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정말 오랜만에 맛본 3연승이다. 롯데 자이언츠는 28일부터 30일까지 사직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주중 3연전을 모두 이겼다.
롯데는 지난 4월 2일부터 4일까지 마산구장에서 막내구단 NC 다이노스를 상대해 3연승을 거둔 적이 있다. 그러나 이후 롯데에게 3연전 스윕은 희망사항일 뿐이었다. 오히려 넥센 히어로즈와 삼성 라이온즈에게 안방에서 내리 3연패를 당하며 체면을 구긴 아픈 기억만 있었다.
그런 롯데가 이제 조금씩 힘을 내고 있다. 롯데는 5월 출발이 괜찮았다. 한화 이글스를 상대로 원정 2연승을 거두며 힘을 냈다. 하지만 곧바로 만난 삼성에게 내리 세 경기를 내주며 분위기를 끌어 올리지 못했다.
설상가상 베테랑 조성환과 장성호 그리고 내야수 박기혁과 문규현 등이 부상과 컨디션 난조를 이유로 줄줄이 전력에서 빠졌다. 정대현을 대신해 마무리를 맡았던 김성배는 허리에 경미한 부상을 입기도 했고, 외야수 김문호는 주루과정에서 왼쪽 발목 인대가 파열되는 악재도 있었다. 선발 로테이션에 들었던 고원준이 구위 난조로 2군으로 내려간 부분도 분명 전력에 마이너스 요인이었다.
그러나 위기는 곧 기회였다. 백업 멤버들이 전력 이탈 선수들의 빈자리를 잘 메우면서 롯데는 힘을 잃지 않고 있다. 대타나 대수비로 그라운드에 잠깐 얼굴을 내비치는 경우가 많았던 정훈과 신본기는 조성환, 박기혁을 대신해 새로운 키스톤 콤비로 자리 잡았다. 신본기는 올시즌 초반 롯데를 괴롭히던 수비불안을 해소시키는 데 적잖은 도움을 줬다. 정훈은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자 쏠쏠한 방망이 실력까지 보이고 있다.
두산과 치른 이번 3연전에서도 정훈과 신본기는 제 역할을 충분히 해줬다. 여기에 박준서, 이승화 등 백업선수들이 결정적인 순간 제몫을 해 롯데는 탄력을 받을 수 있었다. 이재곤은 모처럼 잡은 선발 기회를 놓치지 않고 무실점 역투해 팀이 연승으로 가는 디딤돌을 놓았다.
프로 13년차 베테랑 박준서는 지난해 두산과 치른 준플레이오프 때처럼 알토란같은 활약을 보여줬다. 28일 두산전에서 3-3으로 팽팽하게 맞서고 있던 6회말 2사 2, 3루 기회에서 대타로 나와 주자를 모두 홈으로 불러들이는 2타점 적시타를 쳤다.
다음날 경기에선 선발투수 이재곤의 활약이 눈부셨다. 두산 타선을 상대로 6.1이닝 동안 1피안타 무실점으로 호투, 팀이 3-0으로 승리를 거두는데 주역이 됐다.
3연전 마지막날인 30일 경기에서는 이승화가 주인공이었다. 이승화는 부상으로 빠진 김문호를 대신해 이번 두산전을 앞두고 1군에 합류했다. 그는 이날 3타수 2안타 2타점으로 쏠쏠한 활약을 했다. 0-1로 끌려가고 있던 3회말 동점을 만드는 적시타를 쳤고 4회말에는 5-1로 도망가는 귀중한 타점을 올렸다. 수비와 주루에서도 만점 활약을 보였다. 2회초 수비에선 윤석민이 친 까다로운 타구를 잡아냈고 8회말에는 올시즌 첫 도루까지 성공했다.
롯데에게 이번 두산전 3연승은 승률 5할을 넘긴 단순한 승수 추가만은 아니다. 무엇보다 경기 내용이 괜찮았다. 백업들도 충분히 제몫을 했다. 선발에 이어 나온 중간계투진도 상대 추격을 잘 막아냈다. 도망갈 상황에서는 점수를 냈다. 롯데 김시진 감독이 시즌 개막을 앞두고 구상한 그림이 이번 두산전 만큼은 제대로 드러난 셈이다.
롯데는 주말 3연전을 삼성과 치른다. 5월 초 안방에서 당한 3연패를 되갚을 좋은 기회다.
한편, 30일 두산전서 9회초 파울 타구 수비 도중 펜스에 머리를 부딪혀 쓰러졌던 정훈은 다행히 큰 부상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정훈은 의료진으로부터 응급처치를 받은 뒤 들것에 실려 구장 근처 부산의료원으로 후송됐고 CT촬영 결과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 롯데 구단 관계자는 "해운대병원으로 옮겨 휴식을 취한 뒤 선수들과 함께 삼성과 경기가 열리는 대구로 이동한다"고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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