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명화기자] 어느덧 데뷔 10년 차란다. 맥주 광고에서 고개를 돌리는 일명 '맷돌춤'으로 혜성같이 등장해 단박에 영화 주연을 따냈던 푸릇했던 신인배우가 10년 차 경력을 맞았다.
드라마 '각시탈'과 '추노', 영화 '최종병기 활' 등에서 인상깊은 악역 연기를 선보이며 다시 한번 전성기를 맞은 박기웅이 새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감독 장철수)로 또 다른 옷을 입었다. 꽃미남 출연진으로 제작단계부터 화제를 모아온 이번 영화에서 박기웅은 남파 간첩 '리해랑' 역을 맡았다. 북한 고위급 간부의 아들이자 살인병기를 양성하는 특수부대의 엘리트로, 남파 이후에는 달동네에 거주하는 로커 지망생이다.
머리카락을 빨갛게 물들이고 동생인 김수현, 이현우와의 연령대 밸런스를 맞추기위해 5kg의 체중을 불렸으며 손 끝이 찢어지도록 기타를 연습했다. 여성들의 절대 지지를 받고 있는 이번 영화의 개봉을 앞두고 만난 박기웅은 "유독 애정이 많이 가는 캐릭터"라며 애틋한 마음을 드러냈다.
"연기는 늘 만족스럽지 못한 것 같아요. 제 분량은 편집이 꽤 됐어요. 편집과정에서의 선택이라고 생각해요. 이번 영화가 잘 돼서 우리영화도 할리우드처럼 시리즈화됐으면 좋겠어요."
액션 촬영이 많았던 이번 영화에서 부상이나 어려움은 없었는지 묻자 박기웅은 "그동안 액션물을 깨알같이 많이 해서 어느 정도 액션에는 자신이 있었다"며 "촬영 중에 김수현에게 턱을 맞아 실금이 갔다. 별다른 처치는 하지 않았지만 잘 아물 것 같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액션을 하다보면 부상은 늘 있을 수 있는 일이잖아요. 수현이가 미안해서 제가 더 미안하드라고요. 제 눈을 못 보는데, 그날 병원에 다녀오는 길에 수현이한테 들러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니까 미안해 하지 말라고 말했어요."
예매율 1위에 오르며 흥행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는 영화에 대해 박기웅은 흥행에 대한 감이 도통 없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무대인사를 다녀보면 반응이 그렇게 좋드라고요. 영화를 많이 해보지는 않았지만 반응이 이렇게 좋은 건 처음이에요. 연기를 할 때는 흥망에 대해서는 생각을 안해요. 제 출연작 중에 망한 작품이 스무편이 넘어요(웃음). 시청률 4%대 작품도 있었고. 잘 되면 좋지만 결과에 대해서 걱정하면서 연기를 하면 연기하는데는 좋지 않은 영향을 주는 것 같아요."
"'각시탈' 이후 작품 섭외가 많았어요. 드라마 주인공을 해야하나 고민하다 이 작품을 선택했어요. 시나리오를 받고 웹툰을 읽었는데, 재미도 있고 제가 표현할 수 있을만한 부분도 많을 것 같았어요. 사실 배역의 비중을 그렇게 따지는 편은 아니거든요. 전 그런 할리우드 문화가 좋아요. 톱스타들도 배역 안 따지고 작품을 하잔아요. 주인공이니, 서브 주연이니, 조연이니 이렇게 나누는 것도 안 좋아하고요. 이번 영화에는 제가 가장 나중에 합류했는데, 앞서 캐스팅된 배우들도 좋고 함께 작업해보고 싶은 마음도 들었어요."
배역의 크고 작음을 따지지 않는데는 10년 배우 생활 동안 그가 겪어온 부침의 경험이 큰 영향을 줬다. 혜성같이 데뷔해 중급 상업영화의 주연으로 발탁되며 '나름 잘 나가던' 시절도 있었지만 준비하던 영화가 촬영 직전에 '엎어지는' 일도 세번이나 겪는 내리막도 있었다. 초라한 시청률의 아픔도 여러번 맛 봤다. 그런 시절을 거치며 인기나 유명세에 대한 욕망을 어느 정도 내려놓을 수 있었다고 한다.

"만년 기대주라는 것도 사실 좋아요. 그만큼 고정된 이미지나 선입견이 없는 배우라는 뜻이기도 하니까요. '한방' 혹은 '빵 뜨는' 것이 없으면 또 어떤가요. 제가 바라는 것은 한가지에요. 작품 선택을 좀 더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딱 그만큼의 위치까지만 되는거요. 어찌보면 그게 인기일 수 도 있겠네요(웃음). 지금은 그냥 배우라는 일이 제 직업이구나 그렇게만 생각해요."
많은 작품들 속에서 유독 박기웅의 악역이 기억이 남는 것은 그가 악역을 연기한 드라마와 영화가 큰 반향을 모았기 때문이다. 박기웅은 "내가 악역을 하면 작품이 이상하게 잘 된다"며 웃었다.
"'각시탈'을 하면서 느낀 건데 악역을 전문적으로 하는 선배들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악역은 몸보다 마음이 너무 힘들어요. 정신적 스트레스를 감당하기 힘들죠. '각시탈'을 하면서 매일 악몽을 꿨어요. 드라마 막판에는 거의 생방송 수준으로 촬영이 진행됐는데, 정말 도망가고 싶었어요. 악한 연기에 너무 집중을 하다보니 정신이 피폐해지더라고요."
색깔 있는 배우로 성장하고 있는 그는 특유의 친화력으로 팬들과도 허물없이 지내고 있다. 박기웅의 소셜 네트워크에는 팬들과 나누는 진솔하고 다정한 글들이 가득하다.
"저는 정말 제 팬들이 좋아요. 늘 응원을 보내주는 것도 너무 고맙구요. 이번에도 중국, 일본에서 비행기를 타고 일부러 시사회에 와준 걸 보고 놀랍기도 하고 고마웠어요. 올 여름에는 일본에서 5천석 규모 팬미팅을 할 예정인데,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준비하고 있어요."
고착된 이미지가 없어 다행이고, 작품 제의가 끊이지 않는 것도, 다양한 캐릭터 제의가 들어오는 것도 모두 행복이라고 여기는 긍정의 마인드가 함께 있는 사람까지 기분 좋게 만든다.
"톱스타가 돼야 한다? 그런 마음은 없어요. 10년 연기를 했는데, 재미가 있는 걸 보면 이게 제게 제일 잘 맞는 일인가 싶기도 해요. 배우를 오래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언제 어느 자리에서든 자신의 몫을 해내는 배우 박기웅이 치열한 고민 끝에 만들어낸 '리해랑' 캐릭터의 매력은 5일 개봉한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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