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세월의 흐름은 빠르다. 특히 나이가 든 베테랑 선수에게 더 그렇게 느껴진다. 팀내 최고참인 롯데 자이언츠 조성환도 그렇다.
올 시즌 다시 팀 주장을 맡은 조성환은 출발은 괜찮았다. 그러나 오른쪽 허벅지를 다쳐 지난 5월 8일 1군 엔트리에서 빠졌다. 팀이 페이스가 뚝 떨어질 때 하필이면 그도 전력에서 제외됐다.
상동구장으로 간 조성환은 일단 부상 치료에 공을 들였다. 그리고 어린 선수들과 함께 묵묵히 땀을 흘렸다. 오랜만에 맞은 2군 생활이 힘들 법했지만 고참이라고 꾀를 부릴 순 없었다.
그런 가운데 조성환이 빠진 롯데 1군 2루수 자리엔 정훈이 대신 자리를 잡았다. 정훈 역시 그동안 상동구장에서 많은 땀을 흘렸던 선수다. 조성환은 37일 만인 지난 6월 14일 다시 1군 엔트리에 올라왔다. 하지만 취재진의 인터뷰 요청은 정중하게 거절했다. 주장이자 베테랑 선수로 올 시즌 보여준 부분이 없었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1군 복귀 후 그는 그라운드보다 덕아웃에 있는 시간이 좀 더 많았다. 선발 출전보다는 대타나 대수비로 교체 출전을 주로 했다. 컨디션이 좋거나 방망이가 더 잘 맞는 선수가 먼저 경기에 나서는 게 당연하다. 조성환 역시 올 시즌 팀의 2루를 책임지고 있는 후배 정훈을 보며 격려를 했다.
조성환은 마음속으로 걱정이 앞섰다. 줄어든 출전 기회 때문인지 서두르게 됐다. 경험이 풍부한 그였지만 타석에 나서면 방망이가 헛도는 일이 자주 있었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얘기를 다시 한 번 마음에 새겼다.
10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전에 조성환은 지명타자 겸 2번타자로 선발 출전했다. 그리고 이날 3타수 2안타를 기록했다. 톱타자로 나온 황재균과 4안타를 합작하며 테이블세터 역할을 다했다.
그가 한 경기에서 멀티히트를 친 건 정말 오랜만이다. 지난 4월 16일 안방인 사직구장에서 열린 넥센전 이후 처음이다. 9경기 연속 무안타의 부진을 이날 2안타로 벗어던진 셈.
조성환은 "경기에 나서는 것 자체가 가장 중요하다"며 "최근에 계속 잘 맞지 않았는데 안타를 쳐 다행"이라고 했다. 또한 그는 "출전 기회를 준 감독님과 코칭스태프에 다시 한 번 감사한다"며 "내일은 없다고 봤다. 선발출전이 아니더라도 그라운드에 나선 상황만큼은 집중하려고 한다. 내가 팀을 위해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조성환은 상황에 따라 다시 선발 라인업에서 빠질 수 있다. 하지만 크게 개의치는 않는다. 그라운드에서건 덕아웃에서건 자신이 해야 할 일과 맡은 역할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후배들은 조성환의 행동 하나하나를 바로 옆에서 지켜보고 배운다. 평소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고 묵묵히 자기 일을 하고 있는 '조용한 리더' 조성환의 존재는 그래서 더 든든하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