다. 신예를 발굴하면서도 기존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며 조화를 이뤄야 진정한 강팀이라는 것이다.
수원은 최근 몇 년 사이 K리그를 선도하던 클럽의 지위를 잃었다. 2008년 수원의 우승 이후 전북 현대와 FC서울이 두 번씩 우승을 나눠 가졌다. 아시아 정상 역시 포항, 울산이 가져갔다. K리그 기준의 이른바 '빅4'에서 수원은 점점 시야에서 사라져갔다. 이제는 울산, 포항, 전북, 서울이 빅4로 자리잡는 분위기다.
올 시즌 수원의 힘이 약화된 데는 시즌 초반 전술의 핵이었던 김두현의 부상이 컸다. 그러나 김두현의 대체 요원을 내세우지 못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오장은-박현범-이용래 등이 돌아가며 중원을 맡고 여름 이적 시장에서 어렵게 영입한 산토스가 나름대로 분전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부상자가 나와도 대체 요원으로 버틸 수 힘을 보여줬던 수원의 과거를 생각하면 아쉬움이 커질 수밖에 없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의욕적으로 시도한 연봉공개는 수원에 치명타로 돌아왔다. 외국인 선수를 제외한 연봉공개에서 수원이 1위였다. 1인당 평균 2억9천249만원이었다. 2위 전북 현대(2억4천633만원)보다 5천만원 정도가 많았다. 비용대비 효율에서 문제라는 지적이 모기업 삼성전자에서 제기됐고 당장 구단 운영비 삭감으로 이어졌다.
수원은 전북과 함께 프로연맹의 연봉공개에 여러가지 문제가 있다며 다양한 항변을 했지만 '개혁'을 앞세운 여론을 이겨내지 못했다. 향후 선수 개별 연봉 공개까지 이뤄지게 될 경우 수원의 슬림화와 선수 이탈은 더 커질 가능성도 있다.
꼬일대로 꼬인 상황에서 남은 시즌 수원이 할 일은 '유종의 미'를 거두는 것밖에 없다. 수원은 두 경기를 남겨놓고 승점 50점으로 5위를 기록 중이다. 부산 아이파크(49점), 인천(47점)이 이미 한 경기를 더 치른 상태여서 수원은 1승만 해도 5위를 지킬 수 있다.
그러나 수원은 최근 5연패를 기록하고 있다. 남은 경기도 전북과 인천이다. 전북은 3위 수성에 사활을 걸 것이고, 인천은 스플릿 분리 이후 승리가 없어 1승에 목마르다. 수원을 꺾어야 되는 이유가 충분한 두 팀을 차례로 만난다. 수원도 더 이상 망신을 당하지 않으려면 이들을 넘어서야 한다. 곽희주, 곽광선 등 중앙 수비의 핵들이 부상으로 이탈해 불안함이 상존한 상황에서 목표의식까지 상실된 상태로 두 경기를 치러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그래도 승리는 필수다. 무엇보다 수원의 팬심을 돌리기 위해서 그렇다. 지난 23일 울산 현대전에서는 수원에 어울리지 않는 네 자릿수 관중인 9천775명이 입장했다. 최근 부진에 따른 팬심이 그대로 반영된 결과였다. 동시에 내년 연간회원권은 주요 자리가 날개 돋힌 듯 팔려나가는 기현상을 보였다. 여전히 수원의 미래에 대한 팬들의 희망이 연간권 구매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수원 선수들은 각자 절박함을 안고 있다. 시즌 종료 후 선수단 축소 등 운영비 삭감에 따른 조치가 이어질 전망이다.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며 가능성을 인정 받아야 살아남을 수 있다. 빅클럽이라는 자존심을 지켜내고 스스로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상황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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