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LG 트윈스가 파죽의 6연승을 달리며 전반기를 마감했다. 전반기 LG의 순위는 단독 2위. 45승31패로 5할 승률에서 무려 14승이 많은 성적이다. 1위 삼성과 승차는 불과 반게임이다.
전반기까지만 놓고 본다면 LG는 무서울 것이 없는 팀이었다. 뒤지고 있어도 질 것 같지 않았다. 전반기 팀 평균자책점 1위(3.66), 팀 타율 2위(0.282)로 투타의 균형도 거의 완벽했다. 하지만 LG의 전반기가 순조롭기만 했던 것은 아니었다.
◆출발은 좋았으나…NC에게 당한 '충격의 스윕'
출발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나쁘지 않았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준우승팀 SK를 상대로 치른 개막 2연전을 모두 가져가며 기분 좋은 시작을 알렸다. 이후 LG는 4월까지 넉넉히 5할 이상의 승률을 유지했다.
그러나 5월초, 올 시즌 첫 고비가 찾아왔다. 신생팀 NC와의 원정 3연전을 모두 내주고 만 것. NC전 스윕패로 LG의 시즌 성적은 13승13패가 됐다. 시즌 초반, 이기고도 경기력이 도마에 올랐던 적이 많았던 불안 요소가 한꺼번에 드러나기 시작한 결과였다.
NC를 상대로 3연패를 당한 LG는 고꾸라지기 시작했다. 곧바로 잠실로 올라와 두산을 꺾으며 연패에서 탈출했지만 이후 4연패 뒤 1승, 4연패 뒤 1승의 패턴이 이어졌다. LG의 성적은 14승20패, 5할 승률에서 '-6'까지 밀려나고 말았다.
김기태 감독은 5월8일 넥센전에서 1-3으로 패한 뒤 이례적으로 "이번주 5할 승률에서 -5까지는 괜찮다"고 코멘트를 남겼다. 선수들이 부담감을 느끼지 않도록 배려한 김 감독의 조치였다. 하지만 LG는 사령탑이 정해놓은 한도에서도 '1패'를 더 당하고 있었다.
전반기를 +14로 마친 현재로서는 격세지감이 느껴질 정도다. 실제로 당시 LG에는 큰 위기감이 흘렀다. 슬슬 떨어질 때가 됐다는 주변의 조롱 섞인 우려도 고개를 들었다. 잘 치면 못 막고, 잘 막으면 못 치는 극심한 투타 엇박자가 좀처럼 팀을 상승 궤도에 올려놓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류제국의 등장, 광주대첩으로 '완벽 반전'
반전의 계기가 나타난 것은 5월 말이었다. 시즌 전부터 '비밀병기'로 기대를 모았던 '메이저리그 출신' 우완투수 류제국이 드디어 1군 마운드에 오르게 된 것이다. 류제국은 당당히 고교시절 라이벌이던 KIA 김진우와의 맞대결을 자신의 한국 무대 데뷔전으로 선택했다.
결과는 류제국의 승리였다. 5월1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KIA와의 경기에서 류제국은 5.2이닝 4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이후 LG는 류제국이 등판하는 경기마다 승리를 따내는 기분 좋은 징크스를 한 달 정도 이어나갔다. 류제국의 가세로 마운드가 안정되기 시작했고, 이는 반격을 위한 힘으로 축적되고 있었다.
결정적인 터닝포인트가 된 경기도 있었다. 지금은 '광주대첩'이라 불리는 6월2일 KIA와의 경기였다. 8회까지 0-4로 뒤지며 패색이 짙던 LG는 9회초 상대 마무리 앤서니를 무너뜨리며 기적처럼 4-4 동점을 만들었다. 결국 연장 끝에 5-4 승리를 따낸 것은 LG였다.
단순한 역전승이 아니었다. 9회초 4점을 만드는 과정에서 야수 엔트리를 모두 소진한 끝에 만들어낸 한 편의 드라마였다. 내야수 문선재가 포수를 맡았고, 이병규도 오랜만에 1루수 미트를 꼈다. 봉중근은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포수 마스크를 쓴 문선재와 배터리를 이뤄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승부를 펼치며 경기를 매조지했다.
어려움 속에서 똘똘 뭉쳐 승리를 일궈낸 LG 선수들에게 그날의 경기는 1승 이상의 의미였다. 짜릿한 승리와 함께 5연승을 질주한 LG는 24승23패를 기록하며 완벽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물론 가장 큰 수확은 되찾게 된 선수들의 사기와 자신감이었다.
◆위닝시리즈 행진 후 '넥센 공포', 그러나 달라진 LG
한 번 탄력을 받기 시작한 LG는 무서울 것이 없었다. 5월말 삼성을 상대로 시작된 '위닝 시리즈(3연전 2승 이상)' 행진이 6월 말까지 계속됐다. LG의 승수는 쌓여만 갔다.
LG에게 두 번째 고비가 찾아온 것은 7월5일부터 시작된 넥센과의 3연전에서였다. LG는 지난해부터 극심한 열세를 보여오던 넥센을 상대로 3경기를 모두 내주고 말았다. 총력전 끝에 첫 경기를 패한 것이 시리즈 스윕패로 이어졌다.
LG의 위기론이 다시 솔솔 피어나기 시작했다. 정현욱, 봉중근 등 시즌 초반부터 쉼없이 마운드에 올랐던 필승 불펜진은 지친 기색이 역력해 위기론을 뒷받침했다. 많은 이들은 넥센과의 승부에서 좋지 않은 결과를 받아든 후 내리막을 걷기 시작했던 지난 2년간의 패턴을 떠올렸다.
하지만 LG는 더 이상 조그만 풍랑에도 쉽게 흔들리는 조각배가 아니었다. LG는 넥센전 3연패 후 거짓말같은 6연승을 달리며 전반기를 마쳤다. 위기론 이후 보란 듯이 한 경기도 패하지 않았다. 이제 LG는 불어닥치는 바람을 배가 나아가는 추진력으로 활용할 수 있는 거함이 돼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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