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수원 삼성 서정원 감독은 지난해 12월 수원 사령탑으로 부임하자마자 이겨야 될 팀으로 포항 스틸러스를 꼽았다. 서 감독은 "올 시즌 특히 포항에 아픈 기억이 많았다. 내년에는 (황)선홍이 형한테 진 빚을 꼭 갚아주고 싶다"라며 투지를 불살랐다.
서 감독은 지난해 수석코치를 지내면서 포항전의 아픈 기억을 함께했다. 수원은 두 번의 포항 원정에서 0-5, 0-3으로 대패했다. 힘 한 번 제대로 쓰지 못하고 무너졌다. 두 경기 결과는 윤성효 전 감독의 사퇴를 부르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올해도 수원이 포항을 넘기는 쉽지 않았다. 지난 3월 홈에서 0-2로 패하며 빚을 갚는데 실패했다. 어떻게든 포항을 넘어야 상위권으로 올라설 수 있다는 점에서 확실한 반전의 계기가 필요했다.
서 감독은 16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2013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19라운드를 전환점으로 삼았다. 그는 선수대기실 보드판에 '세컨드볼', '세트피스(전용구장)'이라는 두 가지 주의사항을 적어 놓았다.
다른 것보다 전용구장인 포항 스틸야드의 특징을 강조한 것이 눈에 띄었다. 서 감독은 "관중석과 그라운드 사이가 워낙 가깝다보니 밖으로 나간 볼이 빨리 들어온다"라고 설명했다. 스틸야드는 육상 트랙이 있는 종합경기장이나 다른 전용구장과 달리 그라운드와 관중석 사이가 6m도 채 되지 않는다.
더군다나 볼보이 교육이 잘 되어 있다. 포항 유스팀 포항제철고나 포항제철중 출신들이 볼보이로 나서 경기 흐름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상대팀이 수비시에는 볼을 빨리 던져줘 포항의 속공에 도움을 주고 상대팀 공격시에는 천천히 던져준다. 물론 심판이나 선수들이 느끼지 못할 정도로 흐름에 녹아들게 요령있는 모습을 보이며 보조 역할을 잘 해낸다.
포항 관계자는 "축구를 하는 아이들이라 경기의 진행 상황을 잘 알고 있다. 프런트에서도 철저하게 교육을 시킨다. 물론 포항이라고 유리하지는 않다. 포항의 목표는 실제 경기 시간을 5분이라도 더 늘리는 데 있다. 유불리를 따질 상황이 아닌 것이다"라고 전했다.
서 감독도 "스틸야드는 다른 경기장과 달리 볼이 빨리 들어온다. 지친 선수들에게는 더욱 힘들게 작용하는 것 같다"라고 평가했다. 공수 전개가 빠르니 세컨드볼을 확보해 빠른 역습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런 전용구장에 익숙한 포항 선수들과 플레이를 하다보니 아무래도 경기 리듬을 타는 데는 원정팀이 불리할 수 있다.
기록도 말해준다. 수원은 포항에 2004년 12월 8일 이후 14경기 동안 7무7패로 극도의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포항 원정에서는 최근 3연패에 무득점이었다. 서 감독이 포항을 이겨야 할 이유가 명확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번에도 스틸야드는 수원을 힘들게 했다. 홍명보호 1기에 승선한 포항 이명주에게 전반 45분 결승골을 헌납하며 승리 쌓기에 실패했다. 0-1로 패한 수원은 빚도 못갚고 스틸야드 4연패 잔혹사만 남기고 말았다. 또 무득점 패배를 한 것은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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