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삼성 라이온즈 류중일 감독의 속이 답답하다. 터질 것처럼 보이는 방망이가 여전히 침묵하고 있기 때문이다.
류 감독은 2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2013 한국시리즈 4차전을 앞두고 "이제는 칠 때도 됐다"고 했다. 이날 두산 선발투수가 이재우였기 때문에 어느 정도 팀 공격력에 대한 자신감을 갖고 이렇게 얘기를 꺼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이 열리자 삼성 타선은 이재우에게 막혔다. 이재우는 이날 5이닝 동안 2피안타 3볼넷 무실점으로 제몫을 했다. 삼성 타선은 이재우가 마운드에서 버틴 5회까지 삼진을 8개나 당하며 무득점에 그쳤다.
삼성은 이재우에 이어 나온 데릭 핸킨스를 상대로도 1안타만 쳐냈을 뿐 점수를 내지 못했다. 핸킨스에게도 4개의 삼진을 당했다. 마지막 9회초 한 점을 따라갔지만, 1사 만루에서 희생플라이에 의한 타점이 전부였을 뿐 끝내 결정타가 터져나오지 않으며 승부를 뒤집지 못했다. 삼성은 1-2로 패하면서 1승 3패로 몰렸다. 한 번만 더 지면 3년 연속 우승이 좌절되는, 그야말로 벼랑끝으로 내몰린 것이다.
타격 슬럼프로 6번 타순에 배치된 이승엽이 계속 부진한 것도 문제였지만 두산과 견줘 힘이 더 있다는 평가를 받았던 중심타선의 전체적인 부진도 패배의 주요 원인이 됐다. 이날 삼성은 승리를 거뒀던 3차전과 거의 차이가 없는 타순을 들고 나왔다. 3번과 5번 박석민-채태인이 자리를 맞바꿨을 뿐 4번 최형우와 함께 클린업 트리오를 형성했다.
하지만 삼성의 3~5번 타자는 이날 3안타를 합작하는 데 그쳤고 타점 하나도 없었다. 최형우가 2안타를 치며 체면치레를 한 가운데 채태인이 1안타, 박석민은 무안타에 머물렀다.
3차전부터 타격폼을 바꾸는 등 부진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이승엽은 이날 0-2로 끌려가고 있던 9회초 무사 1, 2루의 좋은 추격 기회에서 마지막 타석에 들어섰다. 큰 것 한 방이 아니더라도 안타라도 쳐냈다면 분위기를 단번에 삼성 쪽으로 가져올 수 있었다. 하지만 결과는 1루수 앞 땅볼.
진루타가 되면서 1사 2, 3루로 삼성의 기회는 이어졌지만 천하의 이승엽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맥빠지는 결과였다. 삼성은 다음 타자 박한이가 고의4구로 걸어나가 1사 만루의 찬스를 얻었지만 정현의 희생플라이로 한 점을 만회했을 뿐이었다. 타선이 더 이상 추격할 힘이 없었다.
류 감독은 4차전서 아쉬운 패배를 당한 뒤 "5차전을 반드시 잡아 대구로 꼭 가겠다"며 "대반전의 계기를 만들겠다"고 했다. 하지만 1~4차전에서 계속돼온 타선의 침체로 볼 때 류 감독의 바람대로 경기가 풀린다는 보장이 없다.
두산 중심타선도 이날 부진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클린업트리오의 성적만 놓고 보면 오히려 삼성보다 성적이 더 안좋았다. 총 1안타에 그쳤다. 볼넷 3개와 고의4구 1개가 있었지만 최준석과 김현수는 각각 3회말과 5회말 병살타를 쳤다. 그러나 두산은 1회말 득점 기회에서 최준석이 기선을 제압하는 1타점 2루타를 쳤다. 그만큼 집중력에서 차이가 있었고, 그 결과가 승부를 갈랐다고 볼 수 있다.
류 감독은 타선 부진에 대한 뾰족한 해결책이 눈에 띄지 않아 더 답답하다. 류 감독은 5차전을 구상하면서 "깜짝 놀랄 만한 타순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삼성은 이제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할 상황이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반전 카드는 역시 타선이 제 몫을 해주는 데서 나와야 한다. 마운드가 최소 실점으로 상대 공격을 막아도 점수를 내지 못하면 경기는 이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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