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KGC 인삼공사 세터 한수지는 요즘 배구 할 맛이 난다. 코트에 나서는 일이 어느 때보다 즐겁다. 소속팀은 지난 시즌 악몽과 같은 한 해를 보냈다. V리그 최고의 외국인선수로 꼽힌 몬타뇨(콜롬비아, 현 터키 갈라타사라이)가 팀을 떠나 어느 정도 고전이 예상됐다. 하지만 막상 받아든 성적표는 기대에도 한참 못미치는 최하위 6위였다.
KGC 인삼공사는 시즌 후반 승수를 올리긴 했지만 17연패까지 당하는 등 동네북 신세였다. 몬타뇨의 빈 자리를 메우기 위해 데려온 드라간(세르비아)은 한 경기도 뛰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갔고 뒤이어 영입한 케이티 카터(미국)도 분위기를 바꾸는 데 도움이 못됐다. 여기에 시즌 개막을 앞두고 주전 세터 한수지가 갑상선 수술을 받는 악재까지 겹쳤다.
그러나 1년 뒤 2013-14시즌 들어 KGC 인삼공사는 달라졌다. 아직 시즌 초반이지만 개막 후 2연승을 포함해 20일 현재까지 3승 1패(승점 9)를 거두며 당당히 2위에 올라있다.
팀은 19일 안방인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GS 칼텍스와 경기에서는 세트 스코어 3-0(25-16 25-22 25-21)으로 이겼다. GS 칼텍스는 일본에서 열린 2013 그랜드 챔피언스컵 대회에 도미니카공화국대표팀으로 뛰며 그 동안 결장했던 주 공격수 베띠가 이날 경기를 통해 복귀했다. KGC 인삼공사는 베띠가 버틴 GS 칼텍스를 맞아 깔끔한 승리를 거뒀다.
KGC 인삼공사의 초반 돌풍의 중심에는 한수지가 있다. 그는 지난 7월 열린 안산·우리카드 컵대회에선 세터가 아닌 센터로 뛰었다. 체력적인 부분을 고려한 KGC 인삼공사 이성희 감독의 결정이었다. 여기에 팀은 오프시즌 동안 차세대 세터감으로 꼽히던 차희선을 한국도로공사로 보내고 대신 검증된 베테랑 세터인 이재은과 센터 이보람을 트레이드를 통해 영입했다. 이런 부분도 한수지에 대한 배려였다.
한수지는 자신의 주 포지션인 세터 자리를 포기할 수 없었다. 한수지는 이 감독과 면담을 통해 계속 그 자리에서 뛰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이재은도 국가대표팀 소집과 트레이드 등을 이유로 기존 KGC 인삼공사 선수들과 손발을 맞출 시간이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이 감독은 한수지와 이재은을 상황에 따라 번갈아 코트에 투입하기로 했다.
한수지는 지난 2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흥국생명과 개막전에서 선발 세터로 코트에 나왔다. 한수지는 새 외국인선수 조이스(브라질) 그리고 오랜 시간 함께 손발을 맞췄던 백목화, 이연주 등과 여러 차례 콤비 플레이를 선보였다. 6일 열린 도로공사전에서도 안정적인 토스워크를 선보이며 팀 승리에 도움을 줬다.
한수지는 첫 두 경기를 치른 뒤 14일 현대건설전 2세트부터 GS 칼텍스전까지 이재은에게 세터 자리를 넘기고 웜업존에서 경기를 지켜봤다. 그러나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한수지는 "누가 선발로 나가 뛰는 건 중요하지 않다"며 "팀이 승리를 거두는 게 우선"이라고 했다.
한수지와 이재은은 모두 주전세터감이다. 도로공사에서 이재은은 부동의 주전 세터였다. 세터 전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팀들이 봤을 때는 KGC 인삼공사가 부러울 따름이지만 주전 세터가 한 팀에 두 명이 있는 부분은 오히려 약점이 될 수도 있다.
한수지는 "주변에서도 그런 얘기를 많이 한다"면서 "하지만 괜찮다. 내가 잘 안풀릴 때는 당연히 (이)재은이 언니가 코트에 나가야 한다"고 했다. 그는 "오히혀 시너지 효과가 생기는 것 같다"며 "서로 장, 단점을 자주 얘기하고 그러다보니 경기가 잘 풀린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한수지를 신나게 하는 건 역시 팀 승리다. 지난 시즌 KGC 인삼공사는 6라운드에 가서야 3승째를 거뒀다. 하지만 올 시즌은 1라운드 4경기 만에 벌써 3승을 올렸다. 한수지는 "동료들 모두 정말 힘든 시기를 보냈다"며 "아직 초반이긴 하지만 이제는 지는 것보다 이기는 일에 익숙해지고 싶다"고 했다.
KGC 인삼공사는 오는 24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디펜딩 챔피언이자 올 시즌 남녀부 통틀어 V리그에서 유일한 무패팀인 IBK 기업은행(4승, 승점 10)을 만난다. 이날 KGC 인삼공사가 승리를 거둔다면 여자부 1위 자리는 바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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