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숙기자] 플레이오프 타율 2할1푼4리. 그리 높지 않은 타율이다. 하지만 두산 외야수 정수빈은 타율보다 수비에서 존재감을 한껏 드러냈다.
두산은 탄탄한 외야진 덕분에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중 정수빈의 활약이 단연 빛났다.
특히 3차전에서의 정수빈의 호수비는 두산의 한국시리즈 진출 발판을 마련했다.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됐던 정수빈은 3회말 공격 때 부상 당한 김현수와 교체돼 대주자로 투입됐다. 1사 1, 2루에서 2루주자로 나선 정수빈은 홍성흔의 우익수 뜬공 때 재빠르게 3루 진루했고, 이어진 이원석의 2루타 때 득점을 올렸다. 4회 공격 2사 1루에서는 이날 첫 타석에 들어서 우익수 오른쪽으로 빠지는 1타점 3루타를 날렸다. 두산이 4-1로 달아나는 귀중한 타점이었다.
공격에서의 활약이 다가 아니었다. 승리를 만든 결정적인 호수비도 있었다. 7회초 수비 1사 1루에서 이병규(9번)의 좌중간 장타성 타구를 다이빙 캐치로 잡아냈다. 누구나 안타로 생각한 타구를 정수빈은 포기하지 않고 쫓아가 몸을 날리며 글러브에 담았다.
정수빈은 8회초에도 LG 선두타자 오지환의 잘 맞은 안타성 타구를 재빨리 쫓아가 잡아냈다. 상대의 공격 흐름을 정수빈이 잇따른 호수비로 끊어낸 것이다.
이날 3차전에서 두산이 5-4로 승리한 후 정수빈은 "내가 못 잡으면 지고, 잡으면 이긴다는 생각을 했다. 수비가 강해야 이긴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했다"고 말했다.
4차전에 2번 좌익수로 선발 출장한 정수빈은 역시 안정적인 수비로 두산의 5-1 승리를 이끌었다. 3차전에 이어 4차전에서도 외야의 호수비가 두산의 승리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정수빈은 "수비가 안정되면 타석에서도 자신감이 생긴다"며 다음 무대인 삼성과의 한국시리즈를 겨냥했다.
지난해 부상 때문에 포스트시즌을 병원에서 지켜봐야 했던 쓰라린 경험이 정수빈에게는 약이 됐다. 그는 "아쉬운 마음에 병실에서 점수만 확인했다. 작년 가을에 못 뛰어서인지, 올해는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전했다.
포스트시즌 큰 경기에서 보여주고 있는 호수비 퍼레이드 역시 노력의 산물이다. 정수빈은 "공을 향해 달릴 때 다이빙캐치를 생각하면서 뛴다. 전력질주를 하기 때문에 다른 선수들과는 달리 공을 빨리 처리할 수 있다. 덕분에 힘들어 보이는 공도 잘 잡을 수 있다"며 웃었다.
두산과 LG의 플레이오프 승부를 가른 차이는 '집중력'이었다. 정수빈을 포함한 '경험'을 내세운 두산 야수들의 호수비가 승패를 갈랐다.
이제 두산은 24일부터 삼성과 한국시리즈 패권을 놓고 다툰다. 정수빈의 분발이 가을야구 최상위 무대에서도 빛을 발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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