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아직 10경기나 남아 있는데요." 넥센 히어로즈 염경엽 감독은 21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경기를 앞두고 이렇게 얘기했다. 이날 경기에서 넥센이 승리를 거둔다면 7연승을 질주하면서 1위 삼성과 승차를 반경기 차로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염 감독은 "욕심내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솔직하게 말하자면 1위를 바라보고 있지는 않다"면서 "승부를 걸어야 할 때는 지금은 아니다"라고 얘기했다. 어느 때보다 치열한 선두권 순위경쟁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힘을 빼기보다는 여유 전력을 갖고 정규시즌을 마무리하겠다는 복안이다.
염 감독이 이렇게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는 건 단지 초보 사령탑이라서가 아니다. 연승 뒤 연패가 찾아오는 경우를 선수시절을 포함해 코치시절까지 수도 없이 봤기 때문이다. 그는 "최근 연승 기간 중 가장 고무적인 부분은 우리가 갖고 있는 모든 걸 쏟아붓고 승리를 이어나간 경기가 별로 없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염 감독은 "순위경쟁이 계속될 경우 아무래도 막판 3, 4경기에서 힘을 쏟아부어야 할 때가 온다고 본다"며 "그 상황이 오면 순위에 대해 신경을 쓸 수도 있겠지만 아직은 아니다"라고 했다. 넥센은 전날까지 6연승으로 신바람을 내고 있다. 9월 들어 9개 구단 중 월간 성적이 가장 좋은 팀이 바로 넥센이다.
하지만 염 감독은 8월까지만 해도 누구보다 많은 걱정을 했다. 그는 "4, 5월 팀이 상승세를 탄 뒤 곧바로 8연패에 빠지면서 정말 많은 고민을 했다"고 말했다. 염 감독은 "6, 7, 8월 그 3개월 동안 선수들이 정말 많이 힘들어 했고 고생을 했다"며 "이젠 지난 일이 됐지만 이 기간을 잘 버텨낸 게 9월 상승세의 원동력이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기간에 팀이 더 떨어질 수도 있다고 봤다"면서 "만약 그렇게 됐다면 지난 시즌처럼 후반기에 힘이 빠질 위험도 있었다"고 돌아봤다. 염 감독이 마음 속에 담아뒀던 마지노선은 4위, 그리고 승패 마진에서 '플러스 6' 유지였다. 넥센 선수단은 여러 차례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단 한 번도 4위 밖으로 밀려나지 않았고 승패 마진에서도 플러스 6 이하로 떨어지지 않았다.
염 감독은 "선수들이 버텨낼 수 있는 힘이 생긴 부분이 올 시즌 거둔 가장 큰 수확"이라며 "내년 시즌에도 선수들에게 지난 3개월의 경험은 분명히 보탬이 될 것이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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