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이제는 바꿀 수도 없다. 사령탑의 말대로 안고가야 한다. LG 트윈스가 외국인 투수 주키치의 부진에 고민이 깊어지게 생겼다.
주키치는 13일 삼성 라이온즈와의 경기에 모처럼 선발 등판했다. 지난달 7일 넥센전 이후 무려 37일만의 등판이었다. 그 사이 2군에서 3차례나 시범 등판을 마쳤다. 구위가 어느 정도 올라왔다는 판단이었지만 결과는 4.2이닝 9실점(8자책) 최악투였다.
다행히 화력이 폭발하며 LG는 16-9로 삼성을 꺾었다. 선두 추격의 중대 분수령이 되는 경기에서 등판한 주키치가 제 몫을 해내지 못했음에도 LG는 승리를 따내며 선두 삼성에 승차 없이 따라붙었다. LG의 저력이 유감없이 발휘된 한 판이었다.
그러나 주키치의 부진은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큰 기대를 걸지는 않았지만 내심 LG 코칭스태프는 주키치의 부활을 바랐다. 주키치만 살아난다면 6선발 체제 등 마운드 운용의 폭이 넓어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비싼 연봉의 외국인 투수를 2군에만 앉혀놓기도 속이 쓰렸다.
주키치의 구위가 여전히 기대치 이하임을 확인한 LG는 아쉬움을 넘어 깊은 딜레마에 빠졌다. 크게 두 가지 선택지와 마주한 LG다. 첫 번째는 주키치를 다시 2군으로 내려보내 구위를 재점검하는 것, 두 번째는 1군에 남겨 놓고 조만간 한 번 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LG의 마운드 사정을 감안하면 주키치를 다시 한 번 2군으로 내려보내는 것이 현실적이다. 현재 LG 마운드는 리즈-우규민-류제국-신정락-신재웅으로 이어지는 5선발 체제에 큰 문제가 없다. 오히려 전반기 막바지부터 제기돼 온 불펜의 과부하를 걱정해야 한다.
기존 선발 투수 가운데 한 명을 불펜으로 돌리지 않는 이상, 주키치가 1군에 있을 경우 불펜 투수 한 명이 부족한 상황이 된다. 그렇다고 주키치를 불펜 투수로 활용하기도 쉽지 않다. 현재 구위가 필승조로 써먹기 어려운데다 실전에서 불펜투수로 나서는 것이 컨디션 조절을 위해서 좋은 방법도 아니다.
또 한 번의 2군행이 부담스러운 측면도 있다. 주키치는 올 시즌 벌써 3번이나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3번 모두 부진에 따른 조치였다. 여기서 한 번 더 2군행을 경험한다면 주키치의 자존심과 의욕에 큰 상처가 날 수도 있다. 그렇다면 다음 로테이션에서 한 번 더 등판 기회를 제공해야 하는데 단기간에 주키치의 구위가 회복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이러기도 저러기도 쉽지 않다. 외국인선수 교체 타이밍은 이미 놓쳤다. 11년만의 가을잔치를 넘어 19년만의 한국시리즈 직행을 노리는 LG로서는 주키치 딜레마에 머리가 아플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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