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경기가 끝나자 서동욱(LG)은 평소와 다름없이 장비를 챙겨 덕아웃을 빠져나와 라커룸으로 향했다. 2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삼성 라이온즈전이 끝난 후였다.
그런데 라커룸에 있던 정성훈이 서동욱을 불렀다. "넥센으로 옮긴다는 기사가 나왔다"는 얘기였다. 서동욱은 그렇게 넥센행 소식을 먼저 전해들었다. 정성훈의 얘기가 끝나자 팀 매니저가 서동욱에게 그와 넥센 포수 최경철이 맞트레이드 됐다는 사실을 공식 통보했다.
서동욱은 이튿날인 25일 잠실구장이 아닌 목동구장으로 와 넥센 선수단과 상견례를 가졌다. 줄무니 LG 유니폼 대신 하얀색 넥센 홈 유니폼을 입고서였다. 서동욱은 이날 구장을 찾은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처음 트레이드 소식을 들었을 때 그냥 멍했다"며 "주위에서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고 전날 상황을 기억했다.
프로 10년 차를 맞은 그는 이번이 두 번째 트레이드다. 휘문중과 경기고를 나온 서동욱은 지난 2003년 KIA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했다. 상무(국군체육부대) 전역을 한 뒤 KIA로 복귀했지만 2008년 LG로 이적했다. 그리고 5시즌 만에 다시 또 짐을 꾸려 팀을 옮겼다.
서동욱은 이날 목동구장에 도착해 가장 먼저 염경엽 감독을 찾아갔다. 염 감독과 인연도 있다. 염 감독이 LG 운영팀장을 거쳐 수비코치를 할 때 서동욱을 지도했었다. 염 감독은 서동욱에게 "시기도 그렇고 이번 트레이드를 통해 선수생활의 전환점을 만들어 보자"고 얘기했다. 서동욱도 염 감독의 말에 공감한다.
또한 서동욱에겐 넥센이 그렇게 낯선 팀이 아니다. LG 시절 함께 운동을 했던 선수들이 꽤 있기 때문이다. 박병호를 비롯해 이택근, 서건창, 이성열도 시기는 다르지만 모두 서동욱과 한솥밥을 먹었던 선수들이다. 중고교와 프로에서 지금까지 같은 팀으로 뛰지 않았지만 포수 허도환은 학동초 시절 야구를 함께 시작한 사이다.
서동욱은 넥센에선 등번호 26번을 사용한다. 자신과 맞트레이된 포수 최경철이 사용하던 번호다. 서동욱은 "유니폼이 그리 어색하진 않다"고 웃었다. 그래도 오늘부터 과거가 된 LG 시절을 돌이켜 보면 아쉬움이 남는다. 부인 주민희 씨는 트레이드 소식을 전해듣자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서동욱은 "트레이드 당일이던 어제에도 아내는 잠실구장을 찾아 경기를 지켜봤다"며 "집으로 가기 위해 구장 앞 주차장에 나왔는데 남아있던 LG 팬들이 오히려 아내를 위로해주더라"고 밝혔다. 그는 "아내가 더 많이 놀랐는데 이젠 많이 진정됐다"며 "LG 팬들에게 정말 감사드린다"고 했다.
이제 서동욱은 LG가 아닌 넥센 팬들을 위해 그라운드를 뛰어야 한다. 서동욱은 "최근 이사를 계획 중이었는데 같은 서울 연고팀인 넥센으로 오게 돼 다행"이라고 웃었다.
그는 "당장 1군에서 뛰진 못하겠지만 준비를 잘해 이번 이적을 내 야구 인생의 터닝 포인트로 만들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서동욱은 이날 넥센 선수단과 상견례를 끝내고 곧바로 2군 선수단이 있는 강진구장으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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