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오릭스에서 이대호가 맡던 1루수 자리에 동료 T-오카다가 고정 배치될 전망이다. 자연스럽게 지난 시즌 주전 1루수였던 이대호의 포지션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일본 스포츠닛폰은 19일 오릭스 모리와키 히로시 감독이 올 시즌 T-오카다를 1루수로 기용할 방침임을 전했다. T-오카다는 지난 시즌까지 외야수로 나섰던 선수. 그러나 모리와키 감독은 T-오카다가 거포로서 더 성장하길 바라며 1루수 전업 카드를 꺼내들었다.
T-오카다는 지난 2010년 33개의 홈런으로 퍼시픽리그 홈런왕에 올랐다. 그러나 2011년 16개, 지난해 10개로 홈런 수가 줄어들었다. 일본을 대표하는 차세대 거포로서 각광을 받았지만 최근 2년 동안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것이다.
모리와키 감독은 "(T-오카다가) 기본적으로는 1루수로서 평가되는 선수가 되길 바란다"며 "분명 타격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1루수 전업을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T-오카다 역시 "감독님의 마음이 전해진다"며 의지를 다졌다고 한다.
T-오카다가 1루수로 나서게 되면 이대호는 지명타자로 돌아설 수밖에 없다. 지난해 이대호는 144경기 중 15경기에 지명타자로 출전했고 나머지 129경기에는 선발 1루수로 경기에 임했다. 오릭스의 주전 1루수는 누가 뭐래도 이대호였고, 올 시즌 역시 그 위치에는 변함이 없을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신임 모리와키 감독이 팀에 변화를 꾀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수비 부담이 적은 1루수로 포지션을 이동시켜 T-오카다의 거포 본능을 되살려주기 위한 의도가 엿보인다. 그러나 여기에는 효율적인 선수 기용을 위한 노림수가 포함돼 있다.
국가대표 외야수 이토이가 트레이드를 통해 오릭스 유니폼을 입은 것이 변화의 시작이다. 이토이의 가세로 오릭스의 외야 자원은 넘치는 상황이 됐다. 주전 외야수 사카구치에 새 용병 빈니 로티노까지 합류했다. 슌타, 가와바타 등 유망주들도 있다. T-오카다까지 그대로 외야에 머물 경우 누군가는 기회를 잃을 수밖에 없다.
T-오카다가 1루를 맡게 되면 외야에 한 선수를 더 집어넣을 수 있다. 문제는 이대호다. 지난해 이대호는 전 경기(144경기)에 선발 출전하며 그 중 129경기를 1루수로 나섰다. 한국 롯데에서 뛸 때도 지명타자로 뛰었던 경험은 많지 않다. 당시 롯데에는 홍성흔이라는 전문 지명타자가 버티고 있었다.
지난 시즌 15경기에 지명타자로 나섰지만 수비 없이 타석에만 들어서는 것은 이대호에게 생소한 일이다. 고질적으로 발목이 좋지 않기 때문에 수비를 하지 않는 것이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컨디션 조절에는 애를 먹을 수도 있다. 모든 것은 이대호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달려 있다.
현재 이대호는 WBC 출전을 위해 한국 대표팀에 합류해 대만에 있다. 아직 모리와키 감독으로부터 직접적인 언질을 받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대호가 개인보다 팀을 먼저 생각하는 선수라는 점에서 감독의 계획에 반발하거나 거스를 가능성은 높지 않다. '지명타자' 이대호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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