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일본 프로야구 오릭스 버펄로스가 야무진 꿈을 꾸고 있다. 4번타자 이대호(31)와의 계약을 연장하고 한국 최고 마무리투수 오승환(31, 삼성)까지 영입하겠다는 것이다.
일본 스포츠호치는 18일 오릭스가 이대호와의 시즌 중 계약 연장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올 시즌을 끝으로 2년 계약이 끝나는 이대호를 오릭스가 계속해서 붙잡고 싶어한다는 뜻이다.
일본 프로야구는 지난 16일을 끝으로 퍼시픽리그와 센트럴리그가 맞붙는 인터리그(교류전) 일정을 마치며 나흘간의 휴식기를 갖고 있다. 오릭스 구단 측은 이번 휴식기를 이용해 이대호와 교섭을 벌이겠다는 생각이다.
오릭스 구단 관계자는 "인터리그가 끝났기 때문에 조만간 이대호 본인과 이야기할 것"이라며 "금전적인 부분에서 큰 차이가 없다면 괜찮을 것"이라고 재계약에 대한 희망을 내비쳤다.
오릭스가 이대호와의 시즌 중 재계약을 서두르는 이유는 이대호의 주가가 치솟고 있기 때문. 올 시즌 오릭스와 계약이 종료되는 이대호에게 벌써부터 요미우리 등 일본 내 타구단은 물론 메이저리그 구단까지 군침을 흘리고 있다.
일본 진출 첫해였던 지난해 퍼시픽리그 타점왕(92타점)을 차지했던 이대호는 올 시즌 한층 성숙한 기량으로 타율 3할2푼7리 10홈런 41타점을 기록 중이다. 이처럼 꾸준히 뛰어난 성적을 내고 있는 것이 오릭스가 이대호와의 재계약을 바라는 가장 큰 이유다.
하지만 이것 뿐만이 아니다. 이대호를 내세워 또 다른 한국 최고의 선수를 영입하려는 것이 오릭스의 속내다. 바로 '끝판대장' 오승환이다. 일본 언론에 의하면 최근 한신 타이거즈가 구단주까지 나서 오승환 영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승환 역시 일본내 떠오르는 블루칩이다.
오승환은 올 시즌을 마친 뒤 삼성 구단의 동의 하에 해외 진출이 가능하다. 지난 시즌을 마친 뒤에도 해외 진출 자격이 있었지만 구단과의 합의를 통해 1년을 미룬 오승환이다. 때문에 올 시즌 종료 후에는 바다를 건널 가능성이 높다.
오릭스가 이대호를 오승환 영입에 이용하려는 이유는 과거 비슷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0년 12월 깜짝 놀랄 소식이 전해졌다. 박찬호가 메이저리그 생활을 청산하고 일본 오릭스에 입단하게 된 것이다. 당시 오릭스에는 요미우리와 결별한 이승엽이 새롭게 둥지를 틀고 있었다.
오릭스 입단 기자회견에서 박찬호는 이승엽의 존재가 자신의 진로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박찬호는 "이승엽이 있었기 때문에 일본, 그리고 오릭스를 결정한 영향이 컸다"며 "이승엽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 흥미롭다. 낯선 곳에서의 도전에 이승엽이 큰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분명 외로운 타지 생활에서 한국 선수와 같은 팀에서 뛴다는 것은 큰 도움이 된다. 먼저 와서 경험을 쌓은 선수가 있다면 더더욱 그렇다. 때문에 박찬호가 그랬듯 오승환도 이왕이면 이대호가 있는 팀에서 함께 뛰는 편을 선호할 수도 있다. 오릭스가 바라는 바가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오릭스의 꿈이 실현될 가능성은 박찬호-이승엽 때보다 낮은 편이다. 당시 박찬호와 이승엽은 전성기가 지난 선수들이었다. 그만큼 다른 구단의 영입 경쟁이 치열하지 않았다. 또한 이승엽은 이미 오릭스의 일원이 된 상황에서 박찬호를 추가로 영입한 것이었다.
그러나 현재는 이대호의 팀 잔류도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일단 이대호를 잡아야 오승환도 유혹해볼 수 있다. 또한 이대호, 오승환은 모두 최전성기를 보내고 있는 선수들이다. 영입 경쟁이 치열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메이저리그 구단들까지 달려들고 있는 상황이다. 오릭스 입장에서는 박찬호-이승엽을 영입했던 2010년에 비해 난관이 훨씬 많다는 뜻이다.
대한해협을 두고 각자의 리그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이대호와 오승환. 둘을 향해 오릭스가 구애의 손길을 뻗치고 있다. 오릭스가 꾸고 있는 '한류 듀오 2탄'이라는 꿈이 현실로 이루어질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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