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손님 불러놓고 잔디가 이러면 되나요."
FC서울 최용수 감독은 9일 수원 삼성과의 슈퍼매치를 치르기 위해 수원월드컵경기장을 찾았다가 깜짝 놀랐다. 양 팀 벤치 앞쪽의 그라운드 잔디가 흙이 보일 정도로 패여있던 것이다.
이도 모자라 중앙 부근에는 세로로 가르지르는 4개의 흉칙한 선이 생겼다. 그렇지 않아도 지난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알 아흘리(사우디아라비아), 에스테그랄(이란)과 2013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과 4강 1차전을 치르면서 누더기에 가까운 홈구장 잔디로 애를 먹었던 기억이 있어 남의 일 같지 않았다.
최 감독은 "패싱 축구를 구사하는 팀 간의 경기에서 잔디 상태는 정말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그런데 상태가 좋지 않아서 걱정스럽다"라고 말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의 경우 그나마 오는 12일 브라질과의 A매치가 예정된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망가진 잔디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지면서 경기장 관리 주체인 서울시 시설관리공단이 부랴부랴 잔디 보수에 나서 그라운드 전체의 60%를 새 잔디로 보식했다.
수원월드컵경기장 잔디는 흉물처럼 엉망이 되어 있었다. 지난달 28일 국내 정상급 가수의 콘서트가 이곳에서 열린 것이 원인이었다. 콘서트에서는 그라운드를 가로지르는 이동식 무대가 설치됐다. 축구 경기가 열리는 곳이라는 사실을 고려하지 않은 시설 설치였고, 관리 주체인 수원월드컵경기장관리재단은 문제가 없다는 진단을 내렸다.
홈 팀 수원 입장에는 답답하기만 하다. 서정원 감독은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잔디가 많이 망가져 아쉽다. 최상의 상태로 경기를 치러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게 돼 아쉽다"라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관리재단 측에서는 나름대로 긴급 보수를 했다. 녹색 알갱이를 패인 부분에 뿌려 보완을 한다고 했지만 어디까지나 임시 처방에 불과했다.
수원 구단 측에서는 할 말이 없다는 입장이다. 관리재단 측에서 경기가 없을 때는 대관 등을 알아서 결정하기 때문이다. 관리를 부실하게 하면서도 수원에는 입장 수입의 25%를 임대료로 받고 있다. 이익은 챙겨놓고 그라운드 관리는 엉망으로 한 셈이다.
마침 이날 경기는 지상파 TV인 SBS로 생중계됐다. 영문을 모르는 축구팬들은 중계방송을 보면서 '수원월드컵경기장 잔디도 엉망이구나'라는 글들을 포털사이트에 올리는 등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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