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그의 표정은 다부졌고, 눈빛엔 자신감이 넘쳤다. 130㎞ 안팎의 직구와 변화구는 마치 '마구'를 연상케 했다. 마운드에 선 유희관(두산)은 거인이었다. 가장 긴박한 순간 문자 그대로 최고의 피칭을 펼치며 유희관 이름 석자를 한 번 더 야구팬들 사이에 각인시켰다.
14일 목동에서 열린 준플레이오프 5차전은 유희관이 모든 걸 지배한 경기였다. 8회 선두타자 김민성에게 첫 안타를 맞기까지 노히트노런을 펼치는 등 7이닝 1피안타 9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몸맞는 공 1개에 볼넷은 하나도 없는 완벽한 제구력을 과시했다. 유희관은 두산이 3-0으로 앞선 8회 무사 1루에서 사이드암 변진수와 교체돼 이날 투구를 마감했다.
이날 유희관의 공은 마치 자석처럼 스트라이크존 구석구석으로 빨려들어갔다. 우타자 몸쪽으로 휘어지는 슬라이더에 이어 바깥쪽으로 빠져나가는 역회전공, 스트라이크존에서 타자를 희롱하며 살짝 떨어지는 체인지업에 무브먼트가 살아 있는 130㎞ 대 '강속구'까지.
다양한 구질의 공을, 상대가 예측하지 못한 상황에서 현란하게 구사하는 모습은 '작은 거인'이었다. 구속만 차이가 있을 뿐 당당하게 상대 타선을 압도하는 모습은 마치 그가 좋아하는 205㎝의 '빅유닛' 랜디 존슨 못지 않았다.
초반부터 완벽한 투구가 이어졌다. 1회말 넥센 선두 서건창을 삼진처리하면서 그의 호투 행진은 시작됐다. 서동욱을 2루땅볼로 처리한 그는 3번 이택근을 시작으로 화려한 'K쇼'를 펼쳤다. 2회 박병호-김민성-강정호를 3타자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운 그는 3회에도 선두 이성열을 7구째 만에 헛스윙 삼진처리하고 기세를 이어갔다.
4회 2사까지 한 명의 타자도 출루시키지 않은 그는 2번째 타석에 들어선 이택근에게 몸맞는 공을 허용해 이날 처음 1루에 주자를 내보냈다. 하지만 곧바로 박병호를 1루땅볼 처리하고 위기에서 벗어난 뒤 5회에도 삼진 2개를 곁들여 간단하게 3아웃을 잡았다.
6회에도 특유의 완급조절이 빛을 발한 그는 3타자를 모조리 범타처리하며 넥센 타자들을 당황시켰다. 유희관의 완벽투 행진은 7회에도 중단 없이 이어졌다. 대타 송지만을 삼진, 이택근을 유격수 땅볼, 박병호를 유격수 뜬공으로 잡아냈다. 유희관의 노히트노런 행진은 그러나 8회 첫 타자 김민성 타석에서 중단됐다. 볼카운트 1-2에서 던진 4구째 공이 그만 중견수 이종욱 앞에 떨어지면서 이날 넥센의 첫 안타로 기록된 것이다.
투구수 109개 되자 정명원 투수 코치가 마운드로 걸어 올라갔고, 유희관은 두산 팬들의 기립박수를 받으면서 덕아웃으로 들어갔다. 비록 9회에 투입된 니퍼트가 2사 뒤 박병호에게 동점 3점홈런을 허용해 유희관은 다 잡았던 포스트시즌 승리투수의 기쁨을 다음으로 미뤄야 했지만 그의 진면목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던 5차전이었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