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두산과 넥센의 준플레이오프 4차전이 열린 12일 잠실구장. 2-1로 두산이 앞선 8회초 의외의 투수가 마운드에 올랐다. 4일 전 목동 1차전에 선발등판한 우완 더스틴 니퍼트였다. 1승2패로 탈락 위기에 몰린 만큼 이날 경기를 반드시 잡겠다는 두산 덕아웃의 의지의 표현이었다.
데자뷔(기시감) 현상을 보는 듯했다. 정확히 1년 전인 2012년 10월24일 사직구장. 롯데와의 준플레이프 4차전. 1승2패로 끌려가던 두산은 4차전 7회까지 3-0으로 살얼음판 같은 리드를 유지했다. 그러자 두산 벤치는 8회부터 에이스 니퍼트를 구원투수로 투입했다. 시리즈를 5차전까지 끌고 가겠다는 욕망이 무척 강했다. 그러나 결과는 최악으로 나타났다.
전업 선발투수인 니퍼트는 중압감을 이기지 못하고 문규현, 김주찬, 박준서, 손아섭에게 연속안타를 얻어맞은 뒤 강판됐다. 당시 기록은 4피안타 3실점. 아웃카운트는 1개도 못잡았다. 니퍼트를 구원한 홍상삼의 난조까지 겹쳐 두산은 결국 3-4로 역전패했다. 김 감독은 시리즈 마감 인터뷰에서 "전적으로 감독의 실수다. '바보 같은 감독'이라는 말을 들어도 할 말이 없다"며 자책했다.
정확히 1년 후. 그는 같은 상황에서 똑같은 선택을 했다. 이날 경기 전 "니퍼트가 불펜 대기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목청을 높였지만 근소한 점수차의 경기가 이어지자 그는 '초강수'를 선택했다. 이번에는 니퍼트가 완벽하게 기대에 부응했다.
1점차 리드를 안고 8회초 등판한 니퍼트는 선두 이택근을 볼넷으로 내보내며 불안하게 출발했다. 하지만 박병호를 1루수 뜬공으로 잡은 뒤 김민성을 유격수 병살타로 유도하고 급한 불을 껐다.
9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그는 넥센의 마지막 공격을 무위로 돌리고 포스트시즌 첫 세이브 투수로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 니퍼트의 완벽한 마무리에 힘입은 두산은 목동 2연패 뒤 잠실 홈 2경기를 모조리 쓸어담으며 준플레이오프를 5차전까지 끌고 가는 데 성공했다.
니퍼트는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정규시즌과 포스트시즌은 준비 자세에서 다를 게 없다. 모든 경기는 똑같이 중요하다. 팀이 원하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 구원투수는 물론 어떤 보직도 맡을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이날 니퍼트는 자신의 말을 그대로 지키며 두산을 수렁에서 벗어났다. 무엇보다 1년전의 끔찍했던 기억을 완벽하게 씻었다는 점에서 니피트와 두산 모두에게 고무적인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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