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자투리 시간까지 활용하는 거죠." 롯데 자이언츠 김시진 감독은 명투수 출신답게 투수력 조련에 일가견이 있다. 그런 김 감독이 팀 타력 강화를 위해 직접 두 팔을 걷고 나섰다.
김해 상동구장에는 실내 타격훈련장이 마련돼 있다. 롯데의 상동구장은 주로 2군 선수들이 훈련을 하는 장소다. 그런데 새해 들어 구단 시무식이 끝난 다음날부터 실시된 롯데 선수단 훈련 장소가 예전과는 달라졌다.
1군 선수들도 오전부터 상동구장으로 와서 러닝을 하고 투수조와 야수조로 나눠 훈련을 진행한다. 특히 점심식사 후 야수조는 2시간 동안 실내 훈련장에서 방망이를 손에 잡는다.
예전 같으면 타격 훈련을 하는 동안 선수들은 잠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틈이 있었다. 보통 두 개조로 나눠 훈련을 했기 때문이다. 배팅 순서를 기다리는 동안 선수들은 짬을 내 서로 가벼운 이야기를 나누거나 동료들의 타격자세를 지켜보는 등 '쉬는 시간'을 낼 수 있었다.
그런데 김시진 감독이 종전 훈련 방식에 변화를 줬다. 사각형 모양인 실내 훈련장 전체를 사용하도록 했고 타격조도 종전 두 개조에서 네 개조로 나눴다. 훈련장 가운데를 기준으로 타격을 할 수 있게 네 부분으로 구획을 정리했다.
여기에 훈련장 양 사이드 공간도 활용도를 높였다. 타격 연습을 마친 조는 곧바로 다음 장소로 이동해 티배팅과 피칭 머신을 이용한 번트 및 페이크 번트 슬래시(버스터) 훈련을 한다. 이런 식으로 타격 훈련이 두 시간 넘게 쉴 틈 없이 톱니바퀴처럼 돌아간다.
전준우는 "4개조가 서로 로테이션으로 계속 자리를 바꿔가면서 돌아가기 때문에 아무래도 처음엔 정신이 좀 없었다"며 "지금은 선수들도 적응을 하고 있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물론 지난해와 견줘 타격 훈련량 자체는 더 늘어났다.
전준우는 "타격 훈련을 마치고 나면 지친다"며 "하지만 같은 훈련 시간에 더 많은 배팅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괜찮은 방식"이라고 했다.
김 감독은 현대 유니콘스 사령탑을 맡고 있던 시절 미국으로 전지훈련을 갔을 때 이런 훈련 방법을 머리 속에 떠올렸다. 당시 마이너리그 구장과 클럽하우스에서 함께 생활한 마이너리그 선수들이 로테이션으로 훈련을 하는 장면을 본 뒤 이런 타격 훈련 방법을 착안해냈다.
김 감독은 "훈련시간을 허투루 쓸 수 없지 않느냐"며 "선수들이 정해진 시간 안에 좀 더 집중력있게 훈련을 할 수 있는 방법이 뭘까 고민하던 중 박흥식 타격코치와 상의를 해 이 방법을 적용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선수들도 훈련시간이 늘어지는 것보다 짧은 시간 동안 더 많은 훈련을 소화하는 게 낫다는 생각이다. 한편 롯데 구단은 올 시즌 퓨처스리그 준비를 겸해 상동구장에 현재 마련된 불펜과 배팅 훈련 공간을 더 늘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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