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프로야구 선수로서 아픈 것은 직업병이다."
LG 트윈스 김기태 감독의 말이다. 최근 LG의 탄탄해진 선수층에 대한 질문에 돌아온,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답변이기도 하다.
김기태 감독은 스스로에게 엄격했던 만큼 선수들도 엄격하게 대한다. 선수들이 가벼운 부상으로 몸을 사리는 것은 김 감독이 가장 싫어하는 것 중 하나다.
프로선수라면 부러지고 찢어지지 않는 이상 경기에 출전할 수 있는 정신력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 김 감독의 생각이다. 통산 최다인 1천14경기 연속 경기 출전 기록을 보유 중인 '철인' 최태원 코치를 코칭스태프로 영입한 것도 그의 정신력을 선수들이 본받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최근 LG는 몰라보게 선수층이 두꺼워졌다. 딱히 백업이라고 꼽을 선수가 없다. 1군 복귀를 앞둔 기존의 주전급 선수들이 비집고 들어올 틈이 없을 정도다. 팀 상승세의 원동력이자 앞으로의 성적을 더욱 기대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김 감독은 선수층에 대한 질문에 대뜸 "프로야구 선수로서 아픈 것은 직업병"이라고 말했다. 프로 선수라면 누구나 한두 군데 잔부상을 안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런 선수들이 몸을 아끼지 않고 경기에 출전할수록 팀의 선수층은 두꺼워진다는 뜻이 담긴 말이었다.
김 감독은 "선수들이 아파도 '괜찮다'는 자세로 경기에 나서는 것이 결국 선수층의 두께로 이어진다"며 "한 명, 두 명 조금 아프다고 빠지기 시작하면 그 때부터 팀이 망가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김 감독의 생각은 곧 LG 선수들에 대한 고마움으로 이어졌다. 김 감독은 "지금 우리 선수들도 안 아픈 선수들이 없을 것"이라며 "부상을 당한 선수들도 하루라도 빨리 1군에 복귀하려고 한다. 그런 선수들의 마음이 감독으로서 고맙다"고 전했다.
실제로 올 시즌 LG 야수진은 부상병동이었다. '캡틴' 이병규는 시즌 전부터 허벅지 부상에 시달렸고 시즌 중에는 박용택이 허벅지, 이진영이 무릎을 다쳤다. 그러나 이들은 성치않은 몸으로도 경기 출전을 강행했고, 부상이 심해 엔트리에서 빠지더라도 1군 복귀를 서둘렀다. 5월초 급격한 내리막을 걷던 팀이 최근 상승세로 접어들 수 있었던 것은 이런 노장 선수들의 의지가 크게 한 몫 했다.
내전근 부상을 입은 유원상, 오른손이 골절된 현재윤도 복귀를 서두르는 중이다. 현재 LG의 상승세에 큰 힘을 보탤 지원군이다. 이런 선수들의 움직임에 김 감독은 "베테랑, 신진급 할 것 없이 팀을 위해 희생하고 있다"며 다시 한 번 고마움을 표시했다.
요즘 김 감독은 팀이 하나가 돼 움직이고 있다고 느낀다. 선수들이 주전-백업으로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 각자 맡은 바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 김 감독은 "이대형도 요즘 선발로 못나가는 것에 대해 '전혀 개의치 않습니다'라고 말하더라"며 "선수들이 (개인보다는) 전체적인 팀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LG는 4일 두산과의 경기에서 7-9로 패하며 5연승을 마감했다. 그러나 초반 점수 차가 크게 벌어졌음에도 경기 후반 추격 의지를 잃지 않으면서 두산을 긴장하게 만들었다. 9회말 대타로 나온 이대형도 추격의 솔로포를 터뜨리며 거의 1년만에 홈런 손맛을 봤다.
이날 경기 후 김 감독은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은 선수들에게 고맙다"고 전했다. 패했지만 LG의 힘이 느껴지는 경기였다. 아파도 참고 경기에 나서며 팀을 이끌어온 선수들이 지금의 분위기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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