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두산 베어스 홍성흔(37)은 포스트시즌의 사나이다. 지난 1999년을 시작으로 올 시즌까지 벌써 12번이나 가을야구를 경험하고 있다. 통산 최다 안타, 최다 타점, 최다 병살타 등 각종 포스트시즌 기록에도 이름을 올려 놓고 있는 홍성흔이다.
워낙 포스트시즌에 자주 출전하다 보니 다양한 경험도 갖고 있다. 홍성흔은 올 시즌 준플레이오프에서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2연패 뒤 3연승, 이른바 '리버스 스윕'도 경험해 봤다. 지난 2010년, 롯데 자이언츠에서 뛰던 때다.
홍성흔은 2009년 롯데로 팀을 옮기자마자 맹활약을 펼치며 그 해 롯데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끄는 등 지난해까지 롯데에 몸담으며 한 번도 가을야구를 쉬어본 적이 없었다. 롯데맨으로 치른 4번의 포스트시즌 가운데 가장 큰 아쉬움이 남는 것이 바로 2010년 두산과의 준플레이오프다.
당시 4위로 가을잔치 초대권을 손에 넣은 롯데는 3위 두산과 준플레이오프를 치렀다. 롯데는 1,2차전에서 승리하며 손쉽게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두산의 뚝심이 만만하지 않았다. 롯데는 두산에 거꾸로 3연패를 당하며 2승3패로 탈락의 쓴잔을 들이켰다.
이제 홍성흔은 3년 전의 뼈아픈 기억을 상대팀 넥센 히어로즈에게 돌려주려 하고 있다. 1,2차전을 내준 두산이 3,4차전을 잡아내며 리버스 스윕을 노리고 있는 것이다. 두산과 넥센은 14일 목동구장에서 최종 5차전을 치르며, 이 경기에서 플레이오프행 티켓의 주인공을 가린다.
그렇다면 3년 전 롯데에서 당한 충격적 탈락을 홍성흔은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홍성흔은 "2연승을 한 뒤 이상하게 마음이 급해지면서 먼저 점수를 주더라"며 "그러면서 '4차전에서 이기면 되지'가 아니라 '4차전까지 내주면 어려워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홍성흔이 떠올린 3년 전 기억의 핵심은 "한 번 분위기가 넘어가니까 걷잡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포스트시즌과 같은 큰 경기에서 분위기는 승패를 가르는 결정적인 요소가 될 수 있다. 3년 전 롯데는 2연승 뒤 2연패로 분위기를 완전히 두산 쪽으로 넘겨준 뒤 5차전마저 패하며 결국 탈락했다.
이번 준플레이오프에서도 두산의 상대팀이 넥센으로 바뀌었을 뿐, 4차전까지의 흐름이 3년 전과 매우 비슷하다. 분명 분위기 면에서는 3,4차전을 승리하며 반전 기회를 잡은 두산이 넥센에 비해 크게 유리하다.
그렇다고 두산의 승리를 장담할 수만도 없다. 역대 5전3선승제로 치러진 포스트시즌 시리즈에서 4차전까지 2연승, 2연패가 반복된 경우는 5차례 있었는데, 그 중 1,2차전 승리팀이 5차전을 가져간 경우도 2차례 있었기 때문. 과연 3년 전 쓰라린 경험을 한 홍성흔이 친정팀 유니폼을 다시 입고 반대의 처지에 선 이번에는 어떤 결과를 받아들까.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