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수기자] 명불허전이었다. 'KBS 시청률 보증수표'로 불리는 두 배우, 문채원(27)과 주원(26)이 만나자 예상대로 대박이 터졌다. 최근 종영한 KBS 2TV 월화드라마 '굿 닥터'는 첫 방송부터 마지막 방송까지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지켰다. 치밀한 대본, 따뜻한 시선의 연출, 여기에 배우들의 열연이 더해진 덕분이었다.
18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문채원은 "어떤 구성원과 함께 작품을 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린다"라며 "처음의 취지를 잃지 않고 견지해나간 작가와 연출 등 팀에게 고맙다"고 공을 돌렸다.
문채원은 작품복이 많은 배우다. 2008년 '바람의 화원'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그는 2009년 '찬란한 유산', 2011년 '공주의 남자', 2012년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남자', 그리고 올해 '굿 닥터'를 연이어 흥행시켰다. 첫 스크린 도전작이었던 '최종병기 활'(2012년)은 740만 관객을 끌어들였다.
일각에서는 좋은 작품을 고르는 안목이 뛰어나다고 평가하고, 또 다른 이는 어떤 작품을 만나더라도 완벽하게 자신의 캐릭터화 시키는 문채원의 연기력을 높이 산다.
이에 대해 문채원은 "잘 될 것 같은 작품이 뭔지 잘 모르겠다. 그보다는 작품을 선택할 때 어떤 배우, 어떤 연출과 함께 하는지 살핀다. 그에 따라 작품의 질과 완성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라며 "다행히 지금까지는 성실하고 진지한 태도로 임했던 사람들과 함께 했던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내가 잘 할 수 있는 작품보다는 내가 하고 싶은 작품을 선택한다"라며 "내가 원해서 하는 선택이라야 더 열의를 갖고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드라마에서 그는 고등학생('달려라 고등어'), 기생('바람의 화원'), 공주('공주의 남자'), 재벌 딸(착한남자)에 이어 의사가 됐다. 그는 "언젠가 드라마에서 의사 역할을 맡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종합병원'의 향수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었어요. 자폐증을 겪는 의사(박시온)라는 설정도 두 번 나오기 쉽지 않을 것 같아 맘에 들었고요. 또 멜로라인에서도 여자인 내가 선배이고, 상대방이 장애를 가진 만큼 써내려갈 수 있는 부분이 많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독특한 멜로를 그리고 싶었고, 성장하는 의사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거든요."
첫 의학드라마였던 만큼 체력적 피로도 극심했다. 땀이 뻘뻘 나는 한여름의 수술실 촬영, 장시간 동안 서서 진행되는 촬영에 배우들은 모두 허리 통증을 호소했다. 그는 "잠을 자도 왜 이렇게 피곤할까 서로 이야기를 많이 했다"며 "김영광은 허리가 아프다며 복대를 차고 오기도 했다"고 에피소드를 전했다.
문채원은 극중 보이시하고 털털한 소아외과 펠로우 차윤서 역을 맡았다. 잠을 잘 시간조차 없는 의사들을 떠올리며 메이크업을 최소화했다. 손톱도 매주 깎았다. 급기야는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볼터치라도 하고 좀 해라"라고. 하지만 그는 생각했다. "사적으로 관리되지 않은 모습을 보여드리는 건 예의가 아니고 창피한 일이지만, 작품을 위해 화장을 간소화하고 머리도 엉성하게 묶는 건 캐릭터를 위한 당연한 선택이다."
"저도 여자인데 가끔은 예쁘게 나오면 좋겠다 싶죠. 하지만 연기자로서, 예쁜 모습만 보이고자 하는 건 좋은 태도가 아닌 것 같아요. 그냥 진짜 의사들과 가장 흡사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그런 생각에 한 개씩 한 개씩 버려나가는 작업을 했죠."
드라마 촬영 이후 그는 자폐증, 서번트 증후군에 관심을 더 갖게 됐다. 그는 "연기자는 단기간 집중해서 캐릭터의 직업과 사랑을 파고든다. 그러다보면 세상 보는 시각도 달라진다"라며 "그런 의미에서 이번 작업이 참 즐거웠다"고 털어놨다.
"가끔 생각해요. 나는 좋은 배우인가, 좋은 사람인가, 아니면 좋은 평가를 받고 싶어하는 배우인가. 그 답을 '굿 닥터'가 준 것 같아요. 스스로에게 불만감이 있었어요. 좌절감과 실망감, 정신적 갈등도 컸죠. 그런데 연기를 하면서 긍정적으로 즐기면서 일하자, 좋은 태도를 갖자고 생각하게 됐어요."
'굿 닥터'는 말한다. '좋은 사람이 곧 좋은 의사이고, 고민하는 모든 의사가 좋은 의사'라고. 그런 의미에서 문채원은 이미 좋은 배우다. 본인에게 주어진 캐릭터에 최선을 다해 고민하고,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그 모습 만으로도 '좋은 배우'의 자질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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